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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이별가

by 언덕에서 2016. 6. 24.

 

 

 

 

 

 

 

 

 

 

 

 

 

 

 

 

이별가(離別歌) 

 

                                                                                                                               박목월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놀랍게도 장례식장은 텅비어 있었다. 10년 전, 그의 동생이 먼저 별세했을 때 장례식장은 발 디딜 틈 없었던 기억이 났다.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지만 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옛말이 생각났다.  그와 친했던 지인들에게 함께 문상 가자고 전화를 했으나 모두들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것을 보고는 나는 쓴 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빈소가 부산에서 먼 천안이고 다녀오는데 하루가 걸리니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더우기 앞으로는 그와 만날 일이 없으니 그런 셈법이 작용했을 것이다.  세상 인심이란 원래 이런 것인데 나 홀로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문득 중학교 영어교과서에서 보았던 벤자민 프랭클린1의 자서전에서의 '호각'이라는 일화가 생각났다.

 "You pay too much money for the whistle."

 이를 직역하면 "너는 호르라기값을 너무 많이 지불했구나."인데, 쓸데없는 데다 지나친 비용을 치루는 어리석은 경우를 의미한다. 순진하고 정 많았던 그는 불필요한  호각을 구입하느라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한 것은 아닐까? 그 호각을 구입하느라 좋은 나이에 몸을 망치고 누적된 피로로 인해 운명을 달리 했으니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빈소를 나서는 내게  '뭐락카노 뭐락카노...'하며 그가 부르는 듯했다.  무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며 목월처럼 나는 대답했다.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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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706 ~ 1790)벤저민 프랭클린은 18세기의 미국인 가운데 조지 워싱턴 다음으로 저명한 인물일 것이다. 전기에 관한 실험보고서와 이론은 유럽 과학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1757년에 정치생활의 첫걸음을 내디딘 뒤 30여 년 동안 큰 족적을 남겼다. 정치가로서 그는 아메리카 식민지의 자치에 대해 영국의 관리들과 토론을 벌일 때 식민지의 대변인으로 활약했고, 독립선언서 작성에 참여했으며, 미국 독립전쟁 때 프랑스의 경제적·군사적원조를 얻어냈다. 또한 영국과 협상하는 자리에서 미국 대표로 참석하여 13개 식민지를 하나의 주권 국가로 승인하는 조약을 맺었으며, 2세기 동안 미국의 기본법이 된 미국 헌법의 뼈대를 만들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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