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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안소파 작전(Operation Anthropoid)’과 <새벽의 7인>

by 언덕에서 2011. 5. 25.

 

 

‘안소파 작전(Operation Anthropoid)’과 <새벽의 7인>

 

 

1975년 미국과 체코슬로바키아가 합작해서 만든 영화 <새벽의 7인> (원제: Operation Daybreak)은 영국의 루이스 길버트(Lewis Gilbert) 감독이 연출한 전쟁 드라마로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나치 독일의 고위 장성을 암살하는 체코슬로바키아 저항군의 이야기를 그렸다.

 1942년 6월9일, 나치의 체코 주둔군 친위대장 로슈토크가 이끄는 독일군은 리디체로 들이닥쳤다. 프라하의 북서쪽 20㎞ 떨어진 곳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은 프라하에서도 손꼽히는 작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독일군은 일터로 나가려던 남성 173명을 끌어냈다. 여인 60명과 아이들 81명도 따로 모았다. 곧 남자 집결지에서 총성이 울렸다. 여인들은 차에 태워져 아우슈비치 등 집단 수용소에 보내졌다. 이들 가운데 47명은 수용소에서 사망하고 3명은 실종됐는데 아이들은 북유럽 등으로 뿔뿔히 보내졌다. 아이들은 이름도 출생지도 변조돼 위탁됐다. 주민을 ‘청소’한 뒤, 나치는 죄수 등을 동원해 마을을 없애기 시작했다. 집과 시설물에 불을 지르고, 남은 구조물을 폭파했다. 폭파된 잔해는 중장비를 동원해 없애 버렸다. 지도상에서 리디체를 지워버리고, 행정구역에서도 없애버렸다. 나치가 찾을 수 있는 모든 기록에서 리디체는 사라졌다. 누대에 걸쳐 마을을 이루고 483명이 살아가던 리디체는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 되었다. 나치는 왜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나치가 위의 학살극을 벌이기 5일 전, 나치의 2인자이자 친위대 사령관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가 체코 레지스탕스의 피습을 받고 후송됐다가 사망했다. 히틀러는 친위대 사령관 프랑크에게 처절한 복수를 지시했고, 프랑크는 레지스탕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리디체를 골라 ‘완전한 청소’를 시행했다.

 영화는 위의 사건의 원인이 되는 사건, 1942년 체코슬로바키아 저항군이 실행한 "안소파 작전(Operation Anthropoid)“을 다루고 있다. 작전의 배후에는 나치 독일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Reinhard Heydrich) 장군을 암살하고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7명의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41년, 영국은 나치 독일의 잔혹한 통치를 막기 위해 체코 출신 특공대원 얀 쿠비시(Anthony Andrews), 요셉 가브치크(Timothy Bottoms), 카렐 추다(Martin Shaw)에게 나치 고위 관리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를 암살하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독일 장군 하이드리히는 체코 주둔 나치 사령관이자 "프라하의 학살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임무는 ‘새벽 작전’이라 명명했다.

 얀, 요셉, 카렐 3인은 체코 레지스탕스와 협력하여 하이드리히의 동선을 파악하고, 암살 작전을 준비한다. 첫 번째 시도는 불발로 끝났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기다리며 추가로 영국에서 파견된 특공대원 5명과 함께 작전을 재개한다. 1942년 5월 27일, 하이드리히의 차량이 정해진 경로로 이동하던 중, 특공대원들은 준비된 기관단총과 수류탄을 사용해 암살에 성공한다.

 

 하이드리히 암살 이후, 나치는 대대적인 보복을 개시한다. 독일군은 암살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프라하와 주변 지역을 철저히 수색하며, 리디체 마을을 초토화하며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한다. 한편, 특공대원들은 키릴 메소디우스 대성당으로 피신해 몸을 숨기지만, 대원 카렐 추다는 독일군의 보복이 아내와 아이에게 미칠 것을 두려워하여 나치 측에 동료들의 위치를 밀고한다.

 나치군은 성당을 급습해 특공대원들에게 항복을 요구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저항한다. 독일군은 지하실에 숨은 얀과 요셉을 생포하려 하지만 이들은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나치는 최루가스를 주입하고 수류탄을 던지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압박을 가한다.

 이들이 끝까지 대항하자 마지막으로 나치는 성당 지하실에 살수차를 동원해 물을 채우며 특공대원들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저체온증에 시달리며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얀과 요셉은 서로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며 생을 마감한다. 이들의 희생은 자신들에게는 비극으로 끝났지만 나치에 맞선 용기와 저항의 상징으로 남는다.

 

 1942년 6월 18일 새벽,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얀과 요셉이 있던 성당 지하실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린다. 이 영화는 실화로, 몇 번을 다시 봐도 마지막 장면으로 인해 심장이 조여온다. 조국이라는 어쩌면 참 추상적인 존재에 대한 가장 강렬한 사랑 아니고서야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영화이다. 또한 그날 성당 밖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프라하 시민들이 얼마나 참담했을까를 짐작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7인의 젊은이들을 숨겨줬던 천주교 사제와 이들을 도왔던 어린 소녀, 얀의 연인 안나도 모두 처형되거나 강제수용소로 보내져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니 그들이 조국을 사랑한 대가는 가혹했다. 배신자 쿠르다는 체코 독립 후 처형당했고 그는 역사 속의 배신자가 되고 말았다. 이제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어린 딸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진 쿠르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이는 누구이냐며 항변할 수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사사건건 이해하다보면 역사는 퇴보하기 마련이다. 피어보지도 못하고 전쟁의 비극 앞에서 인생을 접어야만 했던 젊은 애국자들의 죽음 앞에 옷깃을 여며본다.

 

 

 

 영화 <새벽의 7인>은 실제로 있었던 하이드리히 암살 사건을 충실히 고증한 영화로, 저항군의 용기와 희생을 드러낸 작품이다. 영화는 암살 작전의 긴박한 준비 과정과 암살 이후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역사적 사건의 리얼리티를 재연한다.

 특히, 영화는 희생과 애국심을 주제로 삼고 있으며, 나치 점령 하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조국을 살리기 위한 저항군의 고군분투를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나치의 잔인한 보복과 저항군의 비극적 운명이 그려져 전쟁의 비인간성과 참혹함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주요 출연진으로는 앤서니 앤드루스(Jan Kubis), 티모시 보톰스(Josef Gabcik), 마틴 쇼(Karel Curda), 안톤 디프링(Reinhard Heydrich) 등으로, 각각의 배우들은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안톤 디프링은 하이드리히 역으로 잔인한 나치 장군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표현해 주목받았다. 이 영화는 당시에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 영화로 알려지면서 역사적 가치와 저항의 정신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재평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