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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셰익스피어 희곡『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

by 언덕에서 2011. 9. 30.

 

 

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1564∼1616)의 5막 희극으로 정확한 창작 시기는 불분명하나 대체로 1596년에서 1597년경으로 추정된다. 1600년에 초판이 발행되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소설집 <멍청한 작자>와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의 극작가인 말로가 물욕의 화신과도 같은 한 사나이의 운명을 그린 비극 <몰타의 유태인>에서 이야기의 소재를 많이 따왔다고 한다. 예로부터 서양인들은 유태인들을 더럽고 인색하며 탐욕스럽고 신으로부터 버림받은 종족으로 멸시해 왔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형에 처하고 비참하게 죽게 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16세기 영국인들의 반유태 감정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현대적인 시각에서 기독교와 비(非)기독교, 약소국과 강대국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읽으면 주인공 샤일록의 입장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 , 2004 제작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로부터 벨몬트에 사는 포샤에게 구혼하기 위한 여비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가지고 있는 배를 담보로 하여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으로부터 돈을 빌린다. 그리고 돈을 갚을 수 없을 때에는 자기의 살 1파운드를 제공한다는 증서를 써 준다.

 포샤는 구혼자들에게 금ㆍ은ㆍ납의 세 가지 상자를 내놓고 자기의 초상이 들어 있는 것을 선택하게 하였다. 바사니오는 납으로 된 상자를 골라잡아 구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배가 돌아오지 않아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남장을 한 포샤가 베니스 법정의 재판관이 되어, 살은 주되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고 선언함으로써 샤일록은 패소하여 재산을 몰수당하고 그리스도교로 개종할 것을 명령받는다. 그 후 안토니오의 배는 돌아오고 샤일록의 딸 젠카도 애인 로렌조와 결혼한다.

 

영화 <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 , 2004 제작

 로맨틱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감미로운 장면이 풍부한 희극이지만, 당시 런던 시민이 가지고 있던 유대인에 대한 증오심과 반유대 감정은 주목할 만하다. 이 극에서 샤일록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오히려 비극적 인물로서 묘사되고 있는 점이 주목을 끈다.

 로맨틱한 줄거리, 포샤의 재판 장면과 같은 명장면들을 두루 갖춘 이 5막 희곡은 샤일록의 몰인정, 잔인성, 돈에 대한 탐욕을 풍자한 것이다. 동시에 독선적이고 편협한 기독교 사회에 대한 야유를 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제목 <베니스의 상인>이 가리키는 인물은 안토니오지만, 이 작품의 비중은 샤일록에게 더 많이 가 있다.

 샤일록은 안토니오가 기독교인이며, 그가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자신의 사업에 방해가 되고, 지나치게 자신을 박해하기 때문에 안토니오를 미워한다. 인간적인 면에서 볼 때, 이런 샤일록의 심리 상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런 면에서 이 극은 일부 기독교인들이 비(非)기독교인들에게 행하는 인신공격, 편협한 언행을 고발한다고 볼 수 있다. 살은 주되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는 선고 자체는 말장난에 불과한다는 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대에 따라서는 샤일록의 운명이 박해받는 소수 민족의 고통을 대변한다고 보기도 한다. 작품을 읽다 보면, 샤일록이 악인으로서보다는 박해받고 고통 받는 비극적 주인공으로 더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작품은 극적 구성이나 성격 묘사가 뛰어나 일찍부터 대중 상대의 작품으로서 많은 각광을 받았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가장 대중적이며, 치밀하고 견고한 구성으로 인하여 무대에서도 성공한 작품이다. 총 5막의 장막극인 이 작품은 극적 감각의 화려함과 풍부한 어휘 사용. 그리고 작품 속에 흐르는 시적 서정성 및 극중 인물들의 인간성을 보다 심도 있게 투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베니스의 거리를 배경으로 하여 인육(人肉) 재판, 상자 고르기, 유대인 처녀와 기독교도 청년과의 사랑의 도피, 반지 분실 등의 네 개의 에피소드가 얽혀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인정과 금전의 가치와의 대조를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또한, 재판의 형식을 활용하여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의 생각, 생활 태도, 삶의 자세를 관객 스스로 비교하여 판단하게 한 점이 눈에 띈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특히 샤일록이라는 성격 설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분명히 잔악하고 몰인정한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기독교인들의 박해를 받으며 살아가는 비극적인 인물로도 보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네 개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들을 나름대로의 직관력과 상상력으로써 뛰어나게 극화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