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면불각효(春眠不覺曉)
"봄잠에 날 새는 줄 모르고, 곳곳에서 새 소리 들려온다. 간밤에 비바람 소리 들리더니, 꽃잎은 얼마나 떨어졌을까(春眠不覺曉, 處處聞啼鳥. 夜來風雨聲, 花落知多少)."
맹호연(孟浩然)은 당나라의 전성기에 활동한 자연파 시인으로, 왕유(王維)와 더불어 왕·맹(王孟)이라 칭합니다. 그는 빼어난 자연시(自然詩)를 남겼는데, 위의 시 <춘효(春曉)>는 그의 대표작입니다.
어느 늦은 봄날,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곤한 잠에 빠져 있던 시인은 여기저기서 지저귀는 새 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시인은 잠결에 세찬 비바람 소리를 들었던 것이 생각나 비바람을 맞고 꽃잎이 얼마나 많이 져 버렸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군요. 꽃이 지면 봄도 가기 때문입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이 시는 이렇게 봄을 아쉬워하는 심정을 군더더기 없이 담아냄으로써 오늘날에도 사람들 사이에 회자(膾炙)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춘면불각효(春眠不覺曉)는 봄날 곤한 잠에 빠져 날이 새는 줄도 모르는 것처럼 좋은 분위기에 취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지요.
오늘 아침 바라본 하늘에는 벚꽃이 지고 있었네요. 꽃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벚꽃이 절정이었습니다. 와병(臥病) 중인 처형 병문안(病問安)차 진해에 갔는데 과연 그곳에는 벚꽃이 장관이었습니다. 더욱 놀란 것은 그 유명한 ‘로망스 다리’가 처형이 사는 동네, 그것도 처형네 집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그간 몰랐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그날 원 없이 벚꽃 구경했네요.
벚꽃 아래를 걸어가는 두 남녀를 보니 '화양연화'라는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꽃과 잘 어울리는 사자성어입니다.
'이십여 년 전 내가 아사코에게 준 동화책 겉장에 있는 집도 이런 집이었다. "아, 이쁜 집! 우리 이담에 이런 집에서 같이 살아요" '
피천득 선생의 인연의 그 구절이 생각나는 예쁜 집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후에 다시 보니 뭐 평범한 집인데 벚꽃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오늘 오후부터 비 온다네요. 며칠 동안 꽃대궐 속에서 즐거웠는데 이 비로 인하여 꽃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요? 요즘 춘곤증에 많이 피곤하여 틈만 나면 잤는데 날이 새니 맹호연의 시처럼 꽃들이 떨어지고 마는군요. 오늘은 종일 '벚꽃 지다' 노래를 되새기게 될 듯 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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