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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김동인 장편소설『운현궁의 봄』

by 언덕에서 2011. 3. 25.

 

김동인 장편소설『운현궁의 봄』

 

 

 

 

김동인(金東仁,1890~1951)의 장편 역사소설로 1933년 4월 26일부터 1934년 2월 15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다. 이 작품은 김동인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그 뒤 1948년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단행본으로 간행하였다. 1958년 <동인전집 1>(정양사) 등에도 수록되었다. <대수양(大首陽)>과 더불어 예리한 역사의식을 보여준 작품이다.

 흥선 대원군 이하응의 죽음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작품은 대원군의 파란만장한 일생과 조선말의 복잡한 내외 정세를 그렸다. 전반부에서 그는 김좌근 일파의 세도 밑에서 수모를 당하며 비굴하게 목숨을 부지하는 한편, 조대비와 은밀히 접촉을 계속하여 익종 승하 후 아들을 등극시키는 데 성공한다. 권좌에 오른 뒤에는 당파를 초월하여 인재를 등용하고 과단성 있게 비리를 척결해 간다는 이야기이다.

 흥선군을 영웅화한 이 작품은 본격적인 역사소설 수준에는 못 미쳤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한 시대상을 어느 정도 파헤치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흥선대원군 이하응(1820. 순조 20 &sim; 1898. 광무 2)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흥선 대원군 이하응(李昰應)이 역경의 시대에 흥선군이 살아남기 위하여 상갓집 개처럼 행세하며 김씨 일파로부터 받는 수모를 참아내는 것은 박탈당한 종친의 권력을 회복하기 위한 위장 행위였다.

 파락호(破落戶: 행세하는 집의 자손으로서 난봉이 나서 결딴난 사람) 행세를 하며 대갓집, 기생집, 잔칫집을 기웃거리는 일화와, 아들 명복(命福)이를 제왕으로 만들기 위한 왕자 교육을 시키는 이중적 생활을 한다.

 흥선은 천하장안(千河張安) 등의 한량들과 서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서원(書院)의 부패한 양상을 낙향한 양반의 행태를 통하여 보여주고, 매관매직의 극단적 실화로 벼슬을 얻는 황구(黃狗)의 일화를 제시하기도 한다.

 전주 나씨(全州羅氏)의 밥을 주는 행사를 그려서 기아선상에 있는 백성의 참상을 그려낸다. 조성하(趙成夏)를 중간에 두고 외척 안동 김씨 일파에게 밀려난 대왕대비인 조 대비와 선을 대놓고 병약한 철종의 승하 때 아들 명복으로 하여금 조 대비의 지아비인 익종의 대를 잇게 공작하고, 드디어 성공한다.

 대원군은 왕의 위에 군림하여 청정함으로써 외척인 안동 김씨 일문의 세를 꺾고, 탐관오리를 숙청하고, 사색당파를 혁파하고, 서원을 철폐하여 유림과 양반의 행패를 척결한다.

 

 

운현궁

 

 이 작품은 예리한 역사의식을 보여 준다. 대원군의 일생과 조선말기의 복잡한 내외 정세 및 풍운을 그렸는데, 작가는 영웅 숭배의 기질을 십분 발휘하여 대원군을 이상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흥선 대원군 이하응의 전반생, 즉 그가 대원군으로 집권하기 전 외척 김씨 가문의 권세에 쫓기면서 ‘상가(喪家)집의 개’처럼 천대ㆍ멸시당하는 그 영락(榮落)의 시절을 배경으로 하여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러나 대원군의 행각 뒤에는 그럴 만한 이유도 있고 의미도 있다. 이처럼 그가 세도 집안, 특히 김씨 일족의 연회라면 결코 빠짐없이 찾아가 물림상을 얻어먹으면서 갖은 냉대․천대를 다 무릅쓰고 웃어대기가 일쑤였다. 왕가의 종친으로서 그는 이렇듯 겉으로는 업신여김을 감수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엉뚱한 야심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가 후일 대원군으로 집정한 것은 미리 계획되다시피 한 일이다.

 “현 상감께서는 가까운 혈기가 안 계시다. 상감 승하하신 뒤에는 이 팔도 삼백주의 어른이 될 분은 당연히 종친 중에서 골라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라는 것과 둘째아들 재황은 그 종친 왕손들 중에서도 영특한 인재이기 때문에 때가 오면 발탁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활 가운데 조대비의 조카 조성하를 통해 조대비를 만나 그의 뜻을 펴게 되는 갑자년 봄에 이 소설은 끝난다.

 “운현궁은 정치의 중심지이며 따라서 이 나라의 중심지로 되었다.........옛날 흥선이 관직을 내어던진 이래 오랫동안 쓸쓸하기 짝이 없던 이 집에 드디어 봄이 찾아왔다.”

 

 

 

 이 작품의 특징은 상승적 소설 구조를 보인다는 것과 남이 업신여김을 하는 데서 비롯되는 분노, 즉 나의 인격적인 존재를 부정한 데서 비롯된 반발의 원리 등이 역사적 도정의 과정을 통하여 응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원군이란 인물을 긍정하는 데서 오는 역사적인 사실을 인식하고자 한 것 등이 주목된다고 할 수 있다.

 민족의 역사의식과 일제하의 상황을 작가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발전시킴으로써 민족적인 울분과 공동화(空洞化)된 의식을 찾으려고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일제치하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실성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에 작가는 역사 소설을 선택했으며, 이는 민족의식을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니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서, 1930년대의 역사적 소재를 통한 민족의식 함양과 국민문학파의 소설적 성과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특히 이 작품은 <붉은 산><태형> 등과 함께 그의 민족주의적 작가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