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 단편 소설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
미국 소설가 오 헨리(O Henry / 본명 : William Sydney Porter, 1862 ~ 1910)의 대표 단편소설로 1905년 발표되었다. 은행원을 지냈으며 40세 가까이까지 기구한 생활을 하다가 단편소설을 써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심한 남작(濫作)과 음주로 건강을 해쳐 사망하였다. 어릴 때 부모를 잃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오 헨리는 은행돈을 몰래 쓰고 남아메리카로 도망갔다가 아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와 체포되었다. 3년간 감옥 생활을 하면서 얻은 경험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한 오 헨리는 10여 년 동안 300편 가까운 단편소설을 썼다. 그의 작품 속에는 따뜻한 유머와 감정이 녹아있다고 평가되며, 모파상이나 체호프와 비교되기도 한다.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아파트에 사는 무명 여류화가 ‘존시’가 심한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맨다. 그녀는 삶에 대한 희망을 잃고 친구의 격려도 아랑곳없이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담쟁이덩굴잎이 다 떨어질 때 자기 생명도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다. 같은 집에 사는 친절한 노화가가 나뭇잎 하나를 벽에 그려 심한 비바람에도 견뎌낸 진짜 나뭇잎처럼 보이게 하여 존시에게 삶의 의욕을 주고, 그녀 대신 노화가가 죽는다는 이야기. 인정과 애환이 깃든 대표작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그리니치 빌리지는 맨해튼 섬 남부에 있는 예술가들의 거주지이다. 그곳은 무명 화가들뿐만 아니라 작가, 연예인들이 주로 살고 있는데, 거리 풍경이 파리의 뒷골목과 같은 저서를 지니고 있기도 해 ‘아메리카의 보헤미아’로 통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그리니치 빌리지에 ‘예술가 촌’이 생길 무렵 가난한 화가들의 이야기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뉴욕 허름한 변두리의 그리니치라는 '예술가촌'이 배경이다. 유행성 독감을 이기지 못하고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 처녀 화가 존시가 창 밖만을 내다보며 나약한 생각에 빠져든다. 창 밖에는 추워지는 날씨와 함께 댐쟁이 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져 가고 있다. 처녀는 담쟁이 잎이 다 떨어지면 자기의 목숨도 끊어지고 말 것이라는 나약한 생각에 젖어 병마와의 싸움을 포기해 버린다.
같은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주정뱅이 늙은 화가 버만 씨가 찾아와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처녀를 격려해 주고 간다. 그는 평생 동안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그림을 그리며, 술을 유일한 낙으로 삼으며 살아온 사람이다. 비바람이 몹시 치던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온다. 열어젖힌 창문 밖으로 보이는 댐쟁이 넝쿨에는 기적처럼 잎이 하나 남아 꼼짝을 않고 붙어 있다. 이 기적에 처녀는 삶의 의욕을 되찾고 먹을 것을 찾는다.
며칠 후 존시와 같이 사는 친구 처녀 수는 늙은 화가 버만 씨가 불과 이틀을 앓고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말한다. 비바람 치던 그날 밤에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담쟁이 벽에 필생의 역작을 그리고 숨을 거둔 것이다.
오 헨리는 뉴욕을 지하철도의 바그다드라 부르고, 뉴욕을 배경으로 새로운 아라비안 나이트를 창조한 세계 3대 단편작가 중 한 사람인데, 『마지막 잎새』는 가난하게 살면서도 사랑과 예술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을 담아낸 소설이다.
존시의 사랑과 실연, 삶에 대한 의욕 상실과 화복의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이와 함께 버만의 예술에의 욕망과 좌절, 그리고 명작 완성의 과정을 동시에 그리고 있다. 존시가 삶의 의욕을 잃게 되는 것은 순수한 사랑이 외면당하는 현실 때문이며, 버만이 술에 취해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혼을 담아 그린 그림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이들의 순수한 사랑과 예술혼이 거대한 현실의 논리에 의해 외면당할 때 인간은 좌절할 수밖에 없으며, 살아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존시는 겨울이 되면 떨어지게 되어 있는 담쟁이잎에 자신의 생명을 의존하고, 버만은 술을 마시고 광기를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감동을 자아낸다. 상처 입은 인간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생명력을 환기시키는 담쟁이잎이나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술이 아니라, 인간적 사랑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감동의 깊이는 더해진다.
♣
버만이 바람이 몹시 부는 날 밤, 이웃에게 등불을 빌려 혼신의 힘을 다해 담쟁이잎을 그리는 행위는 존시에게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것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때 버만이 그린 담쟁이잎은 자기희생정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감싸 안으려는 인간적 사랑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갈구했던 예술 작품의 완성을 이룬다. 따라서, 버만은 서툴고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렸던 화가이기 이전에 훌륭한 예술가다.
또한, 이 작품은 존시와 버만의 삶을 함께 전개하여 예술과 사랑,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주제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진정한 사랑과 예술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성취될 수 있음을 감동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삭막한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가 소중하게 지켜야 할 항목이 무엇인지 환기시켜 주고 있다.
(전략) 휘몰아치는 비바람을 무릅쓰고 버만이 밤새도록 그려둔 담쟁이 잎새를 보며 존시는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만, 정작 그걸 그린 버만은 급성 폐렴에 걸려 죽고 만다. 언젠가는 걸작을 그리겠다는 버만 노인은 결국 자신의 마지막 그림을 통해 막 꺼져가던 젊은 생명을 구함으로써 ‘삶’이라는 보다 차원 높은 예술을 남긴다. 실패한 예술가 버만의 삶이 뛰어난 예술에 바쳐지는 그 어떤 아름다운 헌사보다도 더 큰 울림을 갖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0권 102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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