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吳起)와 대북 확성기
사마천이 쓴 중국 역사서인 '사기'를 보면 오기(吳起.BC 440∼BC 381)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병법가ㆍ정치가인데 위(衛)나라 사람이며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 밑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 그는 학문이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닫고 직업군인으로 출세를 도모하게 되는데 장교가 되어 병졸들과 동거동락하고 종기를 입으로 빨아주는 등 지휘관으로서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군대를 이끄는 데 재능을 보인 결과, 장군이 되어 노(魯)나라, 위(魏)나라, 초(楚)나라를 섬겼다. 당시 전국 7웅(七雄) 가운데 가장 먼저 발전한 나라는 위(魏)였다. 위의 문후(文侯)는 이회(李)와 서문표(西文豹)를 등용하여 농업생산력을 증진시키는 한편, 오기(吳起)ㆍ악양(樂羊) 등의 장군을 기용하여 영토를 확대했다.
오기는 위나라에서 많은 큰 전투를 지휘하여 숱한 공을 세웠으며, 당시 재상으로 임명된 전문(田文)과의 공로를 비교한 문답이 사기 '손자오기 열전'에 나온다. 후에 그는 초(楚)나라로 가서 도왕(悼王)에 의해 재상으로 임명되었다. 재상이 된 그는 관원을 감원하고 왕족과 귀족의 특권을 제거하는 등 봉건 혁명을 이끌어 초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혁명이 구귀족을 노하게 하여 초왕의 사후 피살되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초나라 도왕이 죽자 종실과 대신들이 난을 일으켜 오기를 공격하였다.
위기를 느낀 그는 달아나 도왕의 시체에 엎드려 있었는데 오기를 쫓던 무리들이 화살로 오기를 쏘고 창으로 찌르는 바람에 도왕의 시체도 상처를 입게 되었다. 도왕을 장사지내고 태자가 임금이 되자 곧 관리를 시켜 오기를 활로 쏘고 도왕의 시체에도 상처를 입힌 자들을 모두 베어 죽이니 이 일에 연루되어 일족이 전멸된 자의 수가 70가구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는 죽으면서도 정적들에게 복수를 했던 것이다.
장황한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북한이라는 비정상적인 국가에 대해 잠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2003년 대구에서 열렸던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200명의 북한선수단과 함께 310명의 ‘미녀 응원단’이 참가했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화제를 모았던 미녀 응원단에 이어 활약상(?)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의 미녀 응원단은 자연미 넘치는 아름다움으로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전국에 북한 신드롬을 일으켰었는데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도 북의 미녀 응원단은 무엇보다도 젊음과 빼어난 미모를 앞세워 경기장마다 '구름관중'을 몰고 다녔다. 북한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기장에는 이 미녀 응원단을 성원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끊이지 않았고 인터넷에는 미녀 응원단에 대한 팬클럽이 수십 개 생겨날 정도로 이 여인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폐막을 사흘 앞둔 8월 28일 이들은 도로변에 설치된 김정일 사진이 새겨진 플래카드가 비에 적셔진 것을 발견하고는 운전기사의 발을 밟아 차를 세우도록 한 후 플래카드를 떼어내면서 눈물까지 흘렸고 또 이를 취재하던 지방기자의 카메라까지 빼앗는 소동도 벌였다.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유엔 안보리에 발송한 참여연대를 규탄하는 각계 단체의 기자회견이 사흘째 이어지는가 하면 김태영 국방장관은 15일 북한이 우리측 대북심리전용 확성기를 조준사격할 경우 "그것의 2배 정도에 의해 (대응사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대치와 남남갈등에는 체제적 이유 외에도 이념적 잣대가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어제
‘대북 확성기 앞에 김정일 사진을 걸어 놓자'
는 어느 네티즌의 인터넷 글을 읽었다. '
김정일 사진에 총질을 하는 놈들은 다 반동분자가 될테니 그들이 고민을 할 수 있다'
는 게 요지이다. 아마 그 글을 쓴 네티즌은 위의 ‘손자 오기열전’을 읽었음이 틀림없다. 어쨌든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임을 오늘도 피부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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