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

공중전화 부스 속에 놓인 꽃다발에 관한 기억 <기쁜 우리 젊은 날>

by 언덕에서 2011. 5. 23.

 

 

 

공중전화 부스 속에 놓인 꽃다발에 관한 기억 <기쁜 우리 젊은 날>

 

 

 

 

 

1987년 배창호가 감독하고 안성기, 황신혜가 주연했던 영화이다. 소심한 한 남자의 지순하고 소박한 행복관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했다. 대학시절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퇴짜를 맞고, 그후 다시 운명적으로 재회하여 결혼에 골인하지만 여자는 아이를 남기고 세상을 먼저 떠난다. 잔잔한 멜로 영화의 분위기 속에서,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며 특히 라스트장면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2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제26회 대종상 녹음상, 1987년 제32회 아태 영화제 남우주연상(안성기) 수상했다.

 이 영화는 원래 여주인공인 황신혜가 미국으로 떠난 이후 장면이 미국 로케이션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비자가 나오지 못해서 미국 씬을 다 잘라내야 했다고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영민(안성기 분)은 대학 시절 연극 공연을 통해 처음 본 혜린(황신혜 분)을 짝사랑하여 그녀의 연극공연 때마다 익명으로 꽃, 과일 등을 보내고 공연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 정성껏 보내곤 한다. 그러나 혜린은 그러한 그에게 별 관심을 주지 않고 오성우란 산부인과 전문의와 결혼을 하고 뉴욕으로 떠난다. 그러나 그 결혼은 사기결혼이었다. 몇 년 후 어느 날 영민은 지하철에서 추억의 여인이 되어버린 초라한 혜린을 발견한다. 그녀는 이혼녀의 모습이었다. 혜린의 상처와 슬픔이 클수록 영민의 사랑은 배가 되고 마침내 혜린은 결혼을 승낙한다. 하지만 혜린은 임신중독 증세를 보여 산모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영민은 수술을 권하나 혜린은 진정으로 사랑했던 영민의 아이를 낳기를 소망한다. 결국 혜린은 아이를 낳고 죽고, 영민은 엄마와 꼭 빼닮은 딸아이를 혼자서 키운다. 혜린이 죽고 난 뒤 공원에서 딸아이와 소풍을 온 영민 부녀의 대화 장면에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자기를 쫓아다니는 남자에게 호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어 줄 다른 남자를 찾았던 여자가 있다. 그녀는 최고의 학벌과 미모로 콧대가 하늘을 찌를 정도이다. 그러던 중 자신의 꿈을 이루어 줄 교포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게 되고 미국행을 결심하게 된다. 그녀가 교포에게 청혼반지를 건네받던 날 밖에서 지켜보던 영민은 자신의 초라한 선물을 들고 레스토랑 안으로 진입을 하는데 불행하게도 안경에 서리가 끼어 앞이 보이지 않아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

 사기결혼으로 피폐할 대로 피폐해 진 혜린은 영민을 다시 만나게 되고 다시 지고지순한 사랑을 접하게 된다. 결국 비가 쏟아지는 날 혜린은 영민의 진실한 마음에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혜린은 영민에게 우산을 씌워주면서 묻는다. "제가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그 질문에 영민은 이렇게 대답한다.

"전부다요." 

 

 

 

 공중전화 부스 속에 놓인 꽃다발, 사무실의 난로와 김이 나는 주전자, 토첼리의 세레나데 등은 명장면으로 꼽히며 지금까지 영화팬들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 황신혜의 싱그러운 모습이 남성 관객의 감성을 녹였다.

 

 봄 햇살이 목덜미를 간질이는 주말 오후. 엄마 없는 딸아이와 쑥스러운 아버지가 놀이공원의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다. 동화책에 정신을 빼앗긴 딸에게 삶은 달걀을 까서 내밀며 아버지가 묻는다.

 "이거 먹을래?"

 "싫어. 아빠나 먹어."

 엄마를 닮아 까칠한 어투를 쓰는 딸의 대답에 머쓱해진 아버지가 이어서 제안한다.

 "오늘 저녁엔 양식이나 먹으러 갈까?"

 동그란 눈의 새침한 여자아이는 그것마저도 싹 무시한다.

 "아빠는……. 그건 전에도 먹었잖아. 아빠나 먹어."

 

 이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은 받는 사랑이 아닌 주는 사랑, 인간 스스로가 인간의 희망이 되는 방법을 설파한 인생의 교과서로 기능한다.

 

 

 

 세인(評者)들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의 존재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까운 인물을 설정하고, 그를 통해 실현가능성이 제로인 사랑을 그려내는 <기쁜 우리 젊은 날>은 유치한 동화'에 불과한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런 말도 한다. '암울했던 1980년대에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은 감독은 무뇌아가 아닌가…….'

 맞는 말이다. 믿을 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살아오면서 나는 이런 남자들을 실제로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자기 생각과 틀리다고 그런 게 없다고 주장하지 말자.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화가 현실과 역사 혹은, 실현가능성과 계몽주의에만 집착한다면 이 땅이 얼마나 무미건조해질 것인가? 낭만이 부재한 세상은 얼마나 끔찍한 황무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