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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베트남 새댁의 비극

by 언덕에서 2010. 7. 20.

 

 

 

 

베트남 새댁의 비극

 

 

 

 

 

지난주 부산에서 발생한 베트남 신부의 정신병자 남편에 의한 살해사건은 연일 베트남 전역에 중계 방송되고 있다고 한다. 19일 대통령은 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베트남 신부 탓티황옥씨 피살 사건을 거론, "베트남 부모를 직접 만나 위로하고 싶었는데 이미 출국해서 그러지 못해 참 안타깝다"며 "주베트남 대사로 하여금 대통령 이름으로 가족을 방문하고 조의를 전하도록 하겠다. 유족들과 베트남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정운찬 국무총리는 베트남 신부가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된 사건과 관련, " '국격'이란 말을 거론하기에도 부끄럽다. 국격 이전에 인간관계의 기본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밝히는 등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 놓은 사건이다.

 몇 년 전에도 베트남 신부가 감금과 폭행에 못이겨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옆집으로 피신하려다 추락.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왜 이런 일들이 재발하는지 모르겠다. 이럴 땐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허술한 법망과 사회적 보호장치의 미비가 남의 집 귀중한 딸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우리나라의 국격은 상식 이하의 경제적 동물들이 사는 나라로 떨어지고 말았다. 한국에서 성공신화를 꿈꾼 어린 신부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사실을 베트남 국민들은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같다. 베트남 현지 교민들은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인은 베트남 가족들로부터 테러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한다는 기사도 접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베트남 처녀들은 왜 한국에 시집을 올까? 한국 농어촌에서 세 쌍이 결혼하면 그 중 한 쌍은 신부가 베트남 여성이다. 새삼스러우면서도 놀라운 수치다. 2005년 한국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남성의 결혼 8,027건 중 국제결혼은 35.9%인 2,885건이었고, 그중 과반수인 1,535건이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이었다. 그녀들은 어떤 사정 때문에 이역만리 한국으로 시집을 오는 것일까. 베트남 전문가인 김현재 영산대 교수가 발표한 ‘베트남 여성의 한국으로의 결혼이민: 그 배경과 원인에 대한 고찰’은 최초의 그간의 이유를 설명한다.

 

 


 

 1. 김 교수는 한국으로 오는 베트남 여성들이 대부분 남부 농촌인 메콩 델타 지역 출신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2005년 베트남 북부인 하노이 주재 한국 영사관이 발급한 결혼 비자가 720건이었던 데 비해 남부에 있는 호찌민(구. 사이공) 주재 영사관은 그 다섯 배가 넘는 3,853건이었다. 도이모이(개혁·개방) 정책 이후 베트남 경제는 크게 성장했으나 도농(都農) 간의 격차는 2004년 상위·하위 각 10%의 소득차이가 13.5배나 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메콩 델타 지역은 이농(離農) 때문에 같은 해 여성이 남성보다 36만5300명이 많을 정도로 성별 불균형도 커졌다. 이런 사회경제적 문제는 국제결혼의 큰 원인이 됐다.

 

 2. 17세기 말에 가서야 베트남 영토로 편입된 남부는 북부와는 환경이 크게 다른 곳이다. 역사적으로 인도·이슬람·프랑스·미국 등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인 이곳은 유교적 전통이 덜하고 이민족과의 결혼에 개방적인 편이다. 또한 중매를 통해 신부대를 지불하고 결혼하는 풍속이 있어 결혼중개업체의 시스템에 친숙하고, 수로를 따라 촌락이 산재됐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이 얕아 주위의 평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3. 주변국의 환경변화도 중요 요인이다. 2000년 한 해만 1만3863명의 대만 남성들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다. 그들 역시 중개업체를 통해 1주일쯤 베트남을 방문해 수십 명에서 수백 명과의 맞선을 본 뒤 혼인신고까지 끝내고, 일부는 인신매매나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입히는 등 현재 한국·베트남 국제결혼의 문제점을 이미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이런 사회적 물의에다 대만 정부가 국적 취득 요건을 강화하면서 대만인과의 결혼 건수는 급감했고, 그 빈 자리를 한국 남성들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2000년 95건에 불과했던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결혼은 2005년엔 5,822건으로 급증, 같은 해 3,212건의 대만 남성을 앞질렀다.

 

 4. 한류(韓流)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베트남 TV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는 100여 편인데 ‘대장금’만 해도 수십 차례 공중파를 탄 나라다. 신문·잡지 같은 인쇄물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 농촌에서 TV만 접한 여성들은 한국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됐고, 베트남 언론들은 계속 “드라마 속의 환상을 버리라”고 경고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와 같은 분석에 따라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에게 알맞은 귀화·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적응력이 높은 농촌으로의 이주 권장 ▲학력에 맞는 별도의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개발 ▲경제적 적응을 높이기 위한 소득지원과 노동시장 정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드라마 '대장금'은  베트남 국영방송에서 최초 방영 이후 서너번 재방송을 했음에도 시청률이 90% 이상이라고 한다.  베트남인들은 '출생의 비밀'이 주된 테마인 한국의 여타 드라마와는 달리 한 여성이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스토리에 감동한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결혼이민여성이 받고 있는 고통을 동아대 이학춘 교수는 부산일보 기고를 통해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첫째, 자신이 기대했던 한국에 대한 기대과 실제의 한국은 너무도 다르다는 데서 극심한 심적 갈등이다. 잘사는 나라라고 믿고 왔는데 한국 농촌의 사정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였던 것이다.

 둘째, 한국인 남편은 외국인 신부를 돈을 주고 데려왔기 때문에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많다는 점이다. 잦은 구타와 폭력은 물론이고 결혼에 불만족하는 경우에는 반품을 요구하는 어이없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셋째, 베트남 처녀는 애당초 언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결혼정보업체의 말만 믿고 결혼식을 올린다. 신부는 매월 일정액을 신랑이 모국에 송금하여 가난한 집안의 가계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으나 정작 이러한 약속을 지키는 신랑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신랑이 결혼정보업체에게 지불한 돈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함량 미달인 결혼정보업체의 비도덕적인 농간이 주 원인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향후 결혼계약서를 만들어 양국의 언어로 공증하고, 계약불이행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하고, 결혼정보업체의 보상에 대비하여 '국제결혼보상금예치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넷째, 결혼 이후 시댁식구와의 문화적 갈등은 매우 심각한 점이다. 한국인 가족은 자국 중심적 시각을 가지고 신부나라의 문화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이나 서유럽 선진국가의 국민이 아니면 '못사는 나라의 열등한 인종' 정도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은 국제 결혼하는 신랑과 신부는 일정기간 동안 상대국 문화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하고, 하루 정도는 가족 전체가 함께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해야한다고 말한다.

 

 

 

            <2006년 프랑스 알레리 폭동>

 

 많은 사람은 장기 불황 및 부의 편중 현상으로 한국 사람도 힘든데 왜 외국인을 보호하는데 신경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 답변은 간단하다. 한국으로 시집 온 엄마가 낳은 아이는 한국인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엄마가 겪는 불행은 곧 그 아이들의 것이 될 것이다. 이들은 엄마의 슬픔을 그대로 이 사회에 되갚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은 빠른 시간 이내에 미국의 LA 폭동과 프랑스의 알레리 폭동, 며칠 전 발생한 그러노블 폭동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결혼이민여성 또는 다문화 자녀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가 되어버렸다. 만일 한국사회가 이들에게 꿈을 준다면, 이들은 한국 사회에 부담이 아니라 기회를 주게 될 것이며 한국과 엄마 모국 간에 훌륭한 가교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이 경우 다문화가족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번영과 세계화를 결정적으로 넓히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 아닌가.

 

 

 

 
기억과 몽상
    • 저자: 언덕에서 윤 혁 지음출판사: 청어  |  2018.8.10.
      페이지수: 296 | 사이즈: 153*207mm
      판매가:    13,000원 → 11,700원(10% 할인) --> YES24 등 대형서점 : 포인트 650원(5%지급)
    • 장르: 한국문학 / 장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