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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읽다

T. S. 엘리엇의 장시(長詩) 『황무지(荒蕪地.The Waste Land)』

by 언덕에서 2011. 4. 14.

 

 

 

T. S. 엘리엇의 장시(長詩) 『황무지(荒蕪地.The Waste Land)』

 

 

 

 

 

 

 

미국 태생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1888~1965)의 장시(長詩)로 1922년에 간행되었다. 전편 433행으로 1부 <죽은 자의 매장(The Burial of the Dead)>, 2부 <체스 게임(A Game of Chess)>, 3부 <불의 설교(The Fire Sermon)>, 4부 <의사(Death by Water)>, 5부 <우뢰가 말한 것(What the Thunder Said)>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정신적 혼미와 황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의식의 흐름'의 방법이 쓰였으며, <성서><우파니샤드>를 비롯해 단테ㆍ보들레르ㆍ셰익스피어 등의 작품이 곳곳에 인용되어 있다. 이 시의 구성은 J. 웨스턴의 저서 <제식에서 로맨스로(From Ritual to Romance)> 중의 성배전설과 J. G. 프레이저의 <황금가지(The Golden Bough)>를 기초로 하고 있다. J. 조이스의 <율리시스(Ulysses)>(1922)와 함께 영국 현대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이 시는 영국 근대시 역사상 획기적인 작품으로서, 1922년 같은 해에 발표된 조이스의 <율리시즈>가 근대 소설사상에 차지하는 의의와도 같은 것으로, 이의 영향은 대단히 크다.

 동서의 고전에서 멋지게 인용을 끌어넣으면서 몽타주 수법을 이용하여 제1차세계대전 후의 절망과 패퇴의 세계를 서술하고, 이러한 허무와ㅐ 불안의 세계로부터의 탈출을 종교에서 구하고자 모색하는 외침으로 끝맺는다.

 전체의 기조를 성배전설(聖杯傳說)이 암시하는 생명과 죽음과의 대립에 두고, 그 위에서 여러 가지; 변주곡이 울려나온다. 화려하면서도 추악한 현대 회화물의 풍경도 끼어있고, 각 장면에 적합한 스타일을 극히 대담하게 사용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조화되어 있어 이상한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장시 <황무지>의 특색은 다음과 같다.

 첫째, 테마를 중세의 로맨스에서 빌려온 것. 즉 고전을 현대화했다는 것.

 둘째, 문명 비평적이라는 것.

 셋째, 패러디(Parody)를 교묘하게 사용하고 있는 점.

 넷째, 객관적 상관물(Objective correlative)의 방법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의 특색과 셋째의 특색을 통하여 ‘과거의 현재성’, 즉 과거 속에 현재가 깃들어 있다고 하는 그의 역사 감각을 실지로 볼 수가 있고, 고전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을 볼 수가 있다. 특히 이 역사의식을 통하여 그의 전통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뚜렷이 본다.

 둘째의 특색과 넷째의 특색을 통하여 그의 주지주의의 일면을 본다. 여기서 ‘객관적 상관물’이라는 개념이 발생한다. 우리가 개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어떤 시상이나 감정을 그대로 시로 표현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상이나 감정에 알맞은 어떤 객관적ㆍ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이 객관적 상관물인데, 그는 때로 소설에서처럼 인물과 행동을 내놓는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시가 아주 비개성적인 것이 된다.

 

<아도니스와 비너스 : 엘리엇의 작품 황무지에는 미소년 아도니스가 숨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미국 미네소타대는 지난 1956년 4월 30일 한 시인의 강연회를 위해 대학 전용 축구장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실제 이날 모인 청중은 1만5천여 명에 달했다. 강연회의 주인공은 194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 시인 T.S 엘리엇(1888∼1965). 그는 이날을 회상하며 "거대한 투우장으로 들어가는 투우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강연모습은 서구문학사상 전무후무한 것이었다. 문인들에게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 한 사람만을 고르라면 바로 엘리엇이 선택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금세기 최대의 문제작으로 꼽히는 그의 시 <황무지> 때문이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球根)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워왔다.

 

 5부 4백33행으로 이뤄진 <황무지>는 딱 떨어지게 해석되는 시가 아니다. 1차대전 후의 ‘시대적 환멸과 허무사상’을 노래한 시라고 하는가 하면 ‘현대문명의 불모성’을 노래한 시라고 보기도 한다. 심지어는 불교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엘리엇 자신은 이 같은 해석을 모두 거부하고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쓴 시’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다면성을 갖춘 <황무지>는 20세기 모더니즘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지난 22년 출판된 후 새로운 시의 대명사로 통해왔다. 다양한 인용과 다채로운 어법 등을 통해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혁신적인 기법의 시 세계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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