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너머의 세계는 무엇일까? 『삶 이후의 삶(Life After Life)』
미국 의사·철학자·심리학자·교육자 레이먼드 무디(Raymond Moody, 1944~)가 쓴 교양 저서로 '의사로부터 죽음을 선고받고도 기적처럼 살아난 사람들은 육체적인 죽음 이후 무엇을 경험했는가?'를 기록한 책이다.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한 번 죽게 마련이지만 무덤 저쪽의 세계는 오랫동안 과학적으로 탐구가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므로... 그러나 저승의 문턱까지 다녀온 사람들이 되살아난 경험담을 털어놓으면서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다. 미국 정신과 의사인 레이먼드 무디가 만든 이 용어는 죽음의 한발 앞까지 갔다가 목숨을 건진 사람들이 죽음 너머의 세계를 엿본 신비스러운 체험을 일컫는다.
1975년 무디가 펴낸 『 삶 이후의 삶 』은 3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무디는 이 책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후 소생한 환자 100명의 사례보고서를 제시했는데, 모든 임사체험에는 비슷한 요소들이 나타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같은 시기에 정신과 여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역시 무디와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1980년 심리학자인 케네스 링은 임사체험에서 다섯 가지 요소가 똑같은 순서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임사체험의 다섯 단계는 평화로운 감정, 유체이탈 경험, 터널 같은 어둠으로 들어가는 기분, 빛의 발견, 빛을 향해 들어가는 단계를 가리킨다.
저자에 의하면 임사체험자는 마지막 단계에서 아름다운 꽃이 가득하고 가끔 황홀한 음악이 들려오기도 하는 등 별천지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죽은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고 빛을 발하는 전능한 존재와 함께 이승에서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임사체험자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또는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삶의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육신이 이승으로 되돌아가도록 권유받는다. 그러나 대부분 이승으로의 복귀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승이 낙원이어서일까, 아니면 이승이 고해이기 때문일까.
1982년 갤럽조사를 보면 미국의 성인 800만 명, 즉 20명에 한 명꼴로 임사체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임사체험을 죽어가는 뇌에서 산소가 결핍되어 발생하는 환각일 따름이라고 일소에 부쳤다. 물론 환각 이론에 허점이 적지 않다. 뇌의 산소 결핍으로 발생하는 환각은 혼란스럽고 두려움이 뒤따르지만 임사체험은 생생하며 평화로운 느낌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2001년 네덜란드 의사인 핌 반 롬멜은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Lancet) 12월 15일자에 이러한 환각이론이 옳지 않음을 입증한 논문을 발표했다. 심장 마비 뒤에 의식을 회복한 평균 62세의 환자 344명 중에서 18%만이 임사체험을 보고했기 때문이다. 임사체험이 뇌의 산소 결핍에서 비롯된 환각이라면 모든 환자가 반드시 임사체험을 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2006년에는 프랑스에서 제1회 <국제 임사체험 의학회의>가 열렸는데, 참가자들은 임사체험이 단순한 환각일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미국 켄터키대의 신경생리학자인 케빈 넬슨 역시 독특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신경학’(Neurology)에 2006년 11월과 2007년 3월 두 차례 발표한 ‘렘 방해’(REM intrusion) 이론은 많은 지지를 받았다. 렘은 ‘급속한 안구 운동’(Rapid Eye Movement)이라는 뜻이다. 사람은 잠자는 동안 ‘렘 수면’을 한다. ‘렘 수면’은 눈꺼풀이 닫힌 상태에서 안구가 급속한 운동을 하는 단계이다. ‘렘 수면’중인 사람을 깨우면 대개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한다. 뇌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렘 수면’ 중에 부분적으로 깨어 있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를 ‘렘 방해’라고 한다. ‘렘 방해’가 발생하면 뇌는 아직 수면 중이고 몸은 마비 상태이지만 정신은 깨어나 있기 때문에 근육이 마비된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
'죽음을 체험한 사람들'이 경험한 세계는 놀랄 만큼 비슷했다. 이 책은 서양의 합리주의적 인생관에 일대 변화를 일으킨 정신과 의사인 레이먼드 무디 박사의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그는 주로 사람들이 임사 체험 중 겪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통해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질문을 제기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저서인 "Life After Life"(1975)에서는 수많은 임사 체험 사례를 분석하여 임사 체험의 공통된 특징을 설명했다.
임사 체험을 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고한 체험에는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을 보는 것, 평화롭고 초월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 사랑하는 이들의 영혼과 만나는 것 등이 있다. 무디는 이러한 체험들이 실제 사후 세계의 증거일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과학적으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다.그는 또 "Psychomanteum"이라는 고대의 의식을 연구했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거울을 통해 죽은 자의 영혼과 소통하려는 의식이었다. 무디는 이를 현대적으로 적용해 애도 과정을 돕기 위한 심리치료 기법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비판도 많았는데, 무디의 연구가 과학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많은 심리학자와 의학자들은 그의 이론에 동의하지 않으며, 임사 체험은 뇌의 신경적 작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죽음이란 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삶 이후의 삶』은 시작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개의 죽음관련 서적이나 사후세계관련 서적들도 이 의문으로 먼저 시작한다. 그만큼 죽음이나 혹은 이러한 것에 관하여 알기위해서는 죽음 그 자체에 관하여 알아야하는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죽음이 무엇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는다. 다만 책 제목대로 죽음이 단지 삶 이후의 또 다른 삶이라는 것만을 조용히 암시하고 있다.
내가 이 책 『 삶 이후의 삶 』을 읽기 시작한 것은 호기심 때문이었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평소에 접하기 힘든 사후세계와 그 체험자들의 이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사후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풀 수도 있고 좀더 깊이 철학적으로 사유하며 읽는다면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을 한번 뒤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될 것이다. 내용이 사후세계의 체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특정종교의 교리라는 관점에서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읽는다면 우리가 그동안 꺼려왔던 세계를 충실히 연구해온 어느 서구 학자의 고뇌어린 진지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느 특정 부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의 이야기와 비슷한 점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삶 이후의 삶을 살아가기 전에 이후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여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 삶 이후의 삶 』은 제공해 준다.
넬슨은 ‘렘 방해’로 사람들이 꿈속에서 자신의 몸이 완전히 마비되었다고 의식하기 때문에 자신이 실제로 죽었다고 믿게 되어 임사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온라인판의 2009년 8월 31일자 특집기사는 임사체험이 사람의 마음에서 발생하는 현상임은 틀림없지만 아직도 설명하기 어려운 수수께끼라고 결론을 맺었다.
죽음 너머의 세계를 엿보고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덤으로 얻은 삶에 감사하며 물질에 욕심을 덜 내고 타인을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죽음 너머 세상은 무엇일까 궁금한 분에게 일독을 권한다.
'高朋滿座'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왜 콩고에서 벌어진 분쟁이 우리 휴대폰 가격을 더 싸게 만드는 걸까』 (0) | 2010.04.21 |
---|---|
모두가 무시하고 경멸했던 여성들의 이야기 『기지촌의 그늘을 넘어』 (0) | 2010.04.19 |
관세음보살과 성모마리아 다르지 않네요 『프랑스 수도원의 고행』 (0) | 2010.04.15 |
끊임없는 분쟁과 테러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0) | 2010.04.13 |
되도록 많은 자유와 해방을 원했다 『 조화로운 삶』 (0) | 2010.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