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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오늘은 한글날... 지금, 멘붕(メンブレ·mental break) 상태입니까?

by 언덕에서 2012. 10. 9.

 

 

 

오늘은 한글날... 지금, 멘붕(メンブレ·mental break) 상태입니까?

 

 

베트남 여행 때 하노이 한국문화원에서 우리말을 배우는 베트남 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다. 그들은 교과서대로 한국어를 배워도 한국인들과 실제로 대화를 하면 통하지 않는 점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한국인은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데, 그들은 한국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핸들을 이빠이 틀어 고고씽해라"는 말을 그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교과서에 없는 단어들 때문이다.

 

주유소에 들어가 기름을 만땅꾸(가득) 넣고 빠꾸(후진·물러나다)하다 뒤차에 부딪쳤다. 맙소사 범퍼에 기스(흠)가 났다. 이쯤 되면 멘붕(정신적 공황상태)이다.

 

 외국으로부터 들어와 자국어(自國語) 중에서 쓰이는 말이 외래어(外來語) 인데, 이것은 자국어에서 관용(慣用)되는 정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뉜다.

 

 1. 귀화어(歸化語) : 차용된 뒤 자주 쓰이는 동안 귀화하는 과정을 거쳐 나중에는 완전히 동화해 버리고 만 말. 곧, 거의 외래어라고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자국어화한 말이다.

 예) 고무(gom, 和), 구두(クシ, 日), 남비(lamp, 英), 책(冊, 中)

 * 한자어로 된 외래어는 다 이 귀화어이다.

 

 2. 차용어(借用語) : 귀화어처럼 익지 않아, 아직 외국에서 온 것이라는 의식을 느끼게 하는 외래어.

 예) 즈봉(jubon, 佛), 타이어(tyre, 英), 밀크(milk, 英), 아편(apium, 馬), 빵(pan, 葡),

 뎀뿌라(tembero, 葡), 조로(joro, 葡), 펭키(penk, 和), 멘스(面子, 中),

 오뎅(オラソ, 日), 다다미(タタミ, 日)

 

 3. 외국어와 다름없는 외래어 : 가장 생소한 외래어.

 예) 닥터(docter, 英), 모델(modele, 佛), 아르바이트(arbeit, 獨), 베치카(bechika, 露), 꾸냥(姑娘, 中)  

 

 

 

 

 

 외래어는 본래 외국어에서 차용해 온 단어로, 사용이 익어서 사회적으로 인정이 되어 우리말 체계 속에 융합된 단어. 외래어 또는 차용어(借用語)라 한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중국문화의 접촉을, 근대로부터 서양문화를 많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의식주에 관한 와래품(外來品)의 명칭은 말할 것도 없고, 종교철학 같은 무형문화(無形文化: 정신문화)에 관한 한자어(漢字語), 서구계(西歐系) 외래어가 많이 들어왔다. 이 결과 국어의 어휘가 풍부하게 되었으나, 동음어(同音語), 동의어(同義語) 등의 과잉 등으로 불편을 면하지 못하였다.

 한 시대에 들어온 외래어를 보면, 어떠한 문화권(文化圈)과 교섭하였나를 알 수 있다. 외래어는 문화 수준이 낮은 민족의 언어보다 높은 민족의 언어에서 영향을 받는 수가 많다.

 외래어 안에는 고무, 우동, 껌, 세루 등과 같이 외국어란 의식을 가지면서 우리말과 같이 생각되는 것이 있고, 외래어란 의식 없이 일반적으로 우리말이라고 생각하는 외래어 곧, 말(몽고어), 부처(梵語), 포대기(蒲團) 등이 있다.

 또 외국어를 차용하는 경우에 국어의 음운상(音韻上)ㆍ문법상의 특질에 따르고, 의미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에서 바뀌는 관계로 원어(原語)와 차이가 나는 것이 있다. steam(스팀), strike(스트라이크), film(필름) 등과 같이 음운상으로는 우리나라 음운조직에 맞도록 바꾸며, 외래어는 일반적으로 명사(名詞)로서 수입되는 것이 많고, 동사, 기타 품사도 명사화하여 사용하는 문법상의 특질이 있다. 곧, sign(사인)하다, catch(캐치)하다, smart(스마트)하다, real(리얼)하다 등과 같다. 의미상에서도 boy(보이)가 급사(給仕)로, atrbeit(아르바이트)가 임시내직(內職)으로, crayon(크레용)이 색연필로, trump(트럼프)가 놀이기구 등으로 쓰여 원어(原語)와 다른 것이 많다.

 

 

 우리말에서 외래어가 많은데, 원어를 중심으로 대강 더듬어 보면, 다음과 같다.

 

 ▶범어(梵語) : 열람(閱覽: yama) / 나한(羅漢: arhan) / 사문(沙門: sarman) / 부처(buddha) / 가사(袈裟: kasayd)

 ▶포루투갈어 : 라사(raxa) / 즈봉(gibao) / 가빠(capa) / 사봉(sabao) / 빵(pao) / 카스테라(castella)

 ▶스페인어 : 메리야스(medias)

 ▶네덜란드어 : 고무(gom) / 뼁끼(pek) / 세루(serge) / 부리키(blik) / 폼프(pomp) / 콤파스(kompas) / 마트로스(matross)

 ▶영어 : 껌(gum) / 사아지(serge) / 카드(card) / 바께쓰(bucket) / 샤쓰(shirts)

 ▶독일어 : 가아제(gaze) / 오블라이터(oblate) / 카르테(karte) / 이데올로기(ideologie) / 스키(ski) / 아르바이트(arbeit) / 노이로제(neurose)

 ▶프랑스어 : 아틀리에(atelier) / 뎃상(dessin) / 크레용(crayon) / 샹송(chanson) / 앙코르(enchore) / 콩쿠르(concours) / 베레모(帽: beret) / 망토(manteau) / 코뮤니케(communnique)

 ▶이탈리아어 : 소프라노(soprno) / 안단테(andante) / 템포(tempo) / 피아노( piano) / 오페라(opera)

 ▶러시아어 : 페치카(pechka) / 툰드라(tundra) / 인텔리겐차(intelligentzia) / 토치카(tochka)

 ▶중국어 : 꾸냥(姑娘) / 궁스(公司) / 멘스(面子) / 책(冊) / 붓(筆)

 ▶일본어 : 구루마(くるま) / 다마(たま) / 오뎅(おてん) / 벤또(べんとう) / 가다(かた) / 히야시(ひやし) / 모찌(もち)

 

 이중에서 일본어 영향을 받은 무분별한 외래어는 한글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심각하다. 광복 후 우리 정부는 국어순화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 일본식 문장과 표현이 그대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우리 생활에 어떤 일본어가 남아있는지, 또 우리가 모르고 사용하고 있는 일본어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멘붕’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유행어 중 하나다. ‘멘털(mental) 붕괴’의 줄임말로 우리말과 외국어가 결합된 축약어다. 정신적 공황상태를 의미하는 이 단어는 이제 방송 멘트나 신문 제목으로도 쓰이고 있다. 모 정당의 대선후보도 최근 “내가 네거티브에 너무 시달려 멘붕이 올 지경”이라는 표현을 썼다. 어원은 일본어의 멘부레(メンブレ·mental break의 준말)다. 시험성적이 최악이거나 업무 중 심각한 실수를 저질러 정신적 공황에 이른 상태를 의미한다. 수년 전부터 인터넷과 트위터 등 SNS를 타고 확산됐는데, 우리나라와 같이 멘호(メン崩)나 정신붕괴라는 표현도 쓴다.  

 일본어가 우리나라에 본격 상륙한 것은 1910년 한·일 강제병합 이후다. 강제 일본어 교육이 시작된 1920년대 부터는 고유 일본말 요소까지 물밀듯이 우리말에 들어왔다. 당시의 우리말 문학작품에는 “가시키리(대절), 고이비토(연인), 구루마(차), 나마이키(건방짐), 나지미(친구), 마지메(진실함), 오시이레(옷장), 조리(일본 짚신), 히야카시(놀림)”와 같은 일본말이 등장했다. 일본어 교육이 강화됐던 1940년 전후에는 우리말에 대한 일본말의 혼입이 그 절정에 올라섰다. 이에 따라 일본말은 우리말의 어휘체계는 물론 문법구조에까지 적지 않은 변화를 몰아왔다.

 최근에 와서 가장 대표적인 일본식 영어표현은 시험 때 부정행위에 해당하는 ‘커닝’이다. 일본의 외래어 ‘간닝구’(カンニング)를 가져온 것이다. 일본어 사전을 보면 이 말은 영어 ‘커닝’(cunning)이 원어다. 그런데 영어 ‘커닝’에는 ‘부정행위’라는 뜻은 없고, ‘교활한’이라는 뜻이다. 일본어 ‘간닝구’는 원래 영어에 없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가 흔히 ‘커닝 페이퍼’라고 하지만 실제 영어권에서는 ‘치트 시트’(cheat sheet)로 부른다.

 최근 수년 새 사용빈도가 급상승한 단어 중에 ‘진검승부’가 있는데, 이 역시 어원은 일본어다. 일본어 사전에선 “목숨을 잃을 각오로 승부한다”로 풀이하고 있다. 전쟁이 없었던 도쿠가와 막부 시절 (1603~1867년), 무사들은 목검과 죽도로 훈련을 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대결할 때는 진검으로 한다는 비장한 의미가 담겨 있다. 굳이 우리말로 바꿔 쓰자면 ‘생사 겨루기’ ‘맞짱 뜨다’, 한자어로는 ‘사생결단’ 정도가 아닐까. 

 

 

 

 

 

 유사이래, 최근의 1세기를 제외하고 전 기간 한국은 일본 문화의 모태이자 스승이었다. 말초적인 일본의 저급 대중문화가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중에서도 일본어에 의한 한글오염은 가장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학계와 기업·언론·문학 각 분야에서 공동보조의 극일운동이 이제라도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