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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생텍쥐페리 장편소설『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

by 언덕에서 2013. 11. 14.

 

 

 

생텍쥐페리 장편소설『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Saint Exupery.1900~1944)의 자전적 소설로 1939년에 프랑스어로 발표된 소설이다. 영어권에서는 <Wind, Sand and Stars>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어린왕자>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비행사라는 직업을 통해 얻어진 거시적인 우주감각과, 대자연과 교감하는 시혼(詩魂)으로 인류애 및 대지에의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자신의 경험을 세심하게 다듬어 서정적이고 사색적인 산문으로 승화시킴으로써 동시대인들을 사로잡았던 생텍쥐페리. 2차 대전과 나치즘의 득세 등 비극적이고 끔찍한 상황을 겪으면서 그는 인간적인 연대감이야말로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단 하나의 진실이고, 상호적인 책임감이야말로 유일한 윤리라고 확신했다. 「인간의 대지」 속 주인공 역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 직업상의 사명감, 타인에 대한 배려와 책임 등에 대해 명상하며 전쟁의 무의미함과 상호 연대를 역설한다.

 이 작품은 생텍쥐페리가 오랜 비행생활 속에서 체험한 모험적인 사건들과 생사를 넘나든 시련을 극복하고 체득한 삶의 진실을 서정적인 필치로 그려낸 행동주의 문학의 진수이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Saint Exupery.1900~1944)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는 프랑스의 라테코에르 항공 회사에 들어간 풋내기 조종사이다. 스페인으로 떠나는 첫 비행을 앞두고 ‘나’는 동료 기요메에게서 스페인의 지리에 대해 조언을 구한다. ‘나’는 차츰 비행 경력을 쌓아 능숙한 조종사가 되고, 그에 따라 여러 가지 일들을 목격하고 또 겪는다. 그 속에서 ‘나’는 비행이라는 체험이 물질적 이익보다 더 가치 있고, 덧없이 늙어 가야 할 인생에서 진정으로 살아 있음을 느끼는 흔치 않은 시간이라 생각한다. 야간 비행 중에 바라보는 무수한 별들, 그 고요 속에서 느끼는 담담함, 자신의 삶을 손에 쥐고 있다는 주체적 확신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 느낀다.

 새로운 항로 개척에 전위대 역할을 하는 동료 메르모스는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산맥 위를 비행하다 추락의 위험을 겪기도 하고, 또 위험한 야간 비행에 도전하여 길을 개척한 뒤에는 대서양 횡단을 시도하다 휘발유가 떨어져 바다 위에서 구조되기도 한다. 이렇게 산맥과 사막, 밤과 바다를 개척한 그는 남대서양 횡단 중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뒤 종적을 감춘다.

 또 다른 동료 기요메는 안데스 산맥을 횡단하다가 실종된다. 겨울 안데스 산의 눈보라가 가진 위험 때문에 구조대마저 편성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요메는 그 눈보라 속을 뚫고, 굴복에 대한 유혹과 절망감을 이겨 내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걸어서 돌아온다.

“내가 한 행동을 맹세코, 그 어떤 짐승도 일찍이 해 본적이 없을 거야.”라는 그의 말에서 ‘나’는 인간의 진정한 존엄성과 자부심, 참다운 용기와 책임감을 발견한다.

‘나’ 또한 정말 많은 일들을 겪는다. 불귀순 지역의 해변에 떨어져 보낸 밤의 기억, 그가 노예에서 자유인으로 해방시켜 준 바르크 영감의 삶,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뒤 다시 돌아오기까지 죽음을 눈앞에 두었던 경험 등이다. 이렇듯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나’는 인간의 삶이란 어떤 것이며 또한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해야만 했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Saint Exupery.1900~1944)

 

 

 우편 비행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막에 추락했다가 살아남았던 작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에 배경 묘사는 물론이거니와 갈증으로 죽어가는 인간의 심리 묘사가 치밀하고도 생생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단순한 보고서나 작업 일지가 아닌 한 편의 장엄한 상징시가 될 수 있는 것은 인간, 비행기의 각종 기계장치, 사물, 풍경 등이 갖는 초월적인 의미가 간결한 은유 안에서 강렬하고 풍성하게 살아 숨 쉬기 때문이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고양된 인식으로 가득 찬 이 작품은 삶에 대한 찬양이자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축전이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과 동료들의 비행사로서의 경험을 사실 그대로 기술한 일종의 에세이식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일체의 소설적 허구나 문학적 기교를 배제한 언어로 인간 개개인에게 대자연과 교감하는 길을 알려준다. 공동체적 유대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줌으로써 소설을 통해 인간존엄성의 모럴을 추구하는 것이 이 작품의 큰 특징이다. 특히 피레네산맥을 헤치고 눈 덮인 안데스산맥을 넘나드는 장면, 사막에 불시착한 모험적인 사건, 절친한 친구 앙리 기요메의 실종 등 모험과 미지의 발견에 대한 기쁨을 꾸밈없이 생생하게 그려낸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직업비행사로 살았던 15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한계상황에 처한 인간의 의지력과 책임감, 휴머니즘을 시적이면서 철학적인 표현으로 그려낸 항공문학의 걸작이다. 작가는 인간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내용을 은은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비유로 표현하고 있다. 개인을 뛰어넘어 공동체적 삶을 권하는 행동의 휴머니즘이 잘 드러난다.

「인간의 대지」는 생텍쥐페리가 15년 동안 비행 조종사로 일하며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과 인간에 대한 지혜를 서정적으로 기술한 작품이다. 1939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출간 된 해 미국에서 「바람과 모래와 별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했으며, 작가 생텍쥐페리에게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인간의 대지」는 4년 후 발표될 생텍쥐페리의 대표작 <어린 왕자>의 모태가 된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두 작품을 모두 읽어 본 독자들이라면 문체와 주제에 있어서의 공통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