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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심상대 단편소설『단추』

by 언덕에서 2013. 9. 26.

 

 

 

심상대 단편소설『단추

 

 

 

심상대(1960~)의 중편소설로 2012년 제6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이다. 삶의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근래 보기 드문 무게 있는 소설이다. 단순한 스토리를 통해 두 사람 주인공의 내면을 펼치고 있으나 낱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하다보면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그림 속으로 빨려드는 느낌을 안겨준다. 이는 작가의 빼어난 문장력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심상대의 서경(敍景)적인 문장력은 과히 국보급이라 칭해도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 작품「단추」는 꿈속에서 단추를 잃어버린 철학도 민우와 현실에서 그 단추를 습득한 국문학과 시간강사 지섭의 일상을 교차해 서술하면서, 우리 시대 젊은이의 불안한 꿈과 현실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가는‘단추’라는 알레고리를 통해 젊은 세대의 현실적 문제와 존재론적 질문을 동시에 던지며, 지난 십년 동안 소설을 쓰지 않았던 작가가 다시 보여주는 심상대 특유의 수준 높은 소설 미학을 접하게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야기는 꿈속에서 잃어버린 단추를 찾아 헤매는 민우와 그 단추를 현실에서 습득한 지섭의 일상이 교차하면서 펼쳐진다. 대학생인 민우는 학비를 해결하기 위해 계약직 노무자로서 학업과 노동을 병행한다. 민우에게는 밤마다 단추 없는 재킷을 입고 다니는 악몽을 꾸는데 깨어나면 또 다른 현실인 악몽이 기다리고 있다. 대학 시간강사인 지섭은 고단한 현실과 막연하고 불투명한 미래에의 암담함을 시인으로서의 꿈으로 버텨내고 있다. 계약직 노무자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인문학적 사유와 그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철학도 민우의 몽상과 망상, 뜬금없고 종작없는 잡념과 사념은 그들 주위에서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들의 일상의 행적은 초극에의 욕망, 선에 대한 믿음과 추구, 수호하고자 하는 윤리와 도덕, 자기 성찰에 관한 물음을 향해 있다. 살아가는 일에 따르게 마련인 고독과 불안, 내면화된 죄의식 분노 등을 반복되는 악몽으로 일깨우는 ‘잃어버린 단추’란 어쩌면 가냘프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저항이다. 악몽이 주는 모욕감과 수치심의 근거는 자신의 비겁한 태도와 자신의 무지에 대한 자각이라는 성찰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삶이 계속되는 한 벗어날 길 없는 강박과 악몽을 기꺼이 수락함으로써 초극하리라는 결단에 도달한다. 또한 그들은 의문과 고통과 모순 속에서 흔들리고 부유하는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참다운 고독이 주는 평화와 초극에의 의지에서 찾게 된다.

 

 

 

 

 

 이 소설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배회와 방황, 우울한 내면 풍경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게만 보이는 세상 속에서 비정규직 시간강사나 대형 매장의 창고 노무자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등장인물들의 현실과, 강박과 악몽으로 표현되는 불안과 절망감을 통해 현실의 피폐함을 고발하면서, 동시에 그런 암담한 현실 속을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사색을 통해 삶과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모색한다.

 그리하여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현실과 악몽의 접점인 단추에 대한 강박적 추구를 지속하고, 현실의 비루함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적 사유와 철학적 몽상, 잡념과 사념에의 집착 등을 거듭 반복한다. 악몽 속에서 반복되는 비겁함과 무지에 대한 자기 성찰을 통해 현실의 불합리함을 넘어서려는 과정, 삶이 지속되는 한 계속되는 고통과 불안의 문제를 초극하려는 결단의 과정이 문학적으로 잘 형상화된 작품이다.

 

 

 가난과 실업 같은 현실적 문제를 다루면서, 그 사유를 존재의 철학적 의의로까지 자연스럽게 확대해 나가는 것은 저자의 치밀한 구성과 사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소설가 오정희는 “의문과 고통과 모순 속에서 흔들리고 부유하는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참다운 고독이 주는 평화와 초극에의 의지에서 찾게 되기까지의 여정이 무르익은 사유와 필력으로 펼쳐지는 수작”이라고 평했다.

 오래고도 영원한 문학적 주제인, 의문과 고통과 모순 속에서 흔들리고 부유하는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참다운 고독이 주는 평화와 초극에의 의지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되기까지의 여정이 무르익은 사유와 필력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답답하고 고통스런 삶과 그 내면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빼어나게 형상화한 근래보기 드문 역작이다. 작가는 그간 10권에 가까운 소설집을 출간했으나 지난 7년 동안 출판사로부터 받은 인세가 단돈 100만 원이었다고 했다. 한국문학의 전통계보를 잇는 유명작가의 손익계산서가 이 정도라면 작가의 표현대로 '야만도 이런 야만이 없다'는 표현은 수긍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작품을 만들고 있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소설 「단추」는 무협지와 판타지 소설이 난무하는 이 세태에서 문학다운 문학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명작으로 판단된다. 문학도 여러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심상대 : 소설가. 1960년 강원도 강릉시에서 태어나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묘사총」「묵호를 아는가」「수채화 감상」세 편을 동시에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명옥헌』『망월』『심미주의자』『떨림』, 산문집『갈등하는 신』『탁족도 앞에서』등을 출간했다. 2001년 단편소설'미'로 제46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제6회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