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함'을 추구하는 모든 종교에서 왜 폭력적인 모습이 보일까?
이슬람 지역에서 서방국을 향한 테러나 납치 등은 거의 매일 신문을 장식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신도가 많지 않아서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별로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인의 이슬람에 대한 시각은
1) 무지하거나,
2) 서구 시각에 따라 ‘악의 집단’으로 간주하거나, 아니면
3) 완전히 반대 시각에서 별 문제가 없는 종교인데 서구 제국이 이슬람에게 나쁜 이미지를 덮어씌웠다고 생각하는 경우
셋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무지한 것을 제외하고는 둘 다 옳은 관점은 아니라는 게 제 의견입니다. 무슬림들을 개개인 만나면 그렇게 착하고 평화로운 사람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슬람이 걸어온 행적을 보면 과연 아무 문제가 없는 평화의 종교일까요? 이는 오로지 역사적 관점에서만 보자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이슬람은 아주 폭력적이고 정치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확산해온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이슬람은 기독교, 유대교와 앙숙이지만 초기에는 내부 패권 다툼에서 아주 살벌하고 끔찍한 살육전을 벌였습니다. 역사서를 살펴보면 그 권력 다툼은 조선 태종 이방원이 왕이 되려고 형제를 때려죽인 ‘왕자의 난’보다 더 끔찍하지요.
대표적인 사건이 제4대 칼리프 자리다툼으로 벌어진 ‘알리’의 암살 사건입니다. 무하마드의 인척인 ‘알리’를 칼리프로 뽑아야 한다, 아니다, 능력으로 뽑아야 한다는 의견 충돌으로 알리의 반대세력이 알리와 그 일가친척까지 모조리 죽인 끔찍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 일로 인해 이슬람은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고, 지금까지도 수니와 시아는 서로 앙숙이지요. 1980년 벌어진 이란 - 이라크 전쟁도 따지고 보면 미국이 이이제이(以夷制夷)수법으로 조종한 것이지만 제가 볼 때는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전쟁이었습니다.
기독교와 유대교 앞에서는 이슬람이 앙숙, 이슬람끼리는 수니와 시아가 앙숙 그런데 모두 같은 신(여호와, 야훼, 알라)을 믿는 무리라니 아이러니합니다.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은 이슬람교가 유대교와 기독교의 단점을 보완한 가장 완벽한 신앙이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왜 이슬람끼리 이런 일이 생길까요? 그러면 무슬림들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하느님(알라)은 완벽하지만 인간이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바로 그것입니다. 종교문제는 결국 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인간끼리 서로 다른 종교를 내세워서 자신의 종족 번식에 유리하도록 자원을 많이 차지하려는 생존 경쟁에 거창한 껍데기를 씌워 놓은 겁니다. 기왕이면 더 좋은 명분으로 자기편을 많이 줄 세우려고 그런 것이지 어느 종교는 옳고, 어느 종교가 틀려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상에 어느 종교가 사람을 죽이고 남의 물건을 약탈해라고 가르치겠습니까? 그것만 아니면 어느 종교를 믿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종교보다는 인간답고 올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혹시 제가 이슬람교를 비난하고 은근히 기독교를 옹호한다고 평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독교는 과연 평화적인 종교이냐는 것이지요.
사도 바울
기독교는 처음에 사랑과 평화를 내세웠지만, 세력이 강해진 다음에는 신념을 전파하기 위해 다른 종교와 살벌하고도 물리적인 충돌을 끊임없이 만들어 냅니다. 기원 이후 유럽과 중동, 신대륙의 전쟁은 대부분은 기독교로 인해 발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는 다른 신을 부정하는 기독교의 유일신 원리와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적극적인 선교 특성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신의 말씀을 전하다가 박해를 받는 점에서 무함마드는 예수 그리스도와 비슷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세속의 권력과 싸우지 않은 데 반해 무함마드는 무력으로 맞서는 점에서 확연히 차이를 보입니다. 어쩌면 신념을 위해 반대 세력과 무력으로 싸웠다는 점에서는 20세기 러시아 혁명가 레닌이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키면서 밟은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불교는 폭력적이지 않을까요? 제가 만나본 스님들 중 많은 분들은 권위적이며 자신의 생각과 다른 부분을 논하는 신도들에게 공격적이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스님이 훨씬 더 많겠죠).
불교의 영원한 모델인 석가모니의 인간상과 간화선 수행자의 품성에 대해 고찰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석가모니는 매우 다정다감하고 신중하고 치열한 수행자이며 온건하고 합리적인 품성의 소유자였지만 이후의 수행자는 석가모니와는 달리 냉정하고 성급하며 과격하며 비합리적인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특히 선 수행을 해보겠다고 발심한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불교가 무엇이며, 참선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석가모니 부처님처럼 온화한 태도와 논리적인 언어로서 가르쳐주는 스님을 만나는 것은 극히 드물다는 지적도 많지요. 한국학을 전공한 러시아 학자 박노자는 한국 불교가 폭력적인 것은 스님들이 군대에서 폭력을 배워 온 결과라는 주장도 했지요. 어느 불교연구학자는“깨달음이라는 이름으로 몽둥이찜질과 주먹질 등이 통용되는 것이 과연 불교적인가”라고 반문한 뒤 “탐진치 삼독을 없애지 못하면 선은 불교수행이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1998년 조계종 종단 갈등 때 폭력 사태 모습 사진 <한겨레>자료
이승만 정권 이후 불교 내부에서는 물적. 인적 자원을 둘러싼 분규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그 과정에서 폭력적인 모습을 많이 노출했습니다. 무슨 '법난'하는 것들에는 항상 각목과 폭력이 이어져 왔지요. 다 어쨌든 깨달음과 진리의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하군요.
'선함'을 추구하는 모든 종교에서 왜 폭력적인 모습이 보일까? 갑자기 가져본 의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일까요? 기독교나 이슬람교의 하느님(알라)은 완벽하지만 인간이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부처님은 위대하지만 인간은 어리석기 때문일 겁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종교문제는 결국 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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