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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중국 소설가 모옌

by 언덕에서 2012. 10. 12.

 

 

 

중국 소설가 모옌(莫言.1955∼ )

 

 

 

 

 

 

 중국 소설가. 본명은 꽌모예(管謨業). 산둥성 가오미현의 농가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출생. 소학교 시절에 '문화혁명운동'이 시작되면서 소학교를 중퇴, 수년간의 농촌 생활 후에 1973년 면유 가공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다가 1976년 입대했다.

 해방군예술학원 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북경사범대학, 노신문학원 창작연구생반을 졸업, 문예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장이모 감독에게 베를린 영화제 대상을 안겨준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중국에서는 1980년대 초부터 문제작가로 떠올라 현재는 최고의 작가로 대접받고 있다

 1981년 격월간 「롄츠(蓮池)」에 처녀 단편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를 발표하면서 등단 이후 <추한 병사><목화 파는 거리><황금색 홍당무><메마른 하천> 등 유년기의 고향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발표하면서 획기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당시 대다수 작가들이 정치적, 이념적 작품을 썼던데 반해 모옌은 성욕, 물욕, 잔혹성 등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때론 잔혹, 리얼하게, 때론 서정적으로 묘파, 문제작가로 떠올랐다.

 1986년 발표한 <붉은 수수밭>이 장이모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1988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감독과 함께 원작자 모옌도 세계적 작가로 떠오른다. 1993년 발표한 <술의 나라>는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출간돼 호평을 받고 있다. 1995년에 발표한 <풍만한 젖가슴과 살찐 엉덩이>는 그에게 대가(大家)문학상을 안겨주며 영화화돼 호평을 받았으나 외설적인 이유로 판금되기도 했으며, 1989년에는 <백구 그네 대>로 대만 롄허보도상을 수상했다. 2002년부터 그의 고향 산둥대학 교수로 있다.

 <붉은 수수밭>은 1988년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그랑프리 수상작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작품 자체보다는 먼저 영화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작품이다. 중편 <투명한 홍당무>(1984)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작가 모옌은 이 <붉은 수수밭>(1986)을 통해 일약 저명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 1980년대 중국 문단을 대표하는 청년 작가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된다.

<붉은 수수밭>의 세계는 복합적이다. 그 속에는 민족의 역사와 종의 신화, 강렬한 생명 의식과 투명한 감각, 잔혹한 현실과 그리운 환상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나의 삼대의 경험과 감각과 의식이 공존하며, 과거․현재․미래의 시간들이 부단히 엇섞이면서 빚어내는 풍부한 미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타는 듯한 붉은빛과 들척지근한 피비린내, 가뭄과 홍수에도 살아남는 생명력, 묵직한 일렁임의 역동성이 한데 어우러진 '붉은 수수밭'의 상징이 자리잡고 있다.

 1997년 희곡 <패왕별희>를 창작했고, 훗날 이 희곡은 무대에 올려져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두 달간 연속 공연되면서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삼십 년 내내 농촌 배경의 소설만을 창작하고 있는 모옌은 현재 중국어권 작가 중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어 왔고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1981.처녀작) <황금색 홍당무>(1984.중편.1985년 ‘투명한 홍당무’로 개작) <붉은 수수밭>(1986.중편.인민문학) <홍까오량가족(紅高梁家族)>(1987.장편) <티엔탕 마늘종 노래>(1988) <백구 그네 대>(1989) <술의 나라>(1993,장편) <풀을 먹는 가족(食草家族)>(1993) <풍만한 젖가슴과 살찐 엉덩이(豊乳肥臀)>(1995) <탄샹싱(檀香刑)>(2001.장편) <사십일포(四十一4)>(2003) <생사피로(生死疲勞)>(2006) <추한 병사><목화 파는 거리><메마른 하천><환락>

【희곡】<패왕별희>

 

 

 

<영화 '붉은 수수밭의 한 장면>

 

 

<세계문학의 거장들- ‘붉은 수수밭’ 작가 모옌> - 박명애: 동아일보(2005. 4. 17)

 모옌은 1988년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영화 <붉은 수수밭(紅高粱)>의 원작자다. 올해 만 쉰 살이 된 그는 현대 중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모옌은 글자 그대로 ‘말이 없다’는 필명이다. 실제 그를 만나 보면 과묵한 사람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는 굴레를 벗은 말(馬)이 된다. <붉은 수수밭>이 그랬듯이 작품들의 배경은 거의 그의 고향인 산둥성 가오미현 둥베이다. 고향에서 자기 문학의 밑거름을 얻어온 그는 자택이 있는 베이징을 떠나 지금도 새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고향에 가 있다. 모옌은 고향의 척박한 땅에서 벌어진 중국 근현대사에 천부적인 상상력을 가미해 소설로 재생산해 왔다. 내가 그에게 어린 시절에 대해 묻자 그는 고향 이야기를 꺼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저에게 고향은 지긋지긋한 곳이었죠. 옷이 없는 여름이면 맨 살갗이 타서 새카맣게 되고, 겨울이면 바들바들 떨면서 자랐습니다. 1976년에 군에 입대했는데 남들은 눈물을 흘렸지만 저는 날아갈 듯 기쁘더군요.”

 그렇지만 그는 결국 고향이 자기 작품의 모태이자 젖줄이라는 걸 인민해방군에 들어가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저는 군대 들어가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주인공을 도시 사람처럼 만들어보려고 해도 잘 되지가 않더군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은 수수밭 콩밭 목화밭 같은 것이었죠. 결국 다시 고향 땅을 밟았을 때 먼지를 뒤집어쓴 밀 이삭조차 예뻐 보이더군요. 결국 처참했던 저의 유년시절과 고향은 제 작품의 인물이 되고, 상상력의 보고가 된 것입니다.”

 모옌은 1981년 단편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를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한 풍경이 있다. 혹독한 가뭄 또는 극심한 홍수, 외세의 침략이 시작되자 눈앞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친자식을 고깃덩이처럼 팔아버리는 아비 어미의 모습이다. 아, 이렇게 잔인한 것이 인간이구나, 하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생생하게 그려진 이런 장면을 읽고 나면 모옌은 천재성이 농후한 이야기꾼이자 천부적인 상상력의 소유자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또한 그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이란 것인가 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가령 가난에 지쳐 자식을 팔면서도 슬퍼하지 않고 낙천적인 인간 군상들(작품 ‘술 나라’), 조정 대신들이 보는 앞에서 명령을 받고 인간 살점을 구백구십구 조각으로 베어내는 망나니(작품 ‘탄샹싱’), 평생 여자들의 젖가슴을 찾다가 끝내는 정신병원까지 다녀오는 금동(작품 ‘풍유비둔’)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그렇다. 모옌은 열강이 만든 근대사의 그늘 아래서 숨을 죽이고 때를 기다려왔던 대륙의 시뻘건 생명력을 생생하게 그려낸 세계적인 작가다. 바로 극단까지 간 갖가지 인간의 운명과 얼굴을 통해서 말이다.

 그는 1990년대 들어와 장편소설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썼으며, 질그릇 같은 문체로 현실과 환상 사이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즐겨 다뤘다. 장편 <술 나라>가 그런 이야기다. 실제 ‘술고래’인 모옌은 이 작품이 ‘내 대표작’이라고 했다. 한 광산촌에서 아이들을 잡아먹는 일들이 벌어지자 수사관이 파견되는데, 이 수사관마저 술독에 빠져버리는 희화화한 이야기다. <술 나라>를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술독에 빠진 상태로 세상을 보면 진리라는 것 자체가 가장 위선이며, 선이라는 것 자체가 악의 일부분이고, 먹고 먹히는 세상이 아주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생각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진실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날의 소설문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소설에는 언어도 있고, 이야기성도 있고, 구조도 있습니다. 하지만 뭐가 없는지 아십니까? ‘신비한 그 무엇’이 없습니다. 소설은 허구적인 신비를 노래하는 것이거든요. 소설가가 언어와 이야기, 구조를 다 장악한다고 해서 위대한 작품이 되는 건 아닙니다. 제가 고향을 제 서사구조에 끊임없이 삽입하는 것도 이 세 가지 외에 다른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죠. 고향에는 신화의 세계가 있고, 인간의 영혼을 위로해 주는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가 있지요.”

 그는 새 작품 구상이 끝나는 4월말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을 거란다. 그는 고향의 자기 집을 ‘창고’라고 부른다. 실제 창고를 개조했다. 그 창고에서 바람 소리, 밀밭 향기, 검붉은 태양이 일렁이는 새 작품이 또 탄생하기를 기원해 본다.

 

 

<모옌, 중국 국적 작가론 처음 노벨문학상 수상> 조선일보(2012. 10. 12)

'검열의 나라' 작가 수상… 서구사회서 논란 가능성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인 소설가 모옌(莫言·57)이 11일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모옌이 민간설화와 역사, 동시대를 결합해 환상적인 리얼리즘을 이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 소식을 접한 모옌은 "매우 놀랐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요원하다고 생각했다"며 의외의 수상에 기쁨을 표했다. 지난 2000년 프랑스 망명 중국인 작가 가오싱젠이 이 상을 받았으나 중국 국적 작가가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모옌은 중국 내 지한파 작가로 통한다. 그러나 엄격한 검열, 정부 비판 작가 연금 등으로 서구의 비판을 받아온 중국이 노벨문학상 수상국이 됐다는 사실은 논란거리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