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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셰익스피어 5막 희극 『십이야(The Twelfth Night)』

by 언덕에서 2013. 12. 26.

 

 

 셰익스피어 5막 희극 십이야(The Twelfth Night)

 

 

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1564∼1616)의 5막 희곡으로 1600년의 작품이다. 십이야란 크리스마스로부터 12일째에 해당하는 1월 6일을 의미하는데, 이 희극은 1601년 1월 6일 이탈리아의 오시노 공작을 환영하기 위하여 엘리자베스 여왕 궁정에서 초연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탈리아 계통의 설화에서 취재한 것으로 서정미가 풍부한 작품이다. 극 중에서 청교도적 위선자인 말볼리오를 주정뱅이 노기사 토비 벨치 등이 조소를 퍼붓는 멋있는 장면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곡으로 사랑의 정체와 복장의 마술적인 힘을 그린 대표적인 작품이다.

 거의 똑같이 생긴 쌍둥이 남매가 폭풍을 만나 각기 다른 해변에 도달한다. 비올라는 남장을 하고 이름을 세사리오로 고쳐 부르며 오시노 공작의 시녀로 들어갔다가 이내 그에게 반한다. 오시노는 아름다운 백작 부인 올리비아한테 빠져 세사리오를 보내 청혼하지만 올리비아는 오히려 세사리오(비올라)한테 홀딱 반하고, 그러는 동안 세바스찬은 자신을 도와준 선장 안토니오를 찾아 섬을 헤맨다. 신분을 뛰어넘어 사랑에 빠지는 올리비아의 모습을 통해 신분사회의 약화 내지 해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생생한 현장감과, 시적 함축성은 한 권의 시집을 읽는 서정성과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쌍둥이 남매 세바스찬과 비올라가 탄 배가 폭풍에 휩쓸려 서로 헤어지게 된 뒤 각각 일리리아라는 고대 국가에 상륙한다. 먼저 일리리아 해안에 상륙한 여동생 비올라는 여자의 몸으로 낯선 이국땅에서 살 길이 막막하자 남장을 하고 세자리오라는 이름으로 올시노 공작의 몸종이 된다. 올시노 공작은 오랫동안 올리비아라는 여성에게 구혼을 하고 있었으나 올리비아는 오라버니가 세상을 뜬 슬픔에 7년 동안이나 은둔 생활을 하며 공작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작은 충직한 몸종 세자리오를 올리비아의 구애 중개자로 삼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자리오, 아니 비올라는 남몰래 공작을 사모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리비아가 세자리오를 사랑하게 되면서 사태는 점점 복잡하게 얽힌다. 비올라는 금방 올리비아가 헛되이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눈치 챈다.

 이런 와중에 세바스찬도 일리리아에 도착한다. 올리비아가 그를 보고 세자리오인 줄 알고 청혼을 하고 물론 세바스찬은 아름다운 올리비아의 청혼을 쾌히 받아들여 두 사람은 당장 결혼식을 올렸다. 공작은 올리비아의 결혼에 절망하고 자신의 하인이 자신의 연인을 가로챈 것에 몹시 분노했다. 하지만 두 쌍둥이 남매의 사연이 밝혀지고 남장을 벗고 아름다운 여자로 돌아온 비올라를 보고는 공작은 그녀를 공작부인으로 맞아들인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4대 비극시대로 다가가기 직전에 쓴 것이다. 즉 『한여름밤의 꿈』이래 일련의 낭만희극의 마지막 작품이다. 튼튼한 구성에 극적 전개가 매우 경쾌한 템포로 진행되며, 극중 인물도 줄거리를 전개시키기 위한 단순한 인형적인 위치를 벗어나 적극적 성격을 나타낸다. 그만큼 셰익스피어의 원숙한 기교와 깊은 인간적 통찰력이 작품 속에 서려 있어 그의 문학이 갖는 독특한 매력과 가치가 돋보이는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희극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1601년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셰익스피어의 <십이야(Twelfth Night)>는 셰익스피어가 부제목을 붙인 유일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Twelfth Night or What You Will (written in 1601)’이라는 제목과 부제목은 둘 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Twelfth Night’는 크리스마스 시즌(Christmas season)의 열두 번째 날인 1월 6일 날 밤을 의미한다.

 제 12일 밤이 크리스마스로부터 열두 번째 밤 곧 1월 6일인데 이 주현절(Epiphany)축제일은 셰익스피어 시대에 있어서는 크리스마스만큼이나 큰 축제일이었다. 그런데 이 극이 갖고 있는 부제(副題: Or what you will)는 이 극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어지던 셰익스피어는 별 상관 않겠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이 희극에서의 복장은 단순히 정체(신분)를 숨기고 위장하는 것이 아니다이 작품에서 복장은 거의 마법적인 힘을 갖는데극의 마지막에 오시노 공작이 예비 신부 비올라에게 그녀 본명을 부르지 않고 그녀가 여인으로서 옷을 입기 전까지 온전한 여인으로 대하지 않는다2막 4장 비올라와 오시노 공작의 대화에서 성()에 따라 달리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이 되풀이 되어 표출된다신분을 뛰어넘어 사랑에 빠지는 올리비아는 신분사회의 약화 내지 해체를 보여준다

 부제목 ‘What You Will’은 현대의 수용 이론가들처럼 셰익스피어가 대본과 공연의 의미를 독자나 관객 마음대로 해석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더 설득력이 있는 해석은 아마도 이 작품의 제목은 르네상스의 십이야 축제를 전후한 카니발 같은 분위기를 의미하며, 그래서 정상적인 삶의 질서나 상식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거나 의도적으로 뒤집어 놓고 벌이는 소동과 난장판이 진지하고 심각한 문제들과 뒤엉켜있는 상황을 나타낸다.

  다른 작품 <속은 자들>의 서곡에 ‘la notte di Beffana’(구주의 현현한 날 밤, 혹은 제 12일 밤)가 들어 있는 것을 보면 셰익스피어는 극의 제목을 여기서 가져온 듯하다. 그렇다고 해도 이 극이 1601년 1월 여왕을 방문한 브라치아노 공작인 돈 발렌티노 오시노를 위해 제 12일 밤에 공연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