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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전남진 수필집 『어느 시인의 흙집 일기』

by 언덕에서 2011. 2. 25.

 

 

 

전남진 수필집 『어느 시인의 흙집 일기』

 

 

 

 

 '병든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던 시기에 무명의 시인이 ‘흙집’에 관한 책을 발표했다. 1999년 ‘문학동네’를 통해 등단한 전남진 시인은 ‘혼자 지을 수 있는’ 작은 흙집을 소개하고 있다. 1998년 4월부터 두 달여 동안 자신의 고향인 경북 칠곡에 열평 남짓한 흙집을 지은 저자는 ‘딸의 정서교육’과 ‘고향에 대한 동경’ 때문에 고향에 집을 지었다. 그런데 막상 짓고 보니 건강까지 얻게 됐다며 기뻐하고 있다. 실제로 ‘병든 집’에 대한 대안은 환경친화적인 자연 소재로 집을 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시인이 지은 흙집은 대단히 환경친화적인 집이다. 흙과 돌, 나무로만 지은 집이기 때문에 집을 해체하더라도 환경에 해를 끼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시인은 바로 이 점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집을 지었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다.

 

 

 

 

 

 

 

 

 저자는 도시인들이 현실에 밀려 동경만 하고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도시를 과감히 떠나 고향으로 향했다. 12년간의 직장생활을 미련없이 떨치고 떠난 이유는 네 살 박이 딸의 정서교육과 스스로의 고향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전남진은 이리저리 알아보았고, 그 결과 자그마한 흙집을 짓는 것이 가장 환경친화적인 집짓기이고 경제적으로도 적당할 것 같다는 판단 하에 화순에 있는 흙집연구소에서 한 달 동안 흙집 짓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자신의 고향으로 가 흙집을 지었고 경비는 약 500만원이 들어갔다고 밝힌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리 큰 기술이 없어도, 한 번도 집을 지어본 경험이 없어도 자연 속에 혼자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집을 지은 사람이 ‘책상물림’인 시인인데다 집을 지어본 경험은 당연히 없다. 시인은 비록 자그마한 집이지만 누구나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고향과 자연에 대해 그저 동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용기를 내면 각박한 도시와 ‘병든 집’에서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이 책만 있다면 실제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공정과정을 사진과 더불어 상세히 수록해 직접 흙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도록 구성했다. 그렇다고 딱딱한 공정과정만 넣은 것이 아니라 집을 지으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을 시인 특유의 감성에 담아 여러 시들을 소개하여 유려하게 서술하고 있다.

 도시인들은 항상 고향을 꿈꾸고 자연을 동경한다. 하지만 현실은 도시 밖으로 한 발짝도 나설 수 없게 옥죄고 있다. 물론, 고향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자연 속으로 떠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며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도시보다 더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도시인들은 ‘고향’과 ‘자연’을 동경한다. 대부분은 그저 ‘동경’에 그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