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이 세상 모든 만물은 오는 때가 있으면 가는 때가 있고, 피어나는 때가 있으면 지는 때가 있으며, 태어나는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다. 마땅히 사라져야 할 때 사라지지 않는 사람의 모습은 추악하다.
불가에서는 이런 ‘때’에 대하여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진달래는 봄이 되어서 따뜻한 봄볕의 인연 속에서 피어난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미련 없이 사라져버린다. 이러한 자연의 질서를 깨뜨리는 것은 오직 우리 인간뿐이다. 인간은 ‘시절인연’을 가리지 않고 기회만 되면 피어난다. 그러다가 한번 피어나면 자기의 인연이 다했으면서도 사라지려고 하지 않는다.
- 최인호 수상록 <문장 1>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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