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이 주장하는 결혼중임제,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난 주에 김정운의 책 <남자의 물건> 서평을 적으면서 추가적으로 뭘 좀 더 쓰려다 결국은 관두웠다. 그것은 아래에서 언급할 조영남의 결혼중임제에 관한 부분으로 '이런 논리가 과연 타당할 수 있기나 한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오늘 그 부분을 적어보기로 했다. 책에서는 <조영남의 물건>인 안경에 관해 언급하다가 마지막에는 그가 주장하는 <결혼중임제>가 등장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13인 남자의 물건 중 조영남의 물건인 '안경'에 대한 부분은 그에 대한 많은 오해(무식한 딴따라일거라는 선입견)를 불식하게 만들었다. 저자 김정운에 의하면 조영남을 대표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결혼과 이혼을 반복하여 중년여성들에게 심리적 저항을 주는 모습, 친일파적인 철없는 발언, 대단한 히트곡 없이 오랫동안 대중매체에서 무임승차로 활동하는 듯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중 연예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안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예의 ‘그 큰 안경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면 세상에 두려울 것 없다’는 조영남 특유의 낙관주의와 관련있다. 그래서 조영남은 일단 ‘전문가’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고 썼다. 학계, 예술분야 등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조영남 자신이 이해할 수 없으면 자신이 무지한 것이 아니고, 그들이 잘못된 것이라는 무서운 자기 확신을 조영남은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한 조영남은 <예수의 샅바를 잡다>라는 조영남식 신학서를 썼고, 시뻘건 화투짝을 그리다가 자신의 현대미술론을 정리한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이란 아주 두꺼운 책을 내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시 중에 가장 난해하다는 이상 김해경의 모든 시를 자기 나름의 해석학으로 풀어낸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라는 책도 냈다.
저자와 조영남은 <KBS 명작스캔들>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다. <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에는 방송 이후 그들이 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저자 김정운은 조영남이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자신은 기꺼이 부통령 후보로 런닝메이트가 될 생각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조영남이 주장하는 <결혼중임제> 때문이다. 잠시 읽어 보도록 하자.
조영남은 자신이 만일 대통령 후보로 나서면 우리 국민의 결혼생활을 딱 5년만 하는 걸로 공약하겠다고 주장한다. 결혼 5년 후 정말 아쉬워하는 부부가 있다면 상호 합의하에 다음 5년은 연장 가능하게 해주고 그 이상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류 평화를 위해 같은 부부가 10년 이상 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조영남 시각에서 본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면 국가의 가장 큰 문제인 저출산 문제도 자동적으로 해결된다는 거다. 조영남의 주장에 의하면 이 내용은 여자들이 더 좋아할 거라는데, 오늘날의 일부일처제의 피해는 여자들이 더 많이 보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다들 남편을 갈아치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여자들 표가 모두 자기에게 올 거라는 이야기다. 물론 언제까지나 남자들에게 가정의 권력이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머리 나쁜 남자들도 자신을 뽑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여자들은 지금 남편을 갈아치우고 싶어서 조영남을 뽑고, 머리 나쁜 남자들은 다른 여자들과 살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조영남을 뽑는다’는 이야기다(사실, 그가 대통령에 입후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개그 프로의 뜬금 없는 주장 같은 조영남의 주장은 과연 맞을까? 관심 있게 이 포스팅을 읽으신 분은 의견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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