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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화를 다스려 마음의 평화를 얻는 지혜 『화(Anger) 』

by 언덕에서 2009. 12. 30.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화를 다스려 마음의 평화를 얻는 지혜 화(Anger) 

 

 

 

 

이 책은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는 인생의 안내서이다.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화를 다스려 마음의 평화를 얻는 지혜를 담고 있다.

 

 

 틱낫한(Thich Nhat Hanh, 1926~) 은 베트남의 승려이자 평화 운동가이며 시인이다, 부처님의 직계 후손으로서 열여섯의 나이에 불가에 입문하여 평생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죽어가는 동포들을 위해 전 세계를 순회하며 전쟁을 반대하는 연설과 법회를 열고, 불교평화대표단 의장으로서 파리 평화회의를 이끌었다. 이런 활동으로 1967년 마틴 루터 킹 목사로부터 노벨평화상 후보에 추천받지만, 이후 베트남 정부의 박해를 받아 귀국을 금지당해야 했다. 1960년대 그가 주창한 '참여불교(Engaged Buddhism)'는 내세론에 기댄 기존 불교의 빗장을 열고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기본정신으로 삼아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80년대 초반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보르도 지방에서 명상수련센터 '플럼빌리지(Plumvillage)'를 세웠다. 자두마을이란 뜻의 이곳은 '흙과 사람, 자연과 인간이 조화로운 곳'으로,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이들이 종교 간의 벽을 허물고 각자의 신념에 따라 수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는 누구나 화를 내고 살아간다. 크게 소리를 지르건 혹은 혼자 분을 삭이건,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누구나 화를 내고 살아간다. 아무리 덕망이 높은 수도승이라 할지라도 평생 화 한 번 안 낸다고 자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화를 낸다는 것은 웃고 우는 것처럼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참 동안 화를 내다보면 정작 자신이 왜 화를 내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곧잘 잊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오직 화를 배출하는 데 급급할 뿐이다. 소리를 내지르면 화가 풀릴까? 아니다. 물건을 내팽개쳐도 혹은 음식을 마구 먹어댄다 해도 화는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다. 흔히 화가 나면 분풀이 할 대상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화의 악순환만 더할 뿐이다. 그러면 화를 참아야 할까?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위장해야 할까? 달라이 라마와 함께 세계 불교계의 큰스님으로 존경받는 틱낫한 스님은 그 어느 것도 화를 푸는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스님은 함부로 떼어낼 수 없는 신체장기처럼 화도 우리의 일부이므로 억지로 참거나 제거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화를 울고 있는 아기라고 생각하고 보듬고 달래라고 충고한다.

 

 

 

 음식에 화가 들어있는 경우가 있다.  가령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었을 때 그 고기에는 화가 들어있다.  계란이나 닭고기에도 엄청난 양의 화가 들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화를 먹는 셈이며 따라서 그것을 먹고 난 다음에는 그 화를 표현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음식을 잘 살펴서 먹어야 한다.

 요즘은 닭이 최신 시설을 잘 갖춘 대규모 농장에서 사육된다.  닭이 걸을 수도 없고 뛸 수도 없고 흙속에서 먹이를 찾아 먹지도 못하고 순전히 사람이 주는 모이만을 먹고 자란다.  늘 비좁은 우리에 갇혀 있기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도 없고 밤이나 낮이나 늘 서 있어야 한다.  걷거나 뛸 자유가 없는 상태를 상상해보라.  밤낮없이 한곳에서 꼼작 못하고 지내야 하는 상태를 상상해보라.  틀림없이 미쳐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그렇게 사는 닭들은 미쳐버린다.

 닭이 알을 더 많이 낳게 하기위해서는 농부는 인공적으로 밤과 낮을 만들어 낸다.  조명등을 이용해서 낮을 짧게 만들고 밤을 길게 만들면 닭은 그사이 24시간이 지난 것으로 믿고 또 다시 알을 낳는다.  그런 악순환을 반복하는 사이 닭은 엄청난 화와 좌절과 고통을 안게 된다.  닭은 그 화와 좌절과 고통을 다른 닭을 공격함으로써 표현한다.  닭들은 부리를 서로 쫀다.  그래서 피를 흘리며 죽은 닭들이 무수하다.  극심한 죄절에 빠진 닭들이 서로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기위해서 농부는 닭의 부리를 잘라 버린다.  그 같은 닭이 낳은 계란을 먹을 때 우리는 화와 좌절을 먹는 셈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화를 먹으면 우리가 분노하게 되고 그 화를 표현하게 된다. 

 

 

 화가 났을 때는 남을 탓하거나 스스로 자책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극에도 감정의 동요를 받지 않고 늘 평상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며, 바로 이 책에서 스님은 그 방법을 전하고 있다. 평생 전쟁과 폭력의 한가운데를 걸어오면서도 자비를 잃지 않고 온몸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해온 틱낫한 스님은 이 책에서 그의 신념을 그대로 녹여낸다. 화를 씨앗과 감자, 울고 있는 아기에 비유하는 그의 글은 노스님 특유의 넉넉한 시선과 함께 따뜻함을 전달한다.

 혹시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되면, 하루에 몇 번이나 화를 내는지 자문해보자. 화는 예기치 못한 일 때문에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일상에서 빚어지는 크고 작은 일이 원인이 된다. 출근 시간 전철 안에서, 매일 맞부딪치는 직장 상사에게서, 혹은 옆 사람의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한 가지가 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은 끊임없이 출몰하는 화 때문에 기쁨이나 즐거움 같은 다른 감정들을 누릴 겨를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화를 다스릴 때마다 생활에서 놓쳤던 작은 행복들을 되찾을 수 있다. 이 책은 현대인이 안고 있는 가장 일상적인 감정인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며, 우리를 행복의 실체에 다가가게끔 이끌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