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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아르놀트 하우저의 저술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by 언덕에서 2010. 1. 3.

 

 

아르놀트 하우저의 저술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헝가리 출신 예술사회학자 아르놀트 하우저의 저술서이다. 문학과 예술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중세까지, 자연주의와 인상주의, 영화의 시대, 르네쌍스 매너리즘 바로끄, 로꼬꼬 고전주의 등 4권에 나누어 상세하게 기술했다. 해박한 지식과 일관된 신념, 개별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및 예술의 독자성에 대한 존중심으로 독서계의 지속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책이다. 25년전에 출간되었으나 개정판이 시중에 나와있다.

 

 이 책이 처음 국내에 소개된 것은 1966년 『창작과 비평』지를 통해서였다. 각종 금기에 묶여 있던데다 서구 예술사학계의 동향이 미처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르놀트 하우저와 이 책은 이후 유럽 예술사학, 특히 진보적 좌파 예술사학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 마치 1951년 영어판으로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독일어판은 1953년) 이 책이 서구 지식인들 사이에서 누린 것과 비슷한 정도의 은근한 인기와 명성을 누리게 된 것이다. 『창작과비평』의 번역·연재분에 새로운 부분을 추가해 1974년에는 이 책의 가장 뒷부분이‘현대편’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고, 이후 1981년까지‘고대·중세편’ ‘근세편 상’ ‘근세편 하’라는 부제를 달고 모두 4권의 분량으로 완간되었다.

 

 이 책의 여러 미덕 가운데 첫째로는 선사시대 동굴벽화에서 20세기 초 영화의 탄생까지 인류 문화사상의 거의 전 시기와 분야를 통괄하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꼽는다. 마흔여덟의 나이로 이후 10년에 걸친 이 방대한 저술작업을 시작하기까지 하우저는 부다페스트·베를린·빠리·로마·빈 등 유럽 각지의 대학과 일터에서 문학·미술사·철학·사회학·역사학 등 인문학의 여러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섭렵했고, 당시 태동하기 시작한 새로운 예술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영화사의 홍보과 직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의 지식은 책만의 산물이 아니라 체험의 산물인 것이다.

 

 또한 저자는 인간의 모든 정신활동이 사회·경제적 조건의 산물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그에 따라 개별 작품들과 사회역사적 상황을 적절히 연결시켜 해석함으로써 그 예술사적 의미를 밝혀내고 있다. 그러나 그 신념은 어떤 사회과학적 이론에 얽매인 잣대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며, 작품 개개에 대한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는 분석과 함께 예술 자체에 대한 유연한 태도가 더욱 돋보인다. "모든 예술은 사회적으로 조건지어져 있지만 예술의 모든 측면이 사회학적으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구절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저자의 이러한 기본자세로 하여 25년여가 지난 오늘날까지도 이 책은 서양예술사를 비판적으로 개관하는 가장 좋은 자료의 하나로 꼽힌다. 역사와 예술 그리고 철학은 별개의 개체로 존재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반드시 읽어 두어야 할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