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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단편소설 『설국(雪國)』

by 언덕에서 2009. 10. 6.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단편소설 『설국(雪國)』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1899∼1972)의 장편소설로 1935∼47년 사이에 [분게이주(文藝春秋)]등 각지에 분재(分載)하였고 48년 [소겐사]에서 간행했다. 그 사이 1937년에 그 때까지의 연재분에 새로 쓴 것을 합하여 [소겐사]에서 간행하였다. 문예간담회상을 받았다. 도쿄 출생인 시마무라(島村)가 설국의 기생 고마코(駒子)에게 끌려서 설국의 온천장을 3번이나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고마코가 사랑하는 미소녀 요오코(葉子)도 끼어들어서 미묘한 삼각관계의 심리가 추구된다. 에치고 유자와(越後湯澤)를 무대로 한 설국의 풍물을 배경으로 함축성 있는 관능묘사가 잘 살아 있으며 시마무라를 통한 비정의 눈이 빛나고 있다. 근대 서정문학의 대표작으로서, 1968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2월 초순쯤, 시마무라는 눈의 고장인 ‘유자와’ 마을을 다시 찾아간다. 그곳은 작년 봄 등산길에 우연히 들렀던 마을로, ‘고마코’라는 여인과의 하룻밤의 추억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그는 그녀에게 친구처럼 지내자고 했지만, 실은 그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었다.

 열차 여행에서 병든 남자를 간호하던 ‘요오코’라는 여인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병든 남자의 이름이 ‘유키오’로 고마코의 약혼자이며 중병을 앓고 있는 폐병환자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는 이곳에서 며칠간 머물었다.

 시마무라가 1년만에 다시 눈고장을 찾았을 때 유키오는 죽기 바로 직전이었고 고마코는 약혼자의 요양비 마련을 위해 춤과 노래를 하며, 술시중을 드는 기생이 되어 있었다.

 시마무라와 다시 만난 고마코는 연회나 술자리를 자주 빠져나와 시마무라의 방을 찾았다. 그러나 시마무라는 언젠가 떠날 사람이라서 고마코는 즐거울 수만은 없었고, 시마무라 또한 고마코의 무조건적인 열정을 부담없이 받아들이나, 결혼해서 동경에 아내가 있는 그로서는 관계가 깊어갈수록 그것이 소용없는 일임을 알고는 슬퍼한다.

 열차에서 헌신적인 간병을 했던 처녀 요오코는 고마코의 허드렛일을 가지고 시마무라를 찾아오면서 서로 친하게 된다. 그녀는 유키오가 죽은 뒤에도 그 무덤을 보살피는 한편,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열정적으로 노력한다.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1899∼1972 )

 

 시마무라가 세 번째로 눈고장을 찾았을 때, 고마코는 더욱 짙어진 화장과 살이 쪄서 직업여성의 자태가 뚜렷했다. 시마무라는 그녀를 붙들어 둘 수 없음을 알면서도 사랑에 온 정신을 쏟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마을의 누에 치는 창고에서 불이 났다. 창고 2층은 연극 공연장으로 사용되었는데, 그곳에 구경갔던 요오코가 불길에 휩싸인 2층 관람석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서는 요오코를 가슴에 안고 돌아오는 고마코는 마치 자신의 희생과 형벌을 모두 끌어안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일본에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이 작품은 각국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평판을 얻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외형적으로 볼 때 눈이 많이 오는 한 온천 마을을 배경으로 시마무라라는 한 남자가 여행길에 우연히 그 마을에 들렀다가 그곳에 거주하는 기생 고마코와 정분을 나눈다는 단순한 사건이 전개된다. 따라서 작품의 주제와 등장인물의 성격이 뚜렷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는 작가 자신의 서정적인 감수성과 소설 작법의 특이성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해답은 미사마 유끼오의 견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제는 어떤 특정한 순간이 아니라, 항상 움직이고 있는 인간 생명의 각 순간을 이어가는 순수 지속이다. 따라서, 그것은 변화의 기록이고 순간의 집성(集成)이다. 코마코라는 여성도 요오코라는 여성도 일관된 하나의 인물, 하나의 성격이라기보다는 각 단면, 각 순간으로만 묘사되고 있다." 이 평처럼 독자는 그러한 세부를 연결해서 하나의 전체상을 포착하려 할지 모르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애당초 정념은 전체라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수 지속이 마지막에 가서는 스스로 어떤 종합에 다다른다.”

 즉, 소설로서의 어떤 형식을 갖추어 사건이 진행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펼쳐진 어느 부분을 슬쩍 들여다보는 것과 같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부분들이 연상되면서 유기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갖는 것이다. <설국>은 남녀간의 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작가의 서정적이며 섬세한 필치를 통해 그려진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