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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아서 밀러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by 언덕에서 2011. 11. 4.

 

아서 밀러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1915∼2005)의 희곡으로 부제는 ‘어떤 2막의 사적 회담과 진혼가’이다. 1949년 발표했고 동년 초연한 이래 2년간 계속 상연되었으며, [퓰리처상], [연극비평가상], [앙투아네트 페리상] 등 3대 상을 수상한 최초의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미국 연극계 최대 걸작의 하나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대공황이 오기 전까지 윌리 로먼은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번쩍이는 차와 새 집, 새 가구가 있었고, 세일즈맨으로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실적과 전도유망한 아들들이 있었다. 그러나 불황은 서서히 윌리의 입지를 잠식해 들어오고, 아들들은 그를 실망시킨다. 윌리는 두 아들 비프와 해피가 그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낙오자가 되자 과거로 도피하고 만다.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엿볼 수 있으며, 주인공의 죽음을 건 최후의 자기주장은 감동적이다. 늙고, 피로에 지친 그의 뇌리에 쉴 새 없이 떠오르는 과거의 장면을 현실과 교착시켜 무대에 표현하는 극작술은 독창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9년 오화섭의 번역으로 정음사(正音社)에서 간행되었다.

 

 

영화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 , 1985 제작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윌리 로만은 63세의 세일즈맨이다. 그는 원래 전원생활과 노동을 좋아했지만, 크게 성공해 보겠다는 꿈을 안고 이 일을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고 근면하게 일하면 언젠가는 자기의 사업체도 갖고, 전화 한 통으로 전국적인 거래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그것이 비로 미국 ― 만인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고 성공으로의 무한한 가능성을 갖춘 나라였다.

 그에게는 가정적인 좋은 아내 린다가 있고, 월부로 구입했지만, 언젠가 자신의 소유가 될 집 한 채가 있었으며, 미래의 희망인 두 아들이 있었기에 그는 아주 행복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로만의 미래 설계는 차츰 무너져 갔다. 그의 수입은 점점 줄어들었고, 게다가 30년 이상 근무한 회사는 그를 해고시켜버렸으며, 그의 희망이었던 아들들마저 빗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기대에 배반당했다는 쓸쓸함, 늙은 육신에서 오는 피곤함과 절망감, 잃어버린 인생에 대한 회한은 그를 미친 사람으로 이끌었다.

 그의 머리 속에는 좋았던 시절인 과거의 환영과 현재의 힘든 생활이 복잡하게 뒤섞여 점점 더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궁지에 몰린 그는 장남에게 보험금을 남겨 줌으로써 자신의 위대함을 보여주려고 매일 다투어온 비프와 화해하던 날 밤에 자동차를 과속으로 몰고 나가 자살해 버린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나온 보험금으로 집의 마지막 할부금을 지불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장례식 날, 로만의 아내 린다는 그토록 원했던 집도 갖게 되었지만, 이제 그 집에는 아무도 살 사람이 없다고 울부짖는다.

 

 

영화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 , 1951 제작

 

 

 

 미국의 어느 저명한 프로듀서는 연출가 엘리아 카잔이 이 작품의 대본을 가져왔을 때,  "이렇게 어둡고 비극적인 노인의 이야기는 상연하기에 적당하지 않아요."라면서 거부했다고 하는데, 후에 대성공을 거두자,  "대어를 놓쳤다."면서 후회했다고 한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현대 비극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평범한 세계, 평범한 인간은 비극의 경지까지 오를 수 없다는 상식을 부정하는 작품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전형인 한 세일즈맨의 죽음을 통해 고도로 발달된 산업사회에서 기인하는 물질만능주의, 인간 소외와 생명의 존엄성 문제를 다룸으로써 현대에도 비극이 가능함을 보여 주고자 했다.

 

 

 주인공 윌리 로만은 막이 열리면서 견본품이 든 무거운 가방을 양 손에 든 채 귀가한다. 그의 처진 어깨에서는 힘든 생활에서 오는 피로가 풍긴다. 그러나 그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는가에 대해 이 극은 확실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이는 작가의 의도로 월리 로만이 팔고 있었던 것이 스타킹이나 액세서리 같은 특정 상품이 아니고 세일즈맨 자신이었음을 상징한다. 결국 로만은 자기 자신을 조금씩 팔아넘기며 사라져 간 것이다. 이처럼 ‘자기 자신을 판다’라는 것은 세일즈맨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작품은 평범한 샐러리맨의 꿈과 현실과의 괴리, 부자간의 사랑을 담으면서 회상 형식의 극작법을 이용해 현대인의 불안을 강하게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