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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소포클레스 희곡 『오이디푸스왕(Oidipous Tyrannos)』

by 언덕에서 2016. 12. 28.

 

소포클레스 희곡 『오이디푸스왕(Oidipous Tyrannos)』

 

 

고대 그리스 극시인 소포클레스(Sophocles.BC 496∼BC 406)의 희곡으로 비극 작품으로 이 작품이 상연된 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BC 429∼420년으로 추정된다. 아이스킬로스와 에우리피데스에게도 같은 제재의 비극 작품이 있으나, 소포클레스의 작품이 특히 유명하다. 소포클레스는 아이스킬로스, 유리피테스와 함께 3대 비극시인 중의 한 사람으로, 「오이디푸스 왕」은 인간 감정을 극의 주제로 한 그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위대한 희곡 작품으로 꼽히며, 불확실하며 인간 의지대로 조정할 수 없는 운명의 굴곡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이디푸스 왕의 비운을 취급하여, 왕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의 죄악을 한걸음 한걸음 추구한 끝에 자기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기까지에 이르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물샐 틈 없는 훌륭한 구성과, 그 후 딸들과 이별을 슬퍼하는 아름다운 장면과의 대비는 큰 효과를 올리고 있다. 

 

테베를 떠나는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베니네 가녜로 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평화롭던 테베에 갑자기 전염병이 들자 테베의 장로들이 오이디푸스 왕에게 마을을 구해 줄 것을 탄원한다. 오이디푸스가 사자(使者)를 보내 아폴론 신을 찾아 전염병의 원인을 알아보게 한 결과, 선왕(先王) 라이오스 살해의 범인을 찾아낼 때까지 병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을 듣는다. 그리하여 오이디푸스는 마을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범인을 찾으리라 결심한다.

 왕의 부름을 받고 나타난 장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가 부왕(父王) 라이오스를 살해하고 어머니 이오카스테를 아내로 맞이했다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꿰뚫어 알고 있지만, 오이디푸스 왕의 파멸이 두려워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한다. 이 때, 왕비 이오카스테가 선왕 라이오스가 살해될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오이디푸스의 마음은 크게 흔들리고 두려움에 떨게 된다.

 일찍이 “너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을 것이며, 그 사이에서 불륜의 자식을 낳을 것이다.”라는 아폴론의 신탁(신이 사람을 매개자로 하여 그의 뜻을 나타내는 일)을 받고 이것을 두려워해 방랑의 길을 떠나 테베 가까이 왔을 때 노상에서 말다툼 끝에 노인을 죽인 사실이 떠오르자, 오이디푸스는 유일한 목격자인 양치기를 불러 진상을 알아본다.

 양치기의 말에서, 오이디푸스가 부왕 라이오스에게 버림받은 자식이라는 것, 그가 길거리에서 죽인 노인이 아버지였고, 친어머니 이오카스테를 왕비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왕비 이오카스테는 스스로 목을 매어 죽고,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자신의 눈을 찔러 장님이 되어 딸 안티고네의 손에 이끌려 정처 없는 방랑의 길을 떠난다.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알렉산더 코쿨라 작)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왕의 만년을 다시 <클로노스의 오이디푸스>(BC 402)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소경이 된 늙은 오이디푸스는 딸 안티고네에게 이끌려서 여러 나라를 방랑한 끝에 아테네에 온다. 오이디푸스에게 있어서 죄란 무엇인가. 그는 신이 만들어 놓은 올가미에 걸려들었을 뿐, 자신에게는 아무런 죄과도 없다고 끝끝내 주장한다. 이와 같은 자부를 가지고, 아직도 자기를 이용하려고 드는 자식이나 크레온을 뿌리치며 저주하는가 하면, 정의와 인간성이 넘치는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에게 축복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신과의 위대한 화해가 이루어지고 불가사의한 방법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리스 비극은 우리가 당장의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려 할 때조차 ‘나는 누구이며 인간은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니체가 지적하듯 그리스 비극은 관중으로 하여금 인간이란 노쇠와 죽음의 운명을 타고났을 뿐 아니라 비이성적 세계에 내던져진 존재임을 새삼 깨닫고 통곡하게 하는 통찰의 순간을 담는다. 이 순간을 통해 관중은 인간 존재의 진실과 대면하고, 그 대면의 고통을 받아들임으로써 필멸의 존재인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스 비극이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던지는 엄중한 질문인 ‘너는 누구인가’야말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이디푸스와 이피게네이아의 격렬한 비극이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을 ‘통곡’의 순간으로 이끄는 이유라 해도 좋을 듯하다.

 

 

 이 작품은 소재의 기발함에도 그렇거니와 그 제재를 교묘하게 극으로 완성시킨 작법 면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소포클레스 비극의 전형임은 물론이고, 넓게는 그리스 비극의 전형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그리스 비극의 위대함은 시민교육이라는 역사적 테두리를 벗어나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는 데 있다. 그리스 비극은 국가 수호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순간에도 국가주의의 모순을 폭로하며, 국가와 가족의 요구가 상충할 때 전자를 따르는 게 얼마나 어렵고 도덕적으로 위험한지 보여준다. 그래서 고전은 시대를 불문하고 통용되는 것이다.‘부동의 신념’이나 영웅주의에 감춰진 독선과 국가주의의 허구성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다. 이피게네이아가 아버지 아가멤논의 명예욕에 제물로 바쳐지는 것을 보면서 아테네 시민은 전쟁과 폭력이 애국심이나 희생의 논리로 둔갑하는 과정을 목도하고 영웅주의의 비겁하고 기회주의적인 얼굴을 발견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