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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하지 않는다

by 언덕에서 2013. 5. 29.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하지 않는다!”

 

 드디어 영화를 보았다. 집을 나서는 부부에게 대학생인 딸이 물었다.

 “무슨 영화를 보는데?”

 “위대한 개츠비.”

 “그 영화, 무지하게 재미없어서 아마 졸게 될걸요.”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작가 피츠제럴드 원작으로 영화화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로버트 마르코비츠 감독이 2001년 만든 영화는 주인공의 연기력이나 비주얼에 있어 잭 클레이톤 감독의 1974년 작에 비해 훨씬 뒤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이번 영화는 3D의 화려한 비주얼로 관객을 유혹한다. 특히 개츠비 집에서 열리는 파티는 이전 영화의 수십 배 되는 배우들이 동원됐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줄거리는 신분을 넘어서는 사랑에 대한 열망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공황 직전 황금만능주의가 극을 달리던 1920년대 미국 시대상에 대한 작가의 허탈한 시선이 담겨 있다. 줄거리는 ‘고전을 읽다’부분에서 이미 서술했으므로 금번 포스팅에서는 생략토록 하겠다. 일단, 소설의 내용에 대단히 충실한 영화라는 느낌을 주었다. 주인공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이전 작품들보다 개츠비의 열망과 갈등을 훨씬 강렬하게 뿜어내 강한 인상을 주었다.

 여러 역자가 번역한 소설을 읽었고 앞서 제작된 영화도 죄다 봤으니 비교할 수 있는 무엇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새로 개봉된 영화를 보고 난 후 받은 느낌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로버트 마르코비츠

(Robert Markowitz)가 감독한 2001판 위대한 개츠비

 

 관객의 입장에서 실망스레 느껴진 부분은 이렇다. 개츠비와 데이지가 다시 만나는 첫 장면의 설레는 모습이 너무나 상투적이었고, 깊고 멋진 대사가 별로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가가 그린 개츠비의 사랑은 간절하고 애틋한 것이지만 영화 속의 장면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 시대상을 음미할 만한 교양을 갖추고 있지 못한 사람은, 이 영화를 어느 선남선녀의 사랑이야기로만 이해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딸처럼 말이다. 더구나 근래의 자극적인 연출력에 길들여진 요즈음의 관객들은 100년 전쯤의 신파조 사랑과 갈등에 별로 감흥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특히 20대 30대 관객은 그 사랑의 순진무구함도, 그 시대상에 놓인 의미도 잘 모르기 때문에, 화려한 영상 말고는 이것도 저것도 모두 지루하게 여길 법하다.

 엄청난 돈을 들였는데도 지구촌 관객들의 반응은 비교적 미지근하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의 깊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그것인데 명작을 그저 3D로 화려하게 나타낸 것에 그쳤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단지 데이트용 영화에 불과해 보인다고 지적한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번 영화는 '위대한 개츠비'의 주제 의식을 퇴색시켰다고 비판했다. 

 

 

 

잭 클레이톤 (Jack Clayton)이 감독한 1974년 판 위대한 개츠비

 

 좋았던 부분은 또 이렇다. 원작 스토리에 충실한 연출력도 좋았고, 영상과 의상 무대 미술 음악 소품은 과거로 돌아가서 그 시간 속에 있는 듯한 감흥을 주었다. 게다가 1920년대 미국의 시대상이 지금 우리 중년들에게는 친근한 그 무엇이 있어서 개츠비의 삶과 사랑에 음미할 만한 생각꺼리가 있었다. 요즈음 지순지고한 사랑 운운한다면 우물에서 숭늉 찾는 일과 같지 않은가? 내 개인적으로는 여러 번 읽기 전까지는 원작소설이 무척 난해하고 지루했다. 그의 소설이 너무 재미없어서 읽어나가기가 무척 힘들었다는 거다. 문화적 갭이기도 하겠고, 번역의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스콧 피츠제럴드가 말하려는 바를 그의 소설이 아니라 바즈 루어만의 영화로서야 겨우 이해되었다는 건 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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