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사실주의 한국영화의 최고봉 유현목 작. <오발탄>
유현목 감독이 만든 1960년대 한국영화 사실주의 경향을 대표하는 영화로 제7회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출품작이기도 하다.
이범선 원작, 나소운ㆍ이종기 각색, 유현목이 감독한 이 영화는 1961년 [대한영화사]가 제작하였고, 촬영 심재흥에 음악 김성태 그리고 김진규ㆍ최무룡ㆍ문정숙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계리사(공인회계사의 옛용어)사무실의 서기인 가난한 한 집안의 가장 철호(김진규)는 정신착란증(또는 치매)을 앓고 있는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그의 아내(문정숙)는 만삭의 몸으로 생활의 고단함에 찌들려 살고 잘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려있다. 남동생 영호(최무룡)는 한국전쟁으로 부상을 입고 제대한 상이군인 청년으로, 상이 군인들과 어울려 다니며 전쟁의 피해로 인한 보상을 받지 못한 울분을 참지 못하고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여동생(서애자)은 밤이면 짙게 화장을 하고 식구들 몰래 양공주 일을 한다. 막내 아들은 빈곤을 견디지 못해 신문팔이로 나선다.
철호는 만성 치통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치과에 갈 수 없는 비참한 상황이다. 견디다 못한 동생 영호는 마침내 권총을 마련하여 은행을 털 결심을 한다. 병상에 누워있는 노모는 비행기의 폭음 환청에 시달릴 때마다 놀란 듯 벌떡 일어나서 "가자, 가자"를 외친다. 북에서 남으로 피난온 노모는 향수로 인해 정신병을 앓고 있는 상태이다. 아내는 출산일이 되어 병원에 갔으나 난산 끝에 절명하고, 은행강도에 실패한 동생은 형사에 붙잡힌다. 치통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치과에 간 철호는 앓던 이를 뽑고 술을 마신 채 택시에 몸을 싣지만 잘못 발사된 오발탄처럼 갈 곳이 없다.
이 영화는 6ㆍ25전쟁 후의 한국사회의 빈곤과 부조리를 고발적으로 그렸다는 점과 철저한 리얼리즘 영상으로 묘사되었다는 면에서 전후 최대의 문제작이라고 일컬어졌다. 이처럼 이 작품이 전후 최대의 문제작으로 일컬어지는 것은 인간을 절망의 밑바닥에 내던지게 한 빈곤과 부조리의 사회를 고발적으로 표현한 데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유현목 감독이 제시한 철저한 리얼리즘의 영상미학이 특이하였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유현목의 영상적인 표현기법은 이때까지 스토리텔링 위주의 기법을 벗어난 새로운 영화언어를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당시에 획기적이었다.
현실을 철저하게 응시하는 롱 테이크의 화면들, 한 장면 안에서 몽타주되는 이미지, 소리와 화면의 대립되는 몽타주, 이러한 기법들은 그 주제의 심각성과 함께 한국영화에서 처음으로 볼 수 있는 혁명적이었다.
상황과 인간의 대립에서 구원을 찾을 수 없었던 주인공인 송철호는, 미친 듯이 “가자! 가자!”라고 외치는 어머니와 양공주로 변신한 명숙, 은행강도 끝에 살인까지 하게 된 동생 영호의 사건, 그리고 아내의 죽음으로 돌이킬 수 없는 절망에 이르게 된다. 10분이 넘는 철호의 마지막 방황의 장면은 이 영화가 제시한 영상적인 리얼리즘의 순수하고 시적인 놀라운 표현이다. <오발탄>은 그 주제의 심각성과 표현의 무서운 현실성으로 5ㆍ16군사정변 직후 한때 상영금지 처분을 받기도 하였다. 제7회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 출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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