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 장편소설 『젊은 그들』
김동인(金東仁.1900∼1951)의 장편소설로 1930년 9월부터 31년 11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다. 그의 첫 장편소설로 작가 자신은 통속소설이라 지칭하였다. 대원군 외에 한두 사람만이 실재 인물이며 거의 가공인물들이므로 역사소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한말 격동기로서 안재영과 이인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민씨 일파에 의해 숙청된 대원군파 후예들과 민씨 일파의 갈등, 또 이인화가 정혼자를 찾기 위해 벌어지는 활극과 흥미로운 연애담이 전개된다.
장편 역사소설 <운현궁의 봄>(1933∼34)의 하편이나 다름없는 이 소설은, 그의 영웅주의적 사관을 잘 드러낸 문학적 이상주의가 반영된 소설이라 하겠다. 『젊은 그들』은 정권 장악을 노린 권세 싸움과 그 소용돌이 속의 인간 제시와 인생 표현으로 집약된다. 그리하여 여기에는 지도자(영웅)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충의와 의리, 신의, 도리, 그리고 사랑이 서로 유기적인 관련을 맺고 있으며 대원군을 중심으로 한 사건들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야기는 남장한 이인화가 어영대장 민겸호의 집에 민씨 일파의 정보를 얻으러 복돌이라는 가명의 상노로 잠입하였다가 식객인 최 진사에게 발각되어 물러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명성황후 민비가 갑자기 세력을 펴서 시아버지인 대원군을 배척하고, 민씨 일족이 권력을 장악하게 하여 개국을 하고 외세를 짊어지고 국정을 농단한다. 이에 대원군파는 몰락한다.
대원군의 막역한 지기였던 이활민이 학대를 받아서 뜻을 잃은 명문집 자제 20명을 모아 활민숙을 개설하여 학문과 무예를 닦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권토중래를 꾀한다.
이인화는 남장을 하여 다른 숙생들은 그가 여성임을 알지 못하나, 사찰인 안재영은 그가 부모가 정혼해준 자기의 약혼자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멸문의 복수를 위하여 드러내지 않는다. 이인화는 자신의 정혼자가 명 참판의 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안재영이 약혼자인 것을 모른다. 대원군을 시해하러 잠입했다가 붙잡힌 자객의 이름이 명인호임을 알고 자기의 약혼자로 오인한 인화는 그를 풀어준다.
안재영은 세도 민씨 일가를 괴롭히는 활동을 하다가 육혈포에 저격을 당하나, 우연한 구함을 받아 생명을 부지한다. 민씨 일파는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군량에 모래를 섞어 지급하면서 뱃속을 채우고, 드디어는 군란이 일어난다.
이에 대원군이 다시 옹립되나 민씨 일파는 청나라 군사의 지원을 받아 대원군을 체포하여 청국으로 납치한다. 권토중래의 기회를 잃은 활민숙생들은 자살하기에 이른다.
이 소설의 시대배경은 임오군란(壬午軍亂, 1882년) 1년 전부터 시작하여 군란 이후 대원군의 재집권과 청국(淸國)으로 납치되어 간 직후까지 약 1년간이다. 1920년대 중반의 국민문학파들이 민족의 역사적 소재를 재현시켜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을 통한 민족정신을 탐구하려 한 시도들이 엿보인다. 이 작품은 이러한 민족문학 진영의 입장을 대변한 역사소설로, 민족의식을 고취한 소설적 성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작품이 역사소설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 이유는 대원군을 이상적인 정치가의 전형적 인물로 설정했다는 점, 젊은이들의 무용담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신비한 현상들을 제시함으로써 비논리적이고, 통속적인 재미와 영합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이 작품은 문학적인 평가를 내리기에 어려운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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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은 내용면에서의 논리이고, 플롯의 관점에서 본다면 다른 해석을 내릴 수 있다. 즉, 배경은 역사에 두되, 가공인물과 역사상의 인물을 동일한 장소에서, 대담과 교제를 시키는 그 소설적인 기법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러한 플롯상의 기법은 전에 없었던 시도로 보이고 있으며, 줄거리만을 나열했던 기존 소설의 타성에서 벗어나려는 소설적 시도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기법은 리얼리티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역사를 매개로 하되, 그 역사적 현실을 뛰어넘어 민족 현실의 현재적 의미를 획득하고 있는 사적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일본의 시대물과 유사하며, 작중인물을 극단적으로 선악을 대립시키고 안재영을 영웅화시킴으로써 작가의 말과 같이 본질적인 역사소설과는 거리가 먼 통속소설에 머물고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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