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국회의원의 거짓말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치인과 관련된 유명한 유머 하나입니다. 정치인과 수녀가 물에 빠진다면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 답은 정치인입니다. 정치인을 물에서 빨리 건져내지 않으면 물이 심각하게 오염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유머도 있습니다.
어느날 정치인들을 가득 태운 버스가 시골길을 달리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근처의 농장에서 일을 하던 농부가 이를 보고 황급히 달려갔지요. 정치인들을 모두 땅에 묻혀 죽은 상태였습니다. 얼마뒤 출동한 경찰은 농부에게 사람들이 모두 죽었는지를 물었습니다. 농부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몇몇은 자기는 안 죽었다고 했지만 정치인들이란 워낙 거짓말을 잘하잖소?"
이렇듯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머에는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과 혐오가 깔려 있습니다. 평소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신뢰와는 너무 거리가 먼 탓입니다.
최근에는 한 결혼정보 회사가 결혼을 앞둔 여성들을 상대로 설문조사 한 결과 미래 남편의 최악의 직업으로 정치인을 꼽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이유를 보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가정에 대한 소홀' 등이 있었지만, '그냥 무조건 반대한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정치인이란 것이 힘들고 성공에 대한 보장이 낮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썩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가 크기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정치인들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는 건 죄가 되지 않는다고 굳게 믿고 있는 의식구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주에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란 시가 윤동주 시인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객관적 근거를 대어 포스팅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정체불명의 글이 윤동주 시인의 작품으로 오도되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은 ‘민족시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향후 인터넷 검색창에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을 치면 ‘윤동주’라는 이름이 안나오길 기대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인터넷 검색하면서 전현희 전의원이 쓴 아래의 에세이를 발견했습니다. 작년 11월에 쓴 글인데 당시 전현희씨는 국회의원이었지요. 전 전의원은 내용에서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를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에 만났고 이후 이 시는 삶의 가치관이자 지표가 됐다고 쓰고 있습니다. 1964년생인 전현희 전의원이 사춘기 때였다면 1980년 이전입니다. 그녀는 사춘기 때 무슨 재주로 윤동주 시집에 있지도 않은 시를 만나서 감동을 받았을까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그릇된 정보 때문이라구요? 1980년에는 인터넷이 없었습니다. 시공을 뛰어 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능력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무명 시인이 쓴 걸로 보이는 이 시는 2002년경부터 윤동주 작품으로 오인되어 인터넷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던 걸로 판단됩니다. 그녀에게 사춘기는 혹독해서 40대 초반인 2002년까지 계속된 걸까요?
신부님으로 보이는 어느 네티즌 분이 제 포스팅에 이렇게 댓글을 주셨습니다.
인터넷이 이렇게 허망하네요....요즘 스마트폰을 통해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데....
민족시인을 아무런 검증없이 갖다 붙여 놓는것은 고쳐야 하겠구요...
저도 오늘 아침 미사때 인용하려고 했는데...그냥 작자미상으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고칠 것은 고쳐야 하겠지요. 정치인들, 생각 없이 거짓말 하는 것 부터 고쳐야겠군요.
[한경에세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한국경제 2011-11-13 >
풍파 겪었지만 수확 맛보는 시절…삶의 여정에서 늘 새로운 꿈꾸길
전현희 <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elysiaj@naver.com >
색색으로 물들었던 길가의 풍성한 가로수도 가지를 드러내고,쏟아지는 햇살에도 가슴은 허허롭고 시린 계절,늦가을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의 스산한 분위기가 완연하고,해 지는 저녁은 한결 더 쓸쓸하다. 열정으로 가득한 청춘,뜨거운 한여름을 지나 이제 조금은 서늘하게 성숙해진 나이,그래서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는 필자의 인생에도 가을은 어느덧 찾아왔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시 한 구절이 있다. 윤동주 시인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냐고 물을 것입니다'라고 했던 그는 인생의 가을을 맞지 못하고 요절했지만 그의 시는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오롯이 함께 하고 있다. 감수성이 한창 예민하던 사춘기 소녀 시절 만난 이 시는 내게 삶의 가치관이자,지표가 됐다. 사춘기를 지나 캠퍼스를 누비던 대학 시절과 안정적인 치과의사를 포기하고,사법고시를 위해 고시촌을 향하던 때,자리를 잡았던 변호사 사무실에서 국회로 발걸음을 옮길 때에도 늘 마음속에 담았고,힘이 됐다.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열심히 살았는지,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아름다운 삶을 살았는지,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앞으로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덧 마주한 인생의 가을에 주변을 돌아보았다. 꿈 많던 학창시절을 지나 결혼과 출산을 통해 가정을 이뤘고,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다.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학교와 사회생활을 통해 만나게 된 선후배와 동료들,세상의 풍파 속에 소중한 인연을 맺은 지인들 모두가 고맙고,귀한 사람들이다.
사계절의 질서와 변화처럼 우리의 인생도 약동하고,피어나는 봄과 뜨겁게 열정을 다하는 여름,수확과 여유로움의 가을,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정리해야 할 겨울을 만나게 된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의 계절이 사뭇 궁금하다. 사계절의 어디쯤을 지나고 계시는지 말이다. 봄과 여름을 지나고 있지만 학업과 취업으로 좌절하고 있는 청춘들이 많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안타깝고 미안하다. 청춘이 희망을 품을 수 없게 된 사회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우리 청춘들이 사회와 미래에 희망을 갖고 인생을 설계해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고 싶다.
반대로 가을과 겨울의 계절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여름의 뜨거움을 간직한 중년도 많다. 모 TV 프로그램에서 큰 감동을 줬던 '청춘합창단'처럼 말이다. 응원과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 인생의 계절에 너무 늦었다는 생각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남은 인생과 다가올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후회 없는 행복한 삶이 되시길 기원한다.
만족하지 말자.포기하지 말자.새로운 꿈을 꾸자.오늘도 세월이 흐르고,세월이 주는 선물이 한아름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전현희 < 국회의원 elysiaj@naver.com >
위의 글에서 전 전의원은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청춘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쓰고 있습니다. 정작 미안해야 하는 건 뻔뻔하게 내뱉는 거짓말이 아닐런지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의 더러운 글은 구역질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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