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왜 콩고에서 벌어진 분쟁이 우리 휴대폰 가격을 더 싸게 만드는 걸까』
독일 언론인 카를-알브레히트 이멜 (Karl-Albrecht Immel, 1950~)의 사회비평서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최신 세계화 관련 그래픽 자료와 그 이면에 감추어진 사실들의 연관성을 통해 일방적인 세계화 질주의 맹신을 질타하는 생생한 시사 리포트이다. 세계화 관련 각종 최신 통계 자료와 시사 보고서 등을 빈부 격차, 전 지구촌의 약속인 '밀레니엄개발목표'의, 식량, 건강, 교육, 환경, 무역, 전쟁과 폭력, 인권 등 14개 주제 80개 항목으로 나누어 밀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 '카를-알브레히트 이멜'은 세계화라는 거대하고 큰 흐름에 위압당해 속수무책의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나를 둘러싼 온갖 모순과 불평등의 문제에 대한 무감각에서 벗어나고, 눈앞의 단기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1950년에 태어났다. 개발정책 분야에서는 독일에서 가장 정평 있는 정치분야의 언론인이다. 특히 ‘독일 언론인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아동구호 단체 테레 '데스 호메스'의 홍보책임자였으며, 현재 슈투트가르트 쥐트베스트 방송국 편집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인도 공장에서 자행되는 아동노동의 실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함으로써 러그마크로 하여금 ‘아동노동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카펫’ 인증제를 도입하는 데 기여했다. 세계화 관련 사건과 정보의 도식적인 나열을 뛰어넘어 그 불평등한 있는 그대로의 '불편한 진실'을 통해 , '세계화'라는 현재진행형의 사건이 결코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님을 세상에 전하고 있다.
◐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왜 콩고에서 벌어진 분쟁이 우리 휴대폰 가격을 더 싸게 만드는 걸까?”
“어떻게 병 속에 있는 생수가 다른 많은 사람들을 더 목마르게 하는 걸까?”
“우리 식탁에 올라온 스테이크가 원시림의 벌목과는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이 책은 세계화라는 사건 현장에 떨어진 통계 자료의 팩트, 그리고 그 이면의 불편한 진실을 단서로 삼아 ‘국경 없는 세상’이 실상은 자본과 상품만이 자유로운 약육강식의 정글임을 하나하나 밝혀나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빈부 격차, 식량, 보건 및 의료, 교육, 주거, 환경, 기후, 전쟁과 폭력, 인권 등과 관련해서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과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사실은 ‘세계화’라는 거미가 쳐놓은 거미줄에 촘촘히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2.
우리가 몇 달 만에 바꾼 신상 휴대폰, 콩고인들에게는 진짜 ‘대포폰’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평범한 중산층 샐러리맨의 일상을 들여다 보자. ‘라틴아메리카산 원두’를 갈아 모닝커피 한 잔으로 아침잠을 깬다. 점심은 브런치 메뉴인 ‘훈제연어 샌드위치’로 대신하고, 수입 ‘생수’를 한 병 사드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오후에는 몇 달 만에 바꾼 신상 ‘휴대폰’으로 친구에게 문자를 날려 저녁을 약속한다. 저녁 메뉴는오랜만에 ‘스테이크’. 집에 와서는 ‘미녀들의 수다’와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고 나서 잠자리에 든다.
저자에 의하면 당신이 “야, 내 라이프스타일은 섹스 앤 더 시티의 뉴요커 스타일이야”라고 항변할지라도.우리의 일과가 위 가상 인물의 일과와 하나라도 겹친다면, 그리고 당신이 ‘라틴아메리카산 원두’와 ‘훈제연어 샌드위치’, ‘생수’, ‘휴대폰’, ‘스테이크’, ‘미녀들의 수다’에서 ‘세계화’가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를 알아채지 못했다면, 당신은 ‘세계화 불감증’에 걸린 게 확실하다.
콩고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유혈 분쟁으로 300만 명이 넘게 죽었다. 분쟁의 원인은 주로 지하자원이다. 콩고에는 세계 전체 콜탄의 80%가 주로 내전 지역에 매장되어 있는데, 콜탄이 없다면 휴대폰을 만들 수 없다. 휴대폰과는 거리가 먼 콩고 주민들은 콜탄 채굴에 강제로 내몰리고 있다. 수많은 반군과 용병집단들은 이 콜탄을 팔아 번 돈으로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콩고 주민들은 또 한 번 내전과 분쟁에 내몰린 채 죽어가고 있다. 반면, 다국적기업들은 이 콜탄을 헐값에 사들여 어마어마한 이윤을 챙긴다. 우리가 몇 달 만에 바꾼 신상 휴대폰이 어쩌면 콩고인들을 내전으로 내몰고 죽어가게 하는 진짜 ‘대포폰’이 될 수도 있다.
네슬레, 다농, 코카콜라와 펩시 등 몇몇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생수 시장은 만인에게 공급해야 할 식수원을 훼손하면서 탐욕스럽게 성장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생수를 위해 인도 플라치미다 지방에서 매일 물 35만 리터를 펌프로 끌어 올렸는데, 그 때문에 주변 지역의 샘물이란 샘물은 모두 고갈되고 말았다. 기업들이 식수원을 마구 훼손하고 그 대가로 지불하는 돈은 지극히 적은 상징적인 액수에 불과하다. 평범한 인도 가정이 마실 물을 사 먹는 생수로 대체한다면, 물값으로만 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사 먹는 수입 생수가 인도 가정을 더 목마르게 하고 더 심한 생활고로 내몰고 있다.
우리 중 누군가가 고국보다 한국에서 더 유명해진 재한 외국인 미녀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자국 내 난민’은 피난처를 찾아 떠돌고 있다. 내전, 박해와 굶주림 때문에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마저 쫓겨난 ‘자국 내 이방인’은 전 세계적으로 2,400만 명에 이르는데, 해당 정부는 이들을 도울 능력도 의지도 없다. 이들을 위한 국제기구 또한 아직 없다.
브라질 아마존 지역에서는 목장과 콩 재배농장 용도로 매일 7만 헥타르 숲이 사라지고 있다. 2005년 기준 브라질 아마존 지역 초원에서 길러지는 소는 1990년보다 4배나 늘어난 6,000만 마리에 이른다. 2008년 11월 정상회담에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한국이 큰 흑자를 보고 있는 무역 불균형 문제를 거론하며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앞으로 당신이 먹는 스테이크가 브라질 아마존의 숲을 더 사라지게 할지도 모른다.
양식업은 해양 남획을 대체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기에도 이면이 있다. 먼 바다에서 잡아온 물고기 가운데 1/3가량이 어분이나 기름으로 가공되고, 그중 상당수는 양식장 사료로 사용된다. 어분을 연어, 다랑어, 송어 사료로 사용하는 양식장에서는 물고기 1킬로그램을 기르는 데 자연산 물고기 4킬로그램을 소비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어분용 물고기의 남획으로 이 어류들을 먹고사는 대구와 핼리버트, 범고래와 해조 같은 수산자원도 함께 감소하고 있다. 우리는 브런치로 연어만 먹은 게 아니다.
오늘 구입한 커피가 원두를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생산비와 적정이익이 돌아가지 않고 그 중간상과 판매상만 배부르게 한 ‘비공정무역 커피’라면, 우리가 매일 아침 마시는 모닝커피는 ‘착한 커피’가 아니다.
이 책은 이처럼 내가 매일매일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는 상품이 그저 단순한 일용품이 아님을, 우리의 소비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얽혀 있음을,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과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사실은 ‘세계화’라는 거미가 쳐놓은 거미줄에 촘촘히 얽혀 있음을, 어쩌면 내가 누리는 특권이 다른 사람에게는 고통을 줄 수 있음을 생각게 만든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도 배불리 먹고, 치료 받을 당연한 권리가 왜 실현되지 않는지, 내가 투자한 펀드, 내가 사먹는 생수, 내가 하는 행동이 나도 모르게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빈곤과 고통으로 내모는 데 한몫하는 건 아닌지를 알게될 것이다. 또 그런 정책을 추진하는 실체는 무엇인지를 이 책을 통해 ‘지속 불가능한 세계’로 미래를 완료해 버릴 수 있는, ‘세계화’라는 현재진행형의 사건이 결코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된다. 또한 나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세계화 문제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는 세계화라는 그 탐욕보다 더 심각하고 지독한 우리의 무관심을 일깨워 준다.
3.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대단한 분석이나 심층적인 사고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상식에 대해 생각하게 할 뿐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우리가 무심코 하는 모든 일들의 이면을 들춰보게 하는 것이다. 세계화, 글로벌리제이션… 진정한 세계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글로벌한 문제들을 위한 글로벌한 생각과 책임은 무엇일까?
개발정책 분야에서 독일 최고의 권위자이자 독일 언론인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저자는, 세계화 문제의 본질은 ‘곳곳에 만연된 경제적 이해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모든 일들을 총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읽는 이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리하여 ‘글로벌한 문제들을 위한 글로벌한 책임’을 아로새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런 책임이 실천되는 풍토가 조성되길 바란다. 그것은 쉬운 만큼 어려운 일이고, 어려운 만큼 절대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
우리가 슈퍼에서 맥스웰 하우스 한 봉지를 살 때 이 중 커피콩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6% 정도이다. 하지만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커피콩 생산자들은 그 금액 중 겨우 1%를 받는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바로 스타벅스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지점을 가지고 있는 커피숍 체인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심지어 지난해 커피콩 경작국가인 멕시코에도 체인점을 개설했는데... 멕시코의 스타벅스 체인점은 스타벅스가 공격을 받는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멕시코의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의 가격이 멕시코 커피 노동자들의 하루 임금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계화를 둘러싼 승자와 패자식의 단순한 이분법적 편가름, 통계 수치의 한계에 빠지지 않는다. 세계화 관련 사건과 정보의 도식적인 나열을 뛰어넘어 그 불평등한 이면에 감추어진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지속 불가능한 세계’로 미래를 완료해 버릴 수 있는, ‘세계화’라는 현재진행형의 사건이 결코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님을 알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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