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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독립운동가 김산 일대기 『아리랑』

by 언덕에서 2009. 12. 23.

 

독립운동가 김산 일대기 아리랑

 

 

  

미국인 여기자 님 웨일즈(Nym Wales.1907 ~ 1997)가 1937년에 기록한 한국인 독립 혁명가 김산(본명 장지락)의 일대기로 1941년 발표되었다. 원제는 『Song of Ariran』이다. 1920∼1930년대라는 정치적 격동기를 살다 간 김산의 고뇌, 좌절, 사랑, 열정, 사상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산(1905 ~ 1938)의 본명은 장지락(張志樂)이다. 평북 용천 출생으로 일본, 만주, 상하이, 베이징, 광둥, 옌안 등을 누비며 중국 공산혁명을 통한 독립운동에 몸을 던졌다. 신흥무관학교를 최연소로 졸업한 뒤 상하이로 가 독립운동가인 이동휘, 안창호 등의 영향을 받았다. 1924년 고려공산당 베이징 지부를 설립하고 1925년 중국대혁명에 참가하였다. 1930년과 1933년 두 차례에 걸쳐 일본경찰에 체포되었다. 1937년 중국의 옌안에서 님 웨일즈와 만나게 되었고 님 웨일즈는 이 만남의 성과를 담아 1941년 미국 뉴욕에서 『아리랑의 노래(Song of Ariran)』을 출간했다. 1938년 중국공산당 사회부장 캉성에 의해 ‘일제 스파이’라는 어이없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했으나 1983년 중국 공산당은 김산의 억울한 죽음을 인정하고 명예와 당원 자격을 회복시키는 복권을 결의하였다.

 

 

 

 

 

 일제 강점기 식민지 조선청년의 고뇌와 투쟁을 통해 조선인 혁명가로 거듭난 김산(본명 장지락)의 삶이 벽안의 젊은 여성 님 웨일즈에 의해 기록된 이 책은 그 시대를 철저하게 호흡해 간 지식인의 생생한 전기이자 숨 가쁜 동아시아 역사의 기록이고 증언이며 역사가 명하는 바에 따라 불꽃같이 살아간 한 조선인 독립혁명가의 피어린 발자취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이 책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는데 일본 이와나미(岩波)문고 선정 ‘세계명작 100선’이자 미국 내 동양학 관련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김산 사후에 이 책은 출판되었지만 정작 님 웨일스는 그 때 이미 김산이 처형된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한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환경이라고는 하지만, 똑같은 환경 속에서도 천차만별의 행동을 보이는 것은 당연히 개개인의 본성, 본질 때문일 것이다. 시대적 요구와 개인의 사상이 극화되어 말 그대로 불꽃같은 삶을 살아간 조선의 혁명가 김산은 성공하지 못한 혁명가, 잊혀질 뻔한 인간이었기에 더더욱 그의 삶이 빛나 보이는 듯하다. 마오쩌둥이나 체 게바라 같은 사람들이야 워낙 강렬한 조명을 받았겠지만, 그 빛에 가려져서 묵묵히 소신껏 행동하다 소리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인간들이 없었다면, 그들에게 비춰질 빛이 그리 강렬하진 않았을 것이다.

 

 

 민족주의자에서 무정부주의자, 다시 공산주의자로 사상 전향한 그의 행위는 단순히 생각하면 기회주의자, 변절자의 전형으로도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조선 독립을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정당한 수단을 찾으려는 한 젊은이의 사상적 방황, 고뇌를 느끼게 된다. 사상적으로 미성숙한 젊은이가 거대한 변혁의 바람에 휘둘릴 때,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접하게 되리라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한 혁명가의 위대한 삶을 다룬 것 이외에도, 사상적 혼돈의 시기에 직면한 젊은이의 고뇌와 방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홍구 교수는 이 책의 서평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시 수많은 조선의 젊은이들이 김산과 같은 길을 걸어갔다. 왜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고 이름 없이 역사 속에 묻혀간 수많은 ‘김산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