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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독일 극작가 B. 브레히트 희곡 『서푼짜리 오페라(Die Dreigroschenoper)』

by 언덕에서 2011. 9. 9.

 

독일 극작가 B. 브레히트 희곡 『서푼짜리 오페라(Die Dreigroschenoper)』

 

독일 극작가 B.브레히트(Bertolt Brecht.1898∼1956)의 희곡으로 1928년에 베를린에서 초연되었다. 서곡과 3막 8장으로 된 음악극인데, 쿠르트 바일이 작곡하였으며, 영국의 존 게이의 <거지오페라>(1728)를 모방했다고 알려져 있다.

 런던의 암흑가가 무대이고, 도둑단의 괴수 메키는 거지를 기업화한 암흑가의 왕자 피참의 딸 폴리를 유혹하였기 때문에, 거지왕의 적이 되지만 경무총감 브라운이 친구이기 때문에 좀처럼 체포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정부의 배반으로 마침내 체포되어 교수대로 보내졌으나 처형 직전에 여왕의 특사로 석방되어 해피 엔드가 된다.

 브레히트는 거지와 연기자의 대화를 통하여 서민적인 생활을 묘사하는 가운데, 정치적 풍자를 포함한 희화와 잘 알려진 통속적인 가곡에 의해서 줄거리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 작품은 1990년대에 들어 브레히트의 연인이었던 E.하우프트만 등 3명의 여인에 의해서 쓰였다는 설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이 작품은 18세기 초 영국에서 성행한 ‘발라드 오페라’의 통칭으로 대중 취향의 풍자적인 내용으로 인기를 누렸다.

독일 극작가 B.브레히트 (Bertolt Brecht.1898∼1956)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런던의 뒷골목에서는 온갖 퇴폐업이 성행하고 있었다. 메키는 그곳의 깡패 두목이었는데, 졸개들이 사기쳐온 돈으로 호의호식하며 암흑가 보스의 딸인 폴리와 결혼하려고 했다. 폴리의 아버지 피참은 걸식업(乞食業)을 근대 기업화한 사람으로, 런던 전역의 걸인들에게 분장 도구를 빌려주는 일로 돈을 벌어들였다. 이렇게 해서 양가집 규수로 키운 딸이 메키 같은 불한당에게 시집간다고 하자 그는 펄쩍 뛰었다.

 그러나 피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메키와 폴리는 결혼식을 올려 버렸다. 첫날밤을 보내고 나서야 폴리는 집으로 가 부모에게 자신의 결혼 사실을 통보했다. 피참은 격노하여 메키를 경찰에 밀고했다. 메키의 친구로 경찰총장인 브라운이 메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어 그는 얼마간 런던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메키는 매주 목요일이면 술집에 들르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안 피참의 부인이 남편의 정부를 매수하여 결국은 체포되었다. 브라운은 친구를 체포하게 된 처지를 괴로워했다.

 한편, 브라운의 딸 루시는 메키에게 빠져 메키를 면회 온 폴리와 사랑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메키는 루시를 이용해 탈옥해 버렸다.

 브라운이 내심 좋아하고 있는데, 피참은 메키를 붙잡지 않는다면 곧 있을 여왕의 대관식에 거지들을 동원하여 식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브라운은 메키를 감옥에 가두고 대관식이 시작되기 전에 그를 교수형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메키가 다시 탈옥을 기도하지만 실패하고 처형대로 오르려는 순간 연극은 우습게 전개되었다. 즉, 현실에서도 있을 수 없는 구원의 손길을 뻗쳐 메키는 극적으로 사면되며, 귀족으로 승격되어 연금까지 챙긴다는 내용으로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현대 연극의 새로운 바탕을 마련해 준 베르톨트 브레히트. 그는 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전쟁 중에 발생하는 인간의 비극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고, 좀 더 다른 시각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리고 환상적인 연출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며 인간에게 현실을 보는 눈을 흐리게 만든다며 전통적인 글쓰기와 극작법에 회의를 느낀다. 그렇게 그는 군중 속에서 그들의 삶을 어떻게 하면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관객들에게 냉철한 시각을 지니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이어 가고, 결국 그 결정체로서 『서푼짜리 오페라』가 탄생한다.
 거지들을 모집해 효율적으로 구걸하여 일정 수입을 분배받는 걸인 사업가 피첨, 조직을 만들어 약탈 행위를 일삼는 깡패 우두머리 매키 메서, 런던 경찰청장 브라운. 이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세 남자가 런던의 소호 거리에서 뒷거래를 하고 있다. 브레히트는 이들의 노골적인 뒷거래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와 매수, 배신행위들이 인간에게 상처를 주기는커녕 살아남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행위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이렇게 체제의 밑바닥의 부도덕성을 여실히 보여줌으로서 브레히트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의 가족과 결혼, 우정과 애정을 모두 겉치레일 뿐이라고 비웃고 있다.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는 극의 결말을 통해 관객들에게 극에 대한 그리고 현실에 대한 냉철하고도 냉소적인 시각을 안김으로써 진정한 리얼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또한 기존의 연극적 장치에서 탈피한 새로운 연출의 개념과 쿠르트 바일의 곡을 붙인 발라드가 더해져 종합 예술로서의 극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작품은 브레히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으로, 1928년 초연 당시 크루트 바일의 명곡들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또 작품 속에 나오는 많은 노래도 독자적인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브레히트는 기존의 오페라를 부정하고 있으며, 연극의 흐름을 중단하고 해설적인 기능을 하는 ‘이화효과(異化效果)’를 다루고 있다.

 깡패 두목인 메키를 의적으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브레히트는 그를 ‘40대의 땅딸막한 키에 어깨는 딱 벌어지고, 머리는 조금 벗겨졌으나, 품위는 잃지 않는 남자’로 묘사하고 있다. 메키는 미남자라기보다는 부자이다. 그 자신은 돈을 벌지 않고 뒤에서 남의 것을 갈취하면서 그것을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돈벌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인물로 당시의 사회상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