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高朋滿座

20세기의 석학 임어당(林語堂) 수필집 『생활의 발견(The Importance of Living)』

by 언덕에서 2011. 3. 19.

 

 

20세기의 석학 임어당(林語堂) 수필집 『생활의 발견(The Importance of Living)

 

 

 

중국 문필가 임어당(Lin yu-tang,林語堂, 1895~1976)의 에세이집으로 1937년 영문으로 발간되었다. 1920년대 린위탕은 언어학자이자 문예평론가로서의 면모가 강했지만, 30년대 이후부터는 산문가, 번역가로서 중국 문화를 서양에 소개하는 일에 주력했다. 1936년 8월 린위탕은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을 무대로 전업 문필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미국 이주에는 작가 펄 벅의 권유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린위탕은 이미 1935년에 미국에서 출간한 <내 나라 내 국민>으로 미국 독자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었고, 1937년에 내놓은 「생활의 발견」(영어 원제는 The Importance of Living. 우리나라에서는 <생활의 예술>로도 번역되었다)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중국 복건성(福建省) 용계현(龍溪縣) 아모이 근교에서 장로교 목사의 아들로 출생한 임어당은 미국에 오랫동안 거주하다가 1966년 대만의 대북시 교외에 거주하였다. 중화민국 작가회 회장(70) 역임했는데 생전에 약 40권의 영어 저서를 집필하여 17개 국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홍콩의 퀸 메어리 병원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의식구조, 관념, 생활철학 등을 비교하고, 장점과 단점을 찾아낸다. 또한 동양인뿐 아니라 서양인에게도 필요한, 중국 성현의 삶의 자세인 한적생활을 가르쳐주고 있다. 아울러 이상적인 삶의 방법으로 한적생활은 물론, 중용의 길을 제시하여 우리가 한번 주어진 인생을 기쁨과 행복을 누리며 지혜롭게 살아가도록 인도한다.

 생활의 발견 전체를 통하여 임어당이 의식적으로 표출하고자 한 것이 두 가지 보인다. 그 중 하나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의식구조ㆍ관념ㆍ생활철학 등을 대비시켜 나가면서 그 장단점을 지적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구인들에게, 아니 우리 모두에게 옛 중국 성현들의 삶의 자세인 한적생활(閑寂生活)을 고취시켜 주려 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현학적으로 자신의 박학다식을 나열해 놓으려 한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우리에게 가장 근본적이고 불가피한문제, 즉 한 번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값진 삶이 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결코 허황되지 않고 현실에서 유리되지 않는 범주에서 찾아서 제시하려 했다. 임어당은 가장 이상적인 삶의 방법을 중국의 옛 현인들의 생활 신조였던 한적생활과 중용의 길(中庸之道)에서 찾고 있다.

 임어당의 생활철학은 미래보다 현실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하였거니와, 그렇다고 이상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다.인간은 단순한 물질적인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은 이른바 '이상'을 추구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진실로 영원한 것 또는 진실로 절대적인 것은 끝내 인간에게 주어질 수 없는 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현재를 극복해야 할 무엇이라고 믿는 까닭에 보다 나은 삶에 대한 동경을 단념할 수가 없다. 이러한 보다 나은 삶에의 동경과 추구가 그의 모든 에세이를 꿰뚫고 있는 기본 테마이다.

 이상의 세계를 어떠한 방향으로 구하는가는 각 개인의 성격과 환경을 따라서 여러 가지로 결정될 것이다. 초자연적인 절대자의 힘을 빌려 영원한 것을 잡으려고 할 때 종교적인 이상이 추구되며, 스스로의 인간적인 노력을 통하여 보다 아름다운 지상의 나라를 건설하고자 꾀할 때는 도덕적인 이상이 추구된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현실의 세계 안에 현실의 개조를 통하여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상의 세계 안에서 창조하고자 꾀할 때는 예술적인 이상이 추구된다.

 

 

 이상의 세계를 어떤 방면에서 구하더라도 그 이상의 실현을 위한 노력의 초점이 되는 것은, 또는 그 이상 실현의 전제 조건으로서 요청되는 것은 스스로의 인격의 향상이다. 비록 절대자(신)에 의지하여 구제의 길을 얻으려 할 경우에도 현실적인 노력의 대상이 되는 것은 내 자신의 인격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예술을 통하여 짧은 인생에 긴 생명을 담아 주고자 꾀할 경우에도 내 인격의 향상이 그 바탕이 될 것이다. 예술 방면에 대성하기 위하여서는 비상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거니와, 예술작품에 나타나는 아름다움이란 결국 인간 정신 속에 조성된 아름다움의 표현이라는 점으로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이상을 향하여 접근하는 원동력으로서의 내 인격의 무게를 저울질할 때, 그리고 이상 실현의 선결 목표로서 내 인격의 향상을 희구할 때 우리가 또다시 부닥치는 것은 내 사람됨이 어리석고 옹졸함이요, 동물이 인간에 붙어 다니는 가지가지의 제약이다.

 우리가 어떤 인격을 '위대하다'고 할 때 그 말이 언제나 똑 같은 뜻으로 쓰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모든 '위대한' 인격에는 적어도 한 가지 특색은 있는 듯이 보이는데, 그 특색이란 상식적인 의미의 '나'에 대한 애착이 지나치지 않다는 것, 즉 대아(大我)의 성품을 지닌다는 점이다.

 20세기의 석학인 임어당은 가난과 절망의 속에서도 언제나 유머는 잃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생활 수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내가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할 때, 아내가 병이 나서 입원했다. 돈은 완전히 떨어지고, 아내의 물건까지 다 내다 팔아 이제는 끼니조차 어렵게 되었다."고 생활의 고달픔과 어려움을 파악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스스로의 결단력과 의지, 생활에의 신념과 자부로써 이겨 나가고 있었다.

 ''에 대한 사랑이 내 힘의 한계에 대한 인식을 통하여 운명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하여 심기일전의 용기와 신념의 계기를 마련한다. 그것은 사람이 스스로 힘의 한계를 짐작하면서도 꾸준히 할 일을 계속하고, 그 일을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저주대신 사랑으로써 운명을 대할 마음의 여유를 가질 때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임어당이 말하는 '서정 철학'이다. 그는 '생활의 발견'을 펴내면서 이 책의 부제를 '현대생활과 서정철학'이라고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