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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카스트 제도의 희생자 - 세자르 카프로 작. <밴디트 퀸>

by 언덕에서 2010. 12. 15.

 

 

 

 

카스트 제도의 희생자 - 세자르 카프로 작. <밴디트 퀸>

 

 

 

 

 

 

1991년 인도의 세자르 카프로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카스트제도라는 계급세계가 엄존하고 있는 인도라는 국가에서 제도와 인습이 인간을 얼마나 불행하게 만드는지를 알려주는 영화이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가 전 세계에 상영된 이후에 실화의 주인공은 대로상에서 살해되고 만다.

 

 

 

 

 

 이 비극적인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열한 살의 어린 나이에 폴란 데비(Phoolan Devi: 시마 비스와스 분)는 가난한 부모에 의해 자전거 한 대와 암소 한 마리의 대가를 받고 민며느리로 팔려 간다. 그러나 무지한 남편이 아직 어린 그녀를 학대하고, 강간하자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도망 오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는 폴란이 걷게 될 힘든 삶을 예감한다.

 그 후 폴란은 마을 청년들이 호감을 느낄 만큼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하고, 촌장의 아들은 의도적으로 폴란에게 접근하다 실패한다. 자존심이 상한 촌장의 아들은 음모를 꾸며 결국은 그녀를 마을 밖으로 추방한다. 마을 주변을 배회하던 폴란은 또 다른 촌장 아들의 음모로 경찰에 잡혀가고, 경찰에게 강간과 학대를 당하게 된다. 경찰에서 풀려난 후 경찰과 결탁된 갱단의 대장에게 잡혀 무리들 속에 포함되지만 갱단의 대장은 그녀를 상습적으로 강간하고, 이를 보다 못한 도적 비크람은 대장을 사살하고 무리의 대장으로 올라선다.

 폴란을 사랑하는 비크람은 그녀에게 총 쏘는 법과 산을 오르는 훈련을 시키고, 폴란은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는 비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폴란은 인습의 굴레에서 해방돼 갱단의 대장과 함께 무리를 이끌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그 행복은 경찰에 잡혀갔던 원래의 대장 비스람이 풀려나면서 산산이 부서지게 된다. 마을의 부자들과 경찰과 손잡고 있는 대장 비스람은 비크람을 몰래 총살하고, 그녀를 납치, 폭행 후 24명의 부하 및 지주들에게 윤간하게 한 후 발가벗긴 채 온 마을을 끌고 다닌다. 

 그 후 경찰과 비스람의 손을 피해 인도 북부 마디아 프라데쉬의 광야로 숨어 자신의 갱단을 형성한 폴란은 의적으로 그 이름을 전국적으로 날리게 된다. 폴란은 도둑의 여두목으로 변신해 도둑 떼를 이끌고 자신을 성 폭행하였던 24명의 마을 지주들을 공개 처형하였다. 이후 풀란은 2년여 동안 온갖 약탈과 학살로 지주들과 경찰을 괴롭혔으나 끈질지게 쫓아오는 경찰과 비스람의 무리들에 의해 그녀의 무리는 모두 죽는다.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투항조건으로 동지들의 안전과 천민 계급의 권리 회복을 내세워 수상과 협상한다. '꽃의 여왕', '약탈의 여왕', '도둑의 여왕'으로 불리며 인도 전역을 무대로 활동하던 폴란은 수많은 숭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극적인 의식을 치르고 경찰에 자수한다. 그녀의 나이 스물한 살 때다. 풀란 데비는 마디프라데시 주의 팔리오의 중앙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11년 동안 말라 센의 친구가 되었는데, 말라 센은 <인도의 산적 여왕(India's Bandit Queen)>(1991)이라는 책을 통해 데비의 이야기를 썼고 이 책은 1995년에 화제가 된 영화 <밴디트 퀸>의 토대가 되었다.

 

 

 

 


 실존 인물인 풀란 데비는 11년의 징역형을 살고 난 후 하원의원에 당선되어 활동하다가 영화가 개봉된 지 10년 후인 지난 2001년 7월 25일 암살자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그 틀을 깨고자 하는 일이 끝없는 가시밭길을 걸으며 살아남는 일처럼 어려움을 실감케 하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세카르 카마르 감독은 이런 폴란 데비의 고통과 투쟁을 남김없이 그리고 있다.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영상은 때론 난폭하고, 때론 야만적이다. 그러나 거친 영상은 오히려 폴란 데비의 험난했던 삶을 대변하며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

 

 

<살해되기 전의 폴란 데비>

 

 '밴디트 퀸'은 신비스런 느낌을 주는 일반적인 인도영화와는 거리가 있다. 영화제작의 천국이라 불리는 인도에서 돈줄을 찾지 못해 영국 '채널4'의 지원금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폭력장면을 비롯해 몇 장면이 잘려 나가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인도의 야만적인 계급관계 등 인도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오리지널" 인도영화다. 이 영화는 비판적 시각 때문에 인도 내에서는 상영이 금지됐지만, 1994년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된 바 있으며, (타임)에 의해 그해 세계 10대 영화 가운데 한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