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의 키스
윤제림(1960~ )
터미널 근처 병원 장례식장 마당 끝
조등 아래서
두 사람이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것은 아무래도 죽음과 관계 깊은 일,
방해될까 봐 빙 둘러 지하철을 타러 갔다.
휘적휘적 걸어서 육교를 건너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입맞춤은 끝났을까,
돌아가 내려다보니
한 사람만 무슨 신호등처럼 서서
울고 있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일은
그 사람이 나를 쳐다보며 울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라는지 가라는지 손수건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이별과 상봉의 터전, 터미널이 있고 그 근처에는 병원 장례식장이 있네요. 언제부터였을까요? 1990년대 초만 해도 병원 장례식장은 찾아보기 드물었지요. 요즘은 도.농을 불문하고 장례식을 집에서 치루지 않고 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룹니다. 그런데 그 병원은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병원은 무수한 생명들이 이루는 이별과 상봉의 터미널입니다. 왜 하필이면 그들은 터미널 근처 병원 장례식장 마당 끝 조등 아래서 키스를 하고 있었을까요? 화자는 그들이 누구인지 왜 궁금해졌을까요, 남이야 끌어안고 키스를 하건 말건, 왜 궁금했을까요, 키스하던 상대방은 어디로 보내고, 왜 한 사람은 화자를 쳐다보며 울고 있는 것일까요, 아는 사이라 해도 모르는 척해야 할 판인데, 왜 손수건을 흔들었을까요, 강남터미널이 아니고, 거긴 이승터미널 혹시 저승터미널이 아닐는지요?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고 착각이었겠지만 인생에 대하여 많은 화두를 던지는, 그래서 참으로 쓸쓸한 여운을 남기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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