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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쓸쓸함과 정답게 떠도는 맑은 영혼의 여행기 『여행생활자

by 언덕에서 2012. 5. 3.

 

 

쓸쓸함과 정답게 떠도는 맑은 영혼의 여행기 『여행생활자

 

 

 


이 책『여행생활자』는 지구를 헤매며 기울어져 가는 헌집을 고치는 일을 기쁨으로 여기는 저자의 여행기다. 이 책 속으로 몰입하다보니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여행기라는 표현은 적절하기 짝이 없다. 저자는 자신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낯선 곳에서 다른 사람처럼 살아보고자 하는 우리의 은밀한 욕망을 달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타 저서에서 읽은 글은 인상적이다.  그는‘희망’이란 단어를 잊고자 했다. 모든 희망이란 그것이 실현 불가능했을 때 불행을 예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행의 마음이 있어도 여행하지 못하는 쓸쓸한 생활자를 위한 여행기다. 부와 명예 따위와 저자는 아무관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바쁜 일상에 얽매여 그것을 이루지는 못하는 이들을 위한 여행기인 것이다. 저자는 독자를 중국, 티베트, 인도, 스리랑카, 네팔, 파키스탄으로 초대하면서 그곳에서 자신이 만난 눈 맑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또한 가난과 낡음을 빼고는 찾을 것이 없는 쓸쓸한 나라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어내고, 그곳에서 빛나는 삶의 진실을 캐내 우리에게 내밀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지친 삶을 정다운 위로를 건넨다.


 이 책 <여행생활자>는 단순한 여행가이드가 아닌 자기 자신을 찾아 나선 자의 내밀한 기록이다. 티베트와 인도, 스리랑카, 네팔 등지를 떠돌며 여행을 해온 유성용의 여행기를 읽는 데 있어 곳곳의 이름과 관광명소들은 중요치 않은 이유다. 남루함과 가난 외에는 찾을 것이 없는 외진 세상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저자는 외골수처럼 사진을 찍어내고 그 안에서 빛나는 삶의 진실들을 캐낸다.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낯선 곳에서 다른 사람처럼 살아보고자 하는 은밀한 욕망이 있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이 쓸쓸한 여정을 통해 기꺼이 낯섦을 택하는 그의 뒷모습을 응원하거나, 낯섦 속에서 끊임없이 삶의 슬픔을 발견해내는 그의 시선을 뒤따르게 될 것이다. 때로는 자신을 잃고 세상의 벼랑 끝에 서고자 하는 소망들을 만족시키면서 말이다. 때로는 눈 속에 파묻혀 천상의 풍경 속을 걷고, 그렇게 돌아온 숙소에서 따끈한 국물을 마주하곤 눈물을 흘리고야 마는 저자와 함께 하며 독자들은 다음 생에서가 아니라 이 생에서 다른 생을 살아보는 일을 갈망하게 될 것이다. 저자가 공들여 포착해 낸, 눈이 맑은 사람들의 사진은 책 속의 내용을 깊이 공감하게 만든다.

 

 

 


 저자는 유성용은 1971년 전주에서 태어났으나 고향이 없고 배를 타거나, 북한산과 지리산 자락 등에서 살았다. 백수의 몸으로 방대한 공해 속을 걷거나 높고 맑은 지구의 변두리를 헤맨다. 다 기울어져 가는 헌집 고치는 일을 기쁨으로 여기고 가끔씩 다방에 들러 맹물커피를 마시고 예쁜 레지에게 정답게 팁을 준다. 그에게 인생은 슬프고 세상의 모든 것이 더함 없이 체험만 같다.


 

 

 

저는 지금 히말라야 산자락, 여신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 있습니다. 그들은 나와는 상관없이 고된 생활을 일구며 아름답게 살고 있습니다. 생활에 신성이 있고 앉은 자리가 꽃자리고, 창녀의 몸속에 마리아가 있다는데, 제가 왜 굳이 세상 밖으로 나가, 사막과 눈덮인 히말라야만을 헤매었습니까. 나는 다시 여행길에 올라야 할 것 같습니다. 산벚꽃잎 흩날리면 그 속에 스님 있고 눈물 납니다.--- 본문 중에서

 



세상에는 차를 한 대도 팔지 못하는 자동차 외판원이 있고

시를 쓰지 않는 시인이 있으며

여행하지 않는 여행자가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여행하지 않는 여행자는 있다.

사랑을 잃은 자는 사랑의 흔적으로 살고,

여행이 막힌 자는 여행의 그늘 아래 살아가니

여직 길 위에 있는 사람들아,

너무 외롭거나 아프지 마라.

세상 끝에 걸쳐 눈이 눈물처럼 빛나는 그대의 여행은

언젠가 끝이 날 것이다.

사라지지 말고 이 말을 가슴에 새겨다오.

오래오래 당신은 여행생활자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