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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김용옥 주석서 『요한복음 강해』

by 언덕에서 2009. 12. 25.

 

 

 

 

김용옥 주석서 요한복음 강해

 

 

 

  

도올 김용옥(金容沃.1948∼ )이 한국신학대학에 입학한 지 40년 만에 내어놓은 강해로서, 희랍어원문과 RSV(Revised Standard Version) 성경 판본을 기초로 한 요한복음서 주석서이다. 지난 2세기 동안 활발했던 성서주석학의 모든 성과를 총망라하여 도올 나름대로의 특유한 관점 속에서 용해시켜 우리말로 표현했다. 서(序)에서 한국 성서가 수용되기까지의 역사를 훑은 뒤에 본격적인 요한복음 강해가 시작된다. 요한복음을 각 장과 절로 나눠서 RSV 성경 판본과 신개역판을 동시에 실었고, 그 사이마다 강해를 붙이는 형식으로 읽기 쉽게 구성했다. 도올은 동양철학의 학자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신학의 기초가 어떠했는지는 책에 수록된 참고문헌목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지은이 자신이 소장하고 읽은 책에 한하여 정직한 문헌주석을 달아 만든 목록은 그의 학문세계를 잘 말해준다. 특별히 학문을 하고자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며, 독자들을 지은이의 서재로 안내한다.

 1952년에 나온 개역한글판 성서는 전달력이 부족하지만, 우리 고어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다. 반대로, 1977년에 나온 공동번역 성서는 전달력이 정확하지만, 우리 고어의 아름다움은 버렸다. 그러한 상황에서 저자는 공동번역 성서보다 이해가 쉽고, 희랍어 성경 원본에 충실하면서도, 개역한글판 성경의 아름다운 우리 고어가 고스란히 보존되는 기발한 시도를 했고, 이 책은 그것의 결과다.  이 책은 한국교육방송(EBS)의 외국어학습사이트(http://www.ebslang.co.kr)에서 유료로 진행되는 '영어로 읽는 요한복음'의 강의 교재로 사용된 적이 있으며, 심오하고 아름다운 신약성서 '요한복음'을 강해하고 있다.

 

 

 

 기독교에 문외한인 사람들은 '예수'라는 존재를 극과 극으로 본다. 그저 훌륭한 인물이거나 아니면 슈퍼맨으로. 다시 말하면 예수를 역사적 인물로 보지 않고 무역사적 인물로 본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러한 시각을 교정하게 만든다. 요한복음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는 로고스적 기독론으로, 이는 그리스철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요한복음의 첫 구절 "태초에 말씀이 있었나니……."가 바로 그것인데 말씀의 육화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며, 이는 돌출된 사상이 아니라 그리스철학과 헬레니즘 문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헤라클레이토스와. 다시 말하면 예수의 발언과 생각은 평지 돌출이 아니라 뿌리 있는 발언과 생각이라는 것이다.

 기독교 문외한들은 예수의 이적 역시 극과 극으로 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거나 기적으로만 치부한다. 저자는 예수의 이적을 '이적 설화'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과학적 조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주는 의미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적 설화'를 놓고 가부를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따지는 것과 같은 소모 논쟁이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기독교를 믿든 안 믿든 지금 우리나라의 교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그런 문제의 기저에는 예수를 신화화된 인물로만 생각하고 역사적 인물로 생각하지 않는 점에 있다. 요한복음은 4복음서 중 특히 주목을 많이 받는 부분이다. 또 도올같은 개념적 철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에게는 좋은 지적 편린의 대상이 될만하다. '로고스'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동양철학을 공부한 도올에게도 이것은 흥미로운 주제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도올이라는 동양 철학자를 만날 수 있고, 또 예수와 그를 신앙하는 삶들의 정신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도올이 생각하는 성령이라는 것과, 재림의 현현이라는 가슴 벅차고 감동적인 순간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