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화를 다스려 마음의 평화를 얻는 지혜 『화(Anger) 』
이 책은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는 인생의 안내서이다.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화를 다스려 마음의 평화를 얻는 지혜를 담고 있다.
♣
틱낫한(Thich Nhat Hanh, 1926~) 은 베트남의 승려이자 평화 운동가이며 시인이다, 부처님의 직계 후손으로서 열여섯의 나이에 불가에 입문하여 평생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죽어가는 동포들을 위해 전 세계를 순회하며 전쟁을 반대하는 연설과 법회를 열고, 불교평화대표단 의장으로서 파리 평화회의를 이끌었다. 이런 활동으로 1967년 마틴 루터 킹 목사로부터 노벨평화상 후보에 추천받지만, 이후 베트남 정부의 박해를 받아 귀국을 금지당해야 했다. 1960년대 그가 주창한 '참여불교(Engaged Buddhism)'는 내세론에 기댄 기존 불교의 빗장을 열고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기본정신으로 삼아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80년대 초반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보르도 지방에서 명상수련센터 '플럼빌리지(Plumvillage)'를 세웠다. 자두마을이란 뜻의 이곳은 '흙과 사람, 자연과 인간이 조화로운 곳'으로,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이들이 종교 간의 벽을 허물고 각자의 신념에 따라 수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
우리는 누구나 화를 내고 살아간다. 크게 소리를 지르건 혹은 혼자 분을 삭이건,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누구나 화를 내고 살아간다. 아무리 덕망이 높은 수도승이라 할지라도 평생 화 한 번 안 낸다고 자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화를 낸다는 것은 웃고 우는 것처럼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참 동안 화를 내다보면 정작 자신이 왜 화를 내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곧잘 잊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오직 화를 배출하는 데 급급할 뿐이다. 소리를 내지르면 화가 풀릴까? 아니다. 물건을 내팽개쳐도 혹은 음식을 마구 먹어댄다 해도 화는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다. 흔히 화가 나면 분풀이 할 대상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화의 악순환만 더할 뿐이다. 그러면 화를 참아야 할까?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위장해야 할까? 달라이 라마와 함께 세계 불교계의 큰스님으로 존경받는 틱낫한 스님은 그 어느 것도 화를 푸는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스님은 함부로 떼어낼 수 없는 신체장기처럼 화도 우리의 일부이므로 억지로 참거나 제거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화를 울고 있는 아기라고 생각하고 보듬고 달래라고 충고한다.
♣
음식에 화가 들어있는 경우가 있다. 가령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었을 때 그 고기에는 화가 들어있다. 계란이나 닭고기에도 엄청난 양의 화가 들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화를 먹는 셈이며 따라서 그것을 먹고 난 다음에는 그 화를 표현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음식을 잘 살펴서 먹어야 한다.
요즘은 닭이 최신 시설을 잘 갖춘 대규모 농장에서 사육된다. 닭이 걸을 수도 없고 뛸 수도 없고 흙속에서 먹이를 찾아 먹지도 못하고 순전히 사람이 주는 모이만을 먹고 자란다. 늘 비좁은 우리에 갇혀 있기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도 없고 밤이나 낮이나 늘 서 있어야 한다. 걷거나 뛸 자유가 없는 상태를 상상해보라. 밤낮없이 한곳에서 꼼작 못하고 지내야 하는 상태를 상상해보라. 틀림없이 미쳐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그렇게 사는 닭들은 미쳐버린다.
닭이 알을 더 많이 낳게 하기위해서는 농부는 인공적으로 밤과 낮을 만들어 낸다. 조명등을 이용해서 낮을 짧게 만들고 밤을 길게 만들면 닭은 그사이 24시간이 지난 것으로 믿고 또 다시 알을 낳는다. 그런 악순환을 반복하는 사이 닭은 엄청난 화와 좌절과 고통을 안게 된다. 닭은 그 화와 좌절과 고통을 다른 닭을 공격함으로써 표현한다. 닭들은 부리를 서로 쫀다. 그래서 피를 흘리며 죽은 닭들이 무수하다. 극심한 죄절에 빠진 닭들이 서로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기위해서 농부는 닭의 부리를 잘라 버린다. 그 같은 닭이 낳은 계란을 먹을 때 우리는 화와 좌절을 먹는 셈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화를 먹으면 우리가 분노하게 되고 그 화를 표현하게 된다.
♣
화가 났을 때는 남을 탓하거나 스스로 자책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극에도 감정의 동요를 받지 않고 늘 평상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며, 바로 이 책에서 스님은 그 방법을 전하고 있다. 평생 전쟁과 폭력의 한가운데를 걸어오면서도 자비를 잃지 않고 온몸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해온 틱낫한 스님은 이 책에서 그의 신념을 그대로 녹여낸다. 화를 씨앗과 감자, 울고 있는 아기에 비유하는 그의 글은 노스님 특유의 넉넉한 시선과 함께 따뜻함을 전달한다.
혹시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되면, 하루에 몇 번이나 화를 내는지 자문해보자. 화는 예기치 못한 일 때문에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일상에서 빚어지는 크고 작은 일이 원인이 된다. 출근 시간 전철 안에서, 매일 맞부딪치는 직장 상사에게서, 혹은 옆 사람의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한 가지가 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은 끊임없이 출몰하는 화 때문에 기쁨이나 즐거움 같은 다른 감정들을 누릴 겨를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화를 다스릴 때마다 생활에서 놓쳤던 작은 행복들을 되찾을 수 있다. 이 책은 현대인이 안고 있는 가장 일상적인 감정인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며, 우리를 행복의 실체에 다가가게끔 이끌어주고 있다.
'高朋滿座'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르놀트 하우저의 저술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0) | 2010.01.03 |
---|---|
문화특권주의와 지식 폭력 『이문열과 김용옥』 (0) | 2010.01.02 |
최인호 수필집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 (0) | 2009.12.27 |
세계 지성사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한 현대의 고전 『과학혁명의 구조』 (0) | 2009.12.26 |
이어령 수필집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 (0) | 2009.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