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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A River Runs Through It 흐르는 강물처럼

by 언덕에서 2012. 2. 28.

 

 

 

 

A River Runs Through It 흐르는 강물처럼

 

 

 

 

 

<다시 보고 싶은 영화 100편 감상>의 마지막 편을 쓰게 되었다. 마지막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고, 그런 의미 때문에 어떤 영화를 고를까 꽤 많이 고심했다. 너댓 편의 영화를 머리 속에 두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오늘 소개코자 하는 영화는 'A River Runs Through It'이다. 포스터만으로도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1992년 만든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을 담은 작품이다. 그 때문인지 이 영화를 본 후 미국 몬태나에 살고픈 마음이 간절하게 들었다. 1900년대 초반 미국의 조그만 시골에서 장로교 목사를 하고 있는 맥클래인 일가의 이야기를 민물낚시라는 소재를 통해 삶에 대한 반추,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는 아름다운 영화다.

 이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촬영이 주목받았는데 그것은 화면이 담고 있는 회화성에 있다. 특히, 플라잉 낚시 장면은 흐르는 강과 낚싯대를 던지는 한 남자의 모습, 하늘을 가르는 낚싯줄과 물살 등이 서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부분에서 필립 루셀롯은 물살 하나, 낚싯줄 하나 놓치지 않으며, 그야말로 아름답기 짝이 없는 장면들이 연출하고 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1900년대 초에 미국의 가족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내다가 그와 대조적으로 플라잉 낚시를 하는 브래드 피트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내는 화면은 관객에게 더욱 큰 감동을 주었다. 이는 플라잉 낚시를 통해 가족사를 풀어가려던 감독의 의도와도 맞물린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플라잉 낚시를 통해 보여주는 가족사…….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00년대 초, 스코틀랜드 출신 장교로 장로교 목사 리버런드 맥클레인(톰 스커릿 분)은 아들 노만(크레이그 쉐퍼 분)과 폴(브래드 피트 분), 부인(브렌다 브레딘 분)과 함께 몬타주 강가의 교회에서 살면서 낚시를 종교와 같은 정도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즐긴다. 송어를 낚는 제물낚시꾼(Fiy-Fisherman)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아들들도 낚시를 배워 어려서부터 낚시를 좋아한다.

 장성한 맏아들 노만은 동부지역의 명문 대학에 들어가 문학을 공부하고 동생 폴은 비교적 시골인 고향에서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낚시를 인생의 최고 목표처럼 여기면서 젊은 시절을 보낸다. 신중하고 지적인 형 노만과 동적이며 자유분방한 동생 폴은 어린 시절부터 형제애가 깊으면서도 경쟁적인 관계다. 공부를 하고 돌아온 노만 앞에서 보이는 폴의 낚시 솜씨는 예술의 경지에까지 도달해 있었다. 고향에 돌아온 기쁨과 동생에 대한 경쟁심을 동시에 느끼던 노만은 사랑이라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랑하는 여인 제시(에밀리 로이드 분)와의 사랑이 무르익던 즈음 노만은 시카고 대학으로부터 문학교수로 채용되었다는 통보를 받는다.

 온 가족의 기쁨도 잠시,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며 포커를 즐기던 동생 폴이 어느 날 갑자기 길에서 폭행당해 사망하자 아버지와 형 노만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에 깊은 고뇌를 느낀다. 아버지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사랑하던 아들 폴을 못 잊어 마지막 설교에서 "완전히 이해는 못해도 완벽한 사랑을 할 수는 있다"는 말을 남긴다. 아주 많은 세월이 흘러 사랑하는 사람이 모두 죽고 홀로 남은 노만은  이제 혼자 낚시를 하며 가족과 인생 그리고 자기 가족의 일생을 지배한 낚시에 대한 회상을 하나로 묶어 달관한 듯한 인생의 상념에 젖어 변함없이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넋을 잃는다. 여기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10년대 미국의 몬태나 한 시골 마을이다. 감독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통해 1900년대 초 미국에 두드러졌던 배타적이며 인디언을 적대시하고 오로지 기독교적 가치를 중시하던 풍조를 관객들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장로교 목사의 두 아들이 아름다운 시골에서 성장을 하며 사랑을 하고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가족 간의 사랑을 쌓아가지만 인생이란 흐르는 강물 같은 것이어서 허무하기 짝이 없이 흐른다는 인생의 본질적인 내용을 작가는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다.

 감독이자 배우인 로버트 레드포드는 호스 위스퍼러 라는 작품을 제작해서 많은 호응을 받기도 했는데, 이 영화에서도 자연과 동물 사이의 교감 위대한 자연의 모습, 그리고 잔잔한 인생의 의미를 다루는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황홀하게 아름다운 강을 낀 몬태나의 풍광이 스토리를 압도하는 감이 없지 않지만 한 가족의 이야기, 우리네 삶의 이야기가 여울목을 돌고 휘돌목도 돌지만 결국은 모든 것을 녹여 조용한 강물처럼 흘러간다는 불변의 철학적인 주제가 매우 감동적으로 전개된다.

 특히 자신의 자전적 스토리를 소설로 집필한, 시카고 대학에서 은퇴한 영문학자이며 작가였던 노먼 매클레인의 마지막 독백은 인상적이다. “나의 동생 폴은 빅 블랙풋 강둑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법칙을 초월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예술작품 같았다. 어슴푸레한 계곡에 홀로 있을 때면 모든 존재가 내 영혼과 기억, 그리고 강의 소리, 낚싯대를 던지는 4박자 리듬, 고기가 물리길 바라는 희망과 함께 모두 하나의 존재로 어렴풋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 하나로 녹아든다. 그리고 강이 그것을 통해 흐른다. (A river runs through it)…어떤 바위에는 영겁의 빗방울이 머물고, 또 그 바위 밑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어서 그 말씀이 곧 그들의 역사가 된다. …나는 그 강물에 넋을 잃고 말았다.”

 

 

 

 

 

 모든 만남과 삶의 단편들을 시간이란 강물에 흘려보내고 이제는 혼자 외롭게 고향땅 빅 블랙풋 강에서 낚시를 하는 할아버지 노먼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바로 그것이다.

 생의 길을 걸으며 마주쳤던 삶의 파편들도, 가슴 저리게 아픈 이야기들도 세월의 강물에 몸을 담그고 흐르는 강물을 보니 이제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껴안고, 아픔을 주었던 기억들조차 낚싯줄을 던지는 박자처럼 하나님의 은총의 박자였다는 것을 깨달으며,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사랑하려 노력했던 자신의 삶. 모든 것을 초월한 한 인간이 흐르는 강물과 하나 되어 서 있는 마지막 영상이 벅찬 감동으로 모든 이의 가슴을 울리고 또 울린다.

 1993년 제 65회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필립 루셀롯)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