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의 희곡

셰익스피어 희곡『리어왕(The King Lear) 』

by 언덕에서 2011. 12. 22.

 

셰익스피어 희곡 『리어왕(The King Lear)

 

 

 

영국 극작가 W.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1564∼1616)의 희곡으로 5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605년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1606년 상연되었고 1608년 간행되었다. 맥베스ㆍ햄릿ㆍ오셀로와 함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라 불린다. 리어왕은 영국의 전설적인 국왕으로 16세기의 영국문학에서도 가끔 등장하는데, 셰익스피어는 그와는 달리 독자적으로 다루었다.

 ‘홀린즈헤드’(Holinshed.?∼1580)의 <연대기>(1577)에서 취재하였으나, 고대 브리튼 야사 속 일화에서 소재를 얻은 것인데 극은 은혜를 배반함을 주제로 하여 병행하는 주와 부의 줄거리를 둘러싸고 전개된다.

 늙은 왕 리어는 효성이 지극한 막내딸 코딜러어를 믿지 않고 오히려 부실한 맏딸과 둘째딸의 감언이설에 속아 나라를 물려주었기 때문에 배신한 그 두 딸에게 쫓겨나 황야를 헤맨다. 프랑스 왕에게 시집간 코딜리어는 왕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구하러 오지만 오히려 패하여 그녀는 포로가 되었다가 교살된다. 이후 리어왕은 번민하다가 죽는다는 것이 주된 줄거리이다. 버금되는 줄거리는 성실한 적자 에드거를 멀리하고 불실한 서자 에드먼드의 감언을 믿다가 몰락하는 글로스터 백작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극중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리어왕이 폭풍의 광야에서 광란하는 장면인데, 여기에 고뇌하는 리어왕에게 불후의 광대적인 성격을 부여하여 드물게 보는 비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 작품에 대해 영국의 비평가 램은 보통 사실극의 구성과는 너무 동떨어진 극적 천재가 발휘되어 '상연 불가능'하다고 극찬을 했는가 하면, 톨스토이는 가혹한 평을 하는 등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영국의 전설상의 왕인 리어에게는 고너릴, 리건, 코델리어의 세 딸이 있었다. 그는 이미 늙었기 때문에 딸들에게 국토를 나누어주려고 했다. 두 언니가 마음에도 없는 아부를 하는 것을 보고 진실한 코델리어는 화가 나서 일부러 매정하게 응답했으므로 부왕에게 추방당한다. 리어는 두 딸들에게 교대로 머물기로 했으나 양쪽 모두에게 심한 학대를 받게 되자 궁정의 광대와 충신인 켄트 백작 두 사람만을 데리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광야에게 두 딸을 저주하며 광란한다. 여기에서 리어는 결국 '왕도 역시 일개의 인간에 지나지 않으며 인간은 벌거벗은 동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프랑스 왕비가 된 코델리어는 부왕의 참상을 듣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영국으로 가지만 리어와 함께 포로가 되고 그녀는 죽는다. 리어는 딸의 주검을 보고 슬퍼하여 절명한다. 두 딸은 불륜의 사랑으로 신세를 망치고 고너릴의 남편인 앨버니 공작이 왕위에 오른다

 

 

 

 

 

 연극이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 내면세계의 극한을 추구하면서 시적 표현으로 가득 찬 최고의 운문을 보여준 셰익스피어였다. 셰익스피어는 영국이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는 대문호이다. 그는 인간의 내면을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예리하게 그려냈다. 언어의 마술사인 작가의 절묘한 표현과 철학적 주제가 잘 어우러진 비극적인 작품들(Hemlet․Othello․Macbeth․King Lear)은 '진실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대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인간의 장대하고 비극적인 세계'를 제시하고 있다.

 『리어왕』은 두 번 다시 읽을 용기가 나지 않는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처절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에서 아버지와 자식간의 애정과 신뢰에 관한 문제를 다원적으로 전개시키고 있다. 등장인물은 어느 정도 보편성을 띠고 있는데 충성과 미덕의 인물(켄트, 글로스터 백작, 셋째딸)은 악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식의 전환을 보여 주고, 배은(背恩)과 악덕의 인물(에드먼드, 둘째딸, 셋째딸)은 구제할 수 없는 지경이 이른다. 이 작품에서는 선만이 파멸되는 것이 아니라 악도 비참하게 끝을 맺는다.

 

 

 

 리어 왕의 처절한 비극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지혜의 부족이다. 한 국가의 왕에게는 가식과 진실, 명과 암, 옥과 돌을 구별할 수 있는 명철한 지혜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분별력이 결여되어 비극의 원인을 자초했다. 리어왕의 비극은 명철함의 결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군을 이끌고 온 코델리아의 선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간악한 에드먼드의 군대가 승리하는 데에도 있다. 결국 리어왕은 광증에 빠져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황야에서 헤매는 그의 모습은 글자 그대로 참담하다. 그가 황야에게 보고들은 것은 천둥소리와 번갯불이며 비바람과 무한히 펼쳐진 어둠과 하늘이다. 이렇게 자기분열의 고통 속에서 이윽고 인간의식의 부싯돌은 빛을 발하게 된다. 일종의 깨달음인 것이다. 허식에 눈이 가리어 인간 실존에 눈이 어두웠던 그는 비로소 명철함을 얻게 되고 신의 섭리까지도 의식하게 된다.

 리어왕이 광증에 빠지고서야 인생을 올바르게 관조하게 되었듯이 글로시스터 역시 두 눈을 뽑히고 맹인이 되어서야 적자인 에드거의 효심을 깨닫는다. 다시 말하면 위선에 눈이 멀어 진실을 모르다가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마음의 눈을 뜨는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인간의 위대함과 숭고함은 가혹한 고난과 시련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삶의 진리를 셰익스피어는 리어왕의 죽음을 통해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