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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김택근 성인동화 『강아지 똥별』

by 언덕에서 2013. 8. 13.

 

 

 

 

김택근 성인동화 『강아지 똥별』

 

 

 

 

 

김택근(1954~ )의 동화집으로 2013년 간행되었다. 《강아지똥》,《몽실 언니》 등의 작품으로 200만 부모와 아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권정생(1936 ~ 2007)의 일대기를 동화로 만든 책이다. 2007년 타개한 권정생은 한국 아동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다. 깊이 있는 삶의 철학이 담긴 그의 작품들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널리 읽히며 그가 타계한 지금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단지 한 사람의 동화 작가에 그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존경하는 마음속 스승’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그의 일생을 동화 형식으로 재구성해 들려준다. 그간 어린이용 위인전 형식의 책이 한두 권 있었지만, 연구서를 제외하면 성인을 대상으로 그의 ‘삶’을 조명한 첫 번째 책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썼지만 권정생 동화를 읽고 자란 청소년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권정생은 일제가 우리나라를 점령하고 있던 1937년 일본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먹고 살기 위해 도쿄 빈민가인 시부야 혼마찌 동네로 이주했다. 우리나라가 해방되자 온 가족이 귀국했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난이었고, 곧이어 6ㆍ25전쟁을 맞이한다. 전쟁통에 그는 부산으로 내려가 재봉기 상회 점원이 되어 일하다가 폐결핵에 걸렸다. 그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영양 부족으로 폐결핵에 걸려 신음했다. 점점 온몸으로 결핵이 퍼져 고통을 겪는데다가 고생하는 부모님을 보며 그는 차라리 죽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정성으로 병이 점점 나아갔다.

 그러나 다시 불행이 찾아들었다,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그의 병도 악화되었다. 집안 형편도 어려웠다. 그는 잠시 집을 떠나 있게 되었는데, 이때 거지생활을 하게 되었다. 병과 가난 속에서 그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험하고 천한 거지생활을 한 것이다. 나중에 집에 돌아왔지만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없었다. 그로부터  완전히 건강을 되찾지는 못했고, 죽는 날까지 독신으로 혼자 살아왔다.

 그의 작품 중에는 6ㆍ25 전쟁을 배경으로 하거나 그에서 받은 상처를 오래오래 간직하고 사는 이들에 대한 작품들이 많다.

 

 

 

 

 

 <바닷가 아이들>, <몽실언니>, <점득이네>, <별똥별>, <패랭이꽃> 등의 동화를 통해 전쟁의 비참함이나 통일의 당위성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의 동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깜둥바가지, 흙먼지 아이들,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 가는 똘배, 강아지똥,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할머니 할아버지 등 온갖 고난을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다.

 거의 반평생을 병고로 시달려온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병고와 실향 및 결손 가정의 여건 등 사회적인 그늘에서 소외된 이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갈등과 문제의식을 다루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고 용기와 사랑을 주며 고통을 이겨나간다.

 소년 시절부터 그를 괴롭혀온 병마와 싸우면서도 주옥 같은 작품을 써내는 권정생은 어떤 의식의 흐름 속에서 글을 쓰는지 그의 이야기 중 간략히 추려 보면,

 "나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대 절망적인 것은 없다. 어른들도 읽게 된 것은 아마 한국인이면 누구나 체험한 고난을 주제로 썼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동화에다 무리한 설교조의 교훈을 담고 있는 것이 있는데 과연 그런 동화가 우리 인간에게 얼마만큼 유익한지 난 알 수 없다. 설교를 듣는 것보다, 한 권의 도덕 교과서를 보는 것보다, 푸른 하늘과 별과 그리고 나무와 숲과 들꽃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중략) 내가 왜 동화를 쓰게 되었는지 나 자신도 모른다. 누구나 가슴에 맺힌 이야기가 있으면 누구에게나 들려주고 싶듯이 그렇게 동화를 썼는지도 모른다."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 중)

 그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고, 세상을 맑고 순수한 눈으로 보기 때문에 그의 작품세계는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 준다. 그가 살아온 삶이 슬픔에 가득찼기 때문인지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어느새 우리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1969년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 현상모집에서 <강아지똥>이 당선되고,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되어 그의 동화는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게 되었다.

 

 

 

 

 

 권정생은 평생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평화를 염원하며 소외되고 고통받는 존재들을 보듬는 글을 썼다. 그리고 고집스럽고 올곧게, 자신의 글과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도 귀하게 여겨 해치지 않았고, ‘내 몫 이상을 쓰는 것은 남의 것을 빼앗는 행위’라며 검소하게 살았다.

 이러한 그의 삶은 물질과 욕망만을 좇는 세상을 돌아보고,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를 성찰하게 한다. 삶의 지표가 되었던 가치들이 모두 무너지고, 우리 사회에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은 지금, 권정생의 삶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삶의 길을 찾는 이들의 마음속에, 권정생의 이야기는 그가 매일 새벽 쳤던 예배당 종소리처럼 맑게 울려 퍼질 것이다.

 1937년에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두 번의 전쟁을 겪었다. 열아홉 살부터 폐결핵, 늑막염 등을 앓기 시작해 죽기 전까지 병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았다. 40킬로그램도 되지 않는 몸으로 힘겹게 써 낸 동화들은 슬프지만 결코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작가로서 많은 수입이 생긴 뒤에도 자신을 위해서는 거의 쓰지 않고 어려운 이웃들을 도왔으며, 10억 원이 넘는 재산과 인세를 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2007년 세상을 떠났다.

 

 

(권정생&nbsp;사망 전&nbsp;살던 집&nbsp;: 안동시 조탑동)

 

 

 한평생 슬프고 아프고 외롭게 살았던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몇 번이고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동시에 따스한 위로와 희망의 빛을 발견하게 된다. ‘서러운 사람에겐 서러운 이야기가 위안이 된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절망과 슬픔에서 피어나는 역설적인 희망을 마주하게 된다. 그 모든 아픔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맑았던 그의 인생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연적인 부끄러움을 느끼며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동화 속 ‘강아지똥’은 곧 그 자신이기도 했다. 이 책은 민들레를 껴안아 별처럼 고운 꽃을 피운 강아지똥처럼,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아름다운 동화의 꽃을 피워 사람들 가슴속에 오래도록 빛나는 별이 된 사람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