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희곡 『파우스트(Faust)』
독일 시인·극작가·사상가 괴테(Goethe, Johann Wolfgang von, 1749~1832년)가 전생애를 바쳐 쓴 희곡으로 15∼6세기경의 마술사 파우스트 전설에서 취재하여 괴테는 60년의 세월을 들여 1808년에 제1부, 1831년에 제2부를 완성하였다. 파우스트 전설에서 취재하여 시작(詩作)을 꾀한 인물은 괴테 이전에도 많았다. 영국의 말로가 1588년경에 이 전설을 극작한 희곡 <파우스터스 박사>의 내용이 영국의 광대에 의해 독일에 유포되었다. 독일에서 행해진 통속극 『파우스트』는 다분히 광대극적인 요소가 있으며, 대중은 신에 배반한 파우스트의 비참한 최후에 갈채를 보냈다. 레싱은 파우스트가 궁극에 있어서는 구제된다는 내용의 희곡을 작성하려고 하였으나, 해당 작품은 일부분이 현존할 뿐이고 전모는 전해져 있지 않다.
괴테는『파우스트』를 완성하는 데 60년을 소비하였고, 1774년에서 1775년까지 우선 <우어 파우스트(Ur Faust)>를 제작, 1790년에 <단편(斷篇) 파우스트>를 간행, 1808년에 <파우스트 비극> 제1부를 발표하였다. 1831년에 제2부를 완성, 이것은 1832년에 유고로 출판되었다.
괴테의 희곡『파우스트』는 <천상의 서곡>으로 시작한다. 신이 천사들의 찬미를 받고 있는 중에 메피스토펠레스가 등장하여, 파우스트를 유혹할 것을 허락받으려고 한다. 신은 인간이 노력하는 한 헤매지만, 궁극에는 옳은 길을 그르치지 않음을 말하고, 그의 신청을 허용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부
파우스트가 서재에서 모든 학문을 참구해도 마음이 충만되지 않는 것을 한탄하며, 세계를 통치하고 있는 핵심을 알고자 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불러낸 지령(地靈)의 호통을 받고 절망한 나머지 독배를 손에 든다. 그때 부활제의 종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다시 생의 즐거움을 느끼고 메피스토펠레스에 대해서 자기의 욕구를 충만시켜 주는 대신 잠시라도 현실에 만족하여 활동을 정지하면 혼(魂)을 내주겠다고 약속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그를 ‘아우어 바흐의 지하실’로 데리고 가서 그가 좋아하는 기색이 없는 것을 보고 젊어지는 약을 먹인다. 다시 젊어진 그는 당장에 그레첸과 사랑에 빠진다. 그 결과로 그레첸은 모친과 오라비를 잃고 드디어는 유아 살인(幼兒殺人) 죄를 입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참회에 고민하는 파우스트를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유인하였으나, 그는 오히려 한층 더 그레첸을 사모한다. 그레첸은 파우스트에 의해 구출될 것을 거절하고 신에 몸을 의탁하고 감옥에서 죽는다.
● 2부
파우스트는 1부의 그레트헨 비극에 절망하고 고뇌하는 마음을 알프스의 자연으로 치유하고, 독일 황제의 궁정에서 그리스 전설의 미녀 헬레네를 불러냈는데, 파우스트 자신이 그녀에게 매혹되어 인조인간의 안내로 전설 속의 그리스를 헤매다가 마침내 헬레네와 결혼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오이포리온이라는 아들이 태어났으나 이 아이는 하늘을 날려다가 바위에 떨어져 죽게 되고, 이 슬픔 때문에 헬레네도 저승으로 돌아간다. 독일로 돌아온 파우스트는 반란군을 진압한 공로로 불모지(不毛地)를 소유령(所有領)으로 하사 받는다.
그는 이 땅을 개발하여 낙원으로 만들기 위해 메피스토펠레스를 혹사하게 되며, 이 때문에 기도 생활을 하고 있는 노인 부부를 과실치사(過失致死)하게 된다. 100살이 된 파우스트에게 '근심'의 정령이 접근해 와서 그에게 입김을 쐬어 그는 맹인이 된다. 그러나 파우스트의 심안(心眼)은 더욱 밝아지고, 견실한 노력을 거듭함으로써 인류의 행복이 초래된다고 하며, 마법을 물리칠 결심을 한다. 그리고 미래에 낙원이 실현될 때야말로, “잠시 멈추어라”라고 순간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숨을 거둔다.
내기에서 승리한 것으로 착각하는 메피스토펠레스를 방치한 채, 천사들이 파우스트의 영혼을 천상(天上)의 성모마리아 곁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레트헨이라는 천사가 이들을 맞이하는 가운데,
“모든 무상(無常)한 것은 한낱 비유에 불과하다, 성취하기 어려운 것이 여기서 이루어지다,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여기서 이루어지다, 영원한 여성이 우리를 이끌어 간다”라는 신비스러운 합창으로 끝이 난다.
『파우스트』는 독일 문호 괴테가 평생에 걸쳐 집필한 대작으로 전설의 인물 파우스트를 작가의 시대에서 재해석했다. 원래 전설상의 파우스트는 중세 말의 마법사로 그는 자연과 세계의 비밀을 알고 싶어 악마와 계약을 하고 방황하다가 결국 파멸하고 단죄를 받는 인물이다. 중세 기독교적 세계관에 따르면 세계의 운행이치를 인간 이성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는 신성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렇게 보면 전설의 파우스트는 근대의 여명기에 기독교의 권위와 금기에 맞서 인간중심주의를 추구한 인간형의 표본인 셈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서구 근대세계를 탄생시키고 지탱해 온 그러한 인간중심주의와 맹목적 발전주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담는다. 사적 영역에서 전개되는 1부에서는 근대적 자아의 탄생, 인간의 본성과 욕망이 중심주제를 이룬다. 공적 영역에서 펼쳐지는 2부에서는 근대화 과정의 역동성과 내적 모순이 전면에 부각된다.
기독교 신앙의 마법에서 깨어난 현대의 문턱에서 파우스트는 스스로의 주인이 되기 위해 끝없이 갈망하며, 자신의 뜻대로 세계를 변화시키려는 현대세계의 기획자로 등장한다. 그는 또한 이성의 한계를 초월하여 삶을 남김없이 맛보려는 무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메피스토펠레스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만 준다면 영혼도 바치겠다는 파우스트의 내기는 욕망의 충족에 모든 것을 거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신의 섭리를 대체하는 파우스트의 절대정신은 끝없는 자아 확장을 꿈꾸면서 시공간을 가로질러 쉴 새 없이 방황한다. 파우스트의 이러한 모험을 러시아의 문호 푸슈킨은 ‘현대세계의 일리아드’에 비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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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욕구와 신념에 충실할수록 파괴적 혼란을 초래하는 비극적 양상은 2부에서 역사의 세계로 확장되어 더욱 극적으로 전개된다. 정치가로 변신한 파우스트는 이상적 공동체의 터전을 개척한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간척사업에 전력을 기울이지만, 그 과정에서 무자비한 인명 살상과 착취를 일삼는다.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도구적 합리성에 사로잡혀 있다. 과업을 완수하는 순간 파우스트는 눈이 멀고 만다. 그럼에도 지상낙원이 눈앞에 펼쳐졌다는 환각에 빠진 파우스트를 가리켜 메피스토펠레스는 완공된 간척지가 다름 아닌 파우스트의 무덤이라고 비꼰다. 파우스트 프로젝트의 이 비극적 아이러니는 국민 동원 체제 위에 구축된 근현대 국가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다. 나아가서 인류문명이 자기 성찰을 결여할 때는 파국적 재앙을 잉태하는 눈먼 질주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19세기의 『파우스트』는 문학사의 정전으로 모셔 둘 책이 아니라 21세기 독자들이 읽어야 할 ‘인류사의 드라마’이다.
괴테의 파우스트 극은 단편이긴 하지만, 인간이 지식을 구하려는 것은 곧 신의 뜻으로서 지식에 의해서 진리에 도달한 인간은 덕목에 안주하여 저절로 비행을 버리게 된다는 계몽주의의 이상을 고양하였다.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자신의 모든 인생 체험과 사상을 쏟아 넣어 인간 존재의 방황과 갈등, 구원의 문제를 파헤친다.
괴테의 희곡『파우스트』는 초로의 파우스트 교수가 한밤 중 서재에서 한탄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진리의 본질을 알기 위해 철학, 법학, 의학 등 인간의 지혜가 미칠 수 있는 모든 학문에 통달하지만 우주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학문의 세계에 대해 깊은 회의를 품은 그는 급기야 동적이고 쾌락적인 현실세계를 동경하게 되고, 악마와 계약을 맞게 된다. 극시 『파우스트』는 파우스트와 악마의 계약이라는 구성을 통해 영혼과 육체, 이성과 감성으로 양분되는 인간의 이중성(인간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이 극시의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인간 구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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