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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슈퍼을의 법칙 『처음에 반하게 하라』

by 언덕에서 2011. 3. 2.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슈퍼을의 법칙 『처음에 반하게 하라』

 

 

 

 

모처럼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 첫 장을 펼친 후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읽다보니 쉬지않고 다 읽을 수 있었다. 지나간 삶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있을 수 없지만, 만약에 20년 전에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인생이 얼마나 눈부시게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니까 20년 전에 이 책이 있었고 그때 내가 이 책을 몇 번 숙독을 했더라면 지금쯤 나는 다니던 세 개의 별이라는 회사의 CEO가 되어 있었을 것이며, 그게 아니면 문단에서 꽤 인정받는 괜찮은 작가로 존재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이러한 나의 생각이 부질없다고 생각할 분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순수한 정열, 성실성, 실력만으로 모든 게 다 이루어지는 세상이 아니니까 말이다.

 

 이 책 『처음에 반하게 하라』의 저자는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면서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현실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챘으며, 갑에게 끌려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갑을 끌고 가며, 갑과의 갈등 관계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사람들을 주목했다. 저자는 그들을 갑을관계의 낡은 패러다임을 거부하며, 일방적인 갑이나 굴종에 익숙한 을도 아닌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소통과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존재로 저의하고 ‘슈퍼을’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생각 없는 '을'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2000년대 초반 경기도의 한 대도시 시장은 틈만 나면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

 “여기 시장은 나 혼자고 국회의원은 4명이나 되잖아. 내 지역구는 그 사람들 것을 모두 합친 것 만한데 내가 더 높은 것 아냐?”

 일견 맞는 말이다. 시장은 한 명이고 국회의원은 4명이나 되고 보니 심정적으로 우월감에 우쭐한 마음이 넘쳐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입을 놀린 대가는 컸다. 그 시장은 다음 선거 때 공천을 받지 못하고 결국 시장 배지를 떼이고 말았다.

 지역 행사에서야 시장이 국회의원보다 의전에 앞서고 지역 주민들도 국회의원보다 시장이 참석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눈 올 때 집 앞 길을 정비해 주는 지역 공무원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시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처럼 높아 보이는 시장의 생사여탈권을 쥔 사람이 바로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평소 ‘갑’인 국회의원의 비위를 건드려 놓고 공천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시장이 한 말은 현실적으로 맞지만 그리고 설령 다른 이들이 그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해도 “하이고, 무슨 말씀입니까? 국회의원은 나라 일을 책임지시잖습니까. 그분들이 일 잘하시도록 돕는 것이 저의 일이지요.”라는 모범 답안을 이야기했다면 그는 얼마든지 재선 삼선을 바라볼 수 있었음이 분명하다.

 

 또 하나의 생각 없는 '을'의 예를 들여다 보자.

 모 시청에서 있었던 일이다. 해당 시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나 유력한 부시장 후보였던 A씨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썼다. 야인이 된 A씨는 핵심자리에 있을 때 데리고 있던 부하들에게 부탁을 할 일이 있었다. 후배 공무원들은 한때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A씨의 부탁을 들은 척 만 척 했다. ‘꺼진 불’의 부탁이니 그저 수없이 들어오는 민원의 하나쯤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아뿔싸, 이게 웬일인가? 1년 후 인사에서 A씨가 부시장으로 발령 받은 게 아닌가!

 복직 후 A씨는 자신을 본척만척했던 직원들에게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보복(?)은 소리 없이 이뤄졌다. 그의 부탁을 무시했던 후배들은 우수한 고과점수에도 불구하고 A씨가 정년퇴임할 때까지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보통 사람들은 ‘꺼진 불’을 보면 꺼졌다는 데 주목하지만 슈퍼을은 꺼진 불도 역시 ‘불’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시 타오를 가능성 혹은 꺼진 불에 남아 있는 온기를 보는 것이다. 사실 ‘꺼진 불’이라도 활활 타오르던 시절 쌓은 역량과 능력의 흔적은 남아 있다. 부도를 냈더라도 자금 관리만큼은 탁월한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 배지는 떼였더라도 훗날 청와대의 주인으로 대한민국을 이끄는 자리에 오를지 모를 일 아닌가! 보잘 것 없는 상대방도 갑으로 섬기는 마음에는 가식이 있을 수 없다.  어찌될지 모르는 인생, 보험을 들어둔다는 마음으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상대방을 진실함과 정성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갑을관계는 단지 계약상의 관계만은 아니다. 직장 상사나 거래처로부터 받은 설움이 북받쳐 오르거나 굴욕 당했을 때를 떠올려보자. 상하관계, 때로는 주종관계로 왜곡된 이런 갑을관계로 인해 ‘을’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더럽고 치사해도 속으로 분을 삭이고, 무조건 상대(갑)에게 맞추면서 생존을 위해 분투한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불평등에 기반을 둔 갑을관계를 청산하자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갑이 마음대로 을의 이익과 생사여탈을 좌우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냥 ‘을’이 아닌 똑똑한 ‘슈퍼을’이 어떤 방식으로 갑과의 불리한 게임을 자신의 페이스로 만들어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지,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어떻게 매끄러운 커뮤니케이션을 해내는지 등을 배워나가며 독자들은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갑과 을 사이의 비정한 담장을 조금씩 허물어가며 진정한 인간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해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슈퍼을은 상대와 공통분모 및 동질성을 극대화하는 ‘마법의 언어’도 사용할 줄 안다. ‘그게 아니라요’ 라는 말대꾸 대신 ‘그러게요’ 전법으로 상대의 비난을 누그러뜨린다. 또한 슈퍼을은 갑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상대를 샅샅이 공부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내밀라고 강조한다. 갑을 공부한 사람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얻어내는 성과의 크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처음 사로잡지 못하면 비즈니스 관계에서 두 번째 기회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깨워주며, 첫 만남에서 눈으로만이 아니라 마음이 당신에게 반하도록 만드는 다양한 노하우를 알려준다. 직장인, 비지니스맨 뿐만 아니라 사회진출을 앞둔 대학생, 인간관계 설정에 고민하는 주부들에게도 굉장히 유용한 좋은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