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반니노 과레스키 장편소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Don Camillo mondo piccolo)』
이탈리아 작가 죠반니노 과레스끼(Giovannino Guareschi. 1908~1968)의 연작소설로 1948년부터 1963년까지 발표되었다. 2차 대전이 막 끝나고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양 진영 간의 냉전체제가 본격화되던 시기에 발표된 <신부님 시리즈>는 신부 돈 까밀로와 공산주의자 읍장 뻬뽀네라는 두 인물의 대결과 용서를 통해 웃음 속에 진한 감동과 포근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탈리아 '뽀'강 유역의 작은 마을에는 덩치 큰 돈 까밀로 신부와 사사건건 그에 맞서 싸우는 공산당 소속 깡패 읍장 뻬뽀네가 있다. 때로는 훌륭한 적만큼 좋은 친구도 없다는 격언처럼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우정 아닌 우정을 쌓아가는 돈 까밀로와 뻬뽀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더 찡한 감동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죠반니노 과레스끼를 이탈리아 국민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신부님’ 시리즈 작품(총 10권)이다.
1권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Don Camillo mondo piccolo 1948)
2권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2 (Don Camillo mondo piccolo 1948)
3권 돈 까밀로와 뻬뽀네 (Don Camillo e il suo gregge 1953)
4권 돈 까밀로의 사계 (L'anno di Don Camillo 1986)
5권 돈 까밀로와 뽀 강 사람들(Gente Cosi 1980)
6권 돈 까밀로의 양떼들(L'anno di Don Camillo 1986)
7권 돈 까밀로의 작은 세상(Lo supumarino pallido 1981)
8권 돈 까밀로와 지옥의 천사들(Don Camillo e Don Chichi 1996)
9권 힘내세요, 돈 까밀로(Ciao, Don Camillo 1996)
10권 돈 까밀로 러시아 가다(Il compagno Don Camillo 1963)
이 책에 얽힌 한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가톨릭교회의 쇄신을 불러일으켰던 교황 요한 23세가 파리에서 교황대사로 재직하던 시절의 일이다. 1952년, 프랑스 제 4공화국의 대통령이던 뱅상 오리올은 안젤로 론깔리 몬시뇰(요한 23세)로부터 새해선물로 책을 한 권 받았다. 그 책은 바로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이었다. 요한 23세의 헌사는 다음과 같았다. ‘프랑스 공화국의 대통령 뱅상 오리올님께. 격무에 시달리는 귀하에게 기분전환과 마음의 평안이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드립니다. 교황 대사 A. G. 론깔리’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이탈리아 중북부 시골 마을 바싸에 신부 돈 까밀로와 단순무식한 읍장 뻬뽀네 그리고 예수님이 살고 있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예수님은 실재하는 인물이 아니라 마을의 성당내 십자가에 못박혀 있는 성상으로 돈 까밀로와만 영적인 대화를 나누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돈 까밀로는 신앙심이 깊고 자기 주장이 명확하며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톨릭 신부이다. 하지만 성당 안에서 점잖게 강론이나 하고 성무만 집행하는 사제가 아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직접 몸으로 뛰고, 신자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때로 주먹질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공산주의자인 뻬뽀네는 읍장이며 동시에 자동차 수리공이다. 정치적 열정이 너무 넘쳐 노동자 해방의 그날까지 인민을 위해 싸우며 늘 불도저처럼 돌진한다. 맞춤법조차 제대로 모를 정도로 무식하고 막무가내 성격이지만 신앙심이 깊고 우직하며 정직하기도 하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은 이들 두 사람과 예수님, 그리고 바싸 마을 사람들이 엮어 내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이야기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는 돈 까밀로와 예수님의 대화다. 돈 까밀로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늘 예수님에게 협조와 지혜를 구한다. 반면 예수님은 돈 까밀로의 마음을 늘 지그시 꿰뚫어 보고 매번 양심에 따라 행동하도록 일깨워 줌으로써 뻬뽀네와의 충돌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돈 까밀로와 예수님의 관계는 언제나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고 그 와중에 독자는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인간미 넘치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게 된다. 예컨대 돈 까밀로는 들통날 게 뻔한데도 천연덕스럽게 예수님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예수님도 모르는 척 속아 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때로 예수님은 돈 까밀로를 꾸짖기도 하지만 인간 돈 까밀로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웃음과 감동을 느끼게 만든다. 과레스끼는 <신부님> 시리즈를 통해 격렬한 이념의 대립구도 안에서조차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않는 주인공들이 화해와 타협을 이루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개인주의가 만연한 이 시대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애쓰려는 의지와 인간에 대한 애정만 가지고 있다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상생의 길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실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극단적인 대립에서 극적인 화해의 지침서가 되어 주는 소설이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에서 돈 까밀로와 뻬뽀네가 일으키는 여러 가지 사건들은 두 사람에게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한 사람은 공산주의자고 한 사람은 가톨릭 신부이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와 보수적인 가톨릭(이탈리아의 국교는 가톨릭이다)이라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이념 대립의 결과물로 생기는 여러 가지 사건들 앞에서 두 사람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해결 방법을 내세우며 서로 으르렁거리고 싸우며 갈등과 긴장 국면으로 사태를 몰고 간다. 하지만 돈 까밀로와 뻬뽀네가 극단으로 치달아 파국을 맞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도저히 해결책이 생기지 않을 것 같은 갈등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용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간다. 그 과정에서 보여 주는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 화해와 용서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오고 때때로 독자들은 두 사람의 엉뚱함에 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많은 경우 극단의 대립으로 치닫곤 한다. 내 편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흑백 논리의 구조 속에서 갈등과 날카로운 대립이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갈등에서부터 남자와 여자, 부자와 가난한 자, 상사와 부하, 야당과 여당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갈등 구조가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연속 속에서도 이해하고 용서하며 서로를 사랑과 애정으로 대할 수만 있다면 타협점을 찾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그 어떤 문제라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은 보여 준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삶의 지침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지금까지 세계 40여 개 국어로 번역돼 수천만 권 이상이 팔려나갔으며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지금도 매년 6-8만부 이상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9년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바 있으나 원작과 상관없이 편의에 의해 분책 되고 누락된 부분이 많았다. 특히 영문판, 일본어판을 텍스트로 삼은 중역본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1977년에 연극에 종사하던 김명곤(전 문화부 장관)이 영문판을 번역하여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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