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국 현대소설

A.지드 중편소설 『좁은 문(La porte étroite)』

by 언덕에서 2009. 10. 9.

 

A.지드 중편소설 『좁은 문(La porte étroite)』 

 

 

 

프랑스 작가 A.지드(Andre Gide.1869∼1951)의 중편소설로 1909년 발표되었다. 소설의 제명은 신약성서 <마태오의 복음서>(7:13∼14)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또 그 길이 넓어서 그리로 가는 사람이 많지만,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이 험해서 그리로 찾아 드는 사람이 적다”에서 땄다고 한다. 이 문은 알리사와 제롬이 찾는 문이다.

 약 30년 전만 해도 앙드레 지드(1869∼1951)의 이름은 프랑스의 청소년들에게는 드러내 놓고 읽을 수 없는 책의 작가로 평가되었다. 그것은 <배덕자> 혹은 <사전꾼들>같은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전통적인 도덕이나 가치에 대한 대항이나 <지상의 양식>이나 <코리동>같은 작품을 지배하는 감각과 본능의 예찬이 때로는 선동의 차원을 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배덕적이고 이교도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지드는 또한 절대적인 순수와 지고한 정신성을 추구하는 엄격성의 얼굴도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신교도의 상류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난 앙드레 지드가 받은 엄격한 청교도적인 교육의 영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좁은 문>은 후자의 지드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만하다.   이 작품 속의 제롬과 알리사의 순결한 사랑은 지드와 사촌누이 마들레느 사이의 애정이 그대로 그려지고 있다. 지드는 마들레느와 순수한 사랑을 나누고 결혼하지만, 그녀에 대한 사랑은 신앙의 대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신적인 사랑밖에는 되지 못하고 육체적인 사랑은 동성에게로 향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롬은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미스 플로라 아슈뷔르통과 함께 뷔콜 삼촌이 사는 퐁게즈마르로 이사했다. 제롬은 아버지를 여의고 난 뒤 조숙한 편이었다. 뷔콜랭 삼촌집에는 제롬보다 두 살이 많은 알리사, 한 살 적은 쥘리에트, 가장 나이가 어린 로베르가 있었다. 제롬은 알리사와 이야기하길 좋아했다. 뤼실 뷔콜랭이 발작을 하던 날 제롬은 알리사를 만나서 이 소녀를 보호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이상한 감정에 도취된다. 그 뒤 외숙모 뤼실 뷔콜랭은 어떤 사람과 도망쳐 버린다.

 제롬은 알리사를 사랑하게 된다. 그가 알리사를 사랑하는 방법은 그녀에게 적합한 인간이 되기 위해 공부, 노력, 경건한 행위 등을 알리사에게 바쳤다. 자신의 즐거움은 염두에 두지 않고 덕을 지키며 자신을 억제하며, 행복 그 자체보다 행복이 이르기까지의 무한한 노력을 미래에서 찾았다. 어머니께 알리사와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니 어머니도 같은 생각이었다. 며칠 뒤 어머니는 돌아가신다. 알리사에게 받은 편지는 제롬과 사랑을 확신한 내용이었다.

 그 사이 쥘리에트가 제롬을 사랑하게 된다. 알리사는 제롬과 약혼을 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나이가 많고 동생이 그를 사랑하고, 자기가 결혼을 하면 아버지만 혼자 남을 것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나중엔 그를 멀리하려 한다. 쥘리에트는 에두아르라고 하는 나이 많은 포로원을 경영하는 사람과 결혼한다. 알리사의 아버지도 그 뒤 돌아가신다. 제롬은 결혼을 하고 싶어하지만 거절당한다. 알리사는 집을 떠나 제롬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가난한 사람에게 줘야한다고 생각하고 요양원에 가서 유언서를 써놓고 죽는다. 제롬은 그녀의 일기장을 받아본다.

 쥘리에트가 제롬에게 자신의 막내딸을 보여주며 대부가 돼 달라고 한다. 그 딸은 알리사를 닮았다. 쥘리에트는 결혼은 언제 할꺼냐고 묻는다. 제롬은 여러 가지 일을 잊을 때까지라고 말한다. 잊고 싶냐니깐 언제까지나 잊고 싶지 않다고 한다. 쥘리에트는 계속 그에게 알리사와의 사랑을 그처럼 오랫동안 마음 속에 간직할 수 있냐고 묻는다. 제롬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그녀는 일어서다가 자리에 주저앉으며 두 손을 얼굴로 가리며 울고 있었다.

 

 

 작가는 어린 시절에 겪은 어머니의 불륜이라는 트라우마와 사랑하는 사람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 콤플렉스를 안고 살았다. 작품에서 나타나는 청교도적인 금욕주의에 철저하게 지배당하고 있는 알리사의 모습은 사촌누나 마들렌(훗날의 지드 부인)을 모델로 한 것이지만, 어쩌면 작자 자신의 분신이기도 하다.
 육체가 배제된 사랑은 가능한 것일까? 한 남자를 향한 두 자매의 치열한 사랑은 가슴 저리도록 슬픈 운명을 예고한다. 서로를 향한 고독한 열망, 강렬한 욕망과 정교한 절제의 끝없는 갈등, 비인간적인 자기희생, 절대적이면서도 결말이 없는 인간의 본성은 작품 전체에 흐르는 아름다운 서정을 배경으로 치밀하게 묘사된다.

 알리사는 성스럽고 깨끗한 모습으로, 제롬은 사랑의 순결함 그 자체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두 젊은 남녀의 청순하고 지나치리만큼 사랑을 신성시하여 하느님의 사랑 속에 합일되는 경지로 승화시키려다 비련을 맞게 되는 플라토닉 러브를 이 작품은 그리고 있다.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하면서도 지상에서의 사랑을 물리치고 남몰래 죽어간다. 이러한 알리사의 행위는 자신의 어머니가 가족을 버리고 새 애인 청년에게로 가는 것과는 달리 순결하고 맑은 것이다. 그녀는 신비롭고 이상적인 금욕주의에 마음을 두고 실천하려 한 것이다. 이런 알리사에게 제롬은 이상적인 인간이었다. 그러나 알리사는 제롬과 이상적인 결합이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못할 것임을 알자, 제롬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성서에서 말하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현세적인 즐거움을 모두 버려야만 했던 것이다. 즉, 동생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떠난 것이다. 이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더없는 고행이었으며, 너무나 벅찬 것이어서 덕과 신앙마저 잃고 짧은 생애를 마치게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작가는 이런 결론을 이끌어내면서 신으로 통하는 좁은 문이 현실적인 인간에게 있어서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비판하며, 현실적인 삶도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자각하도록 일깨워주고 있다.  『좁은 문』은 지드의 대표작이자 내면의 프리즘을 보여주는 이 책은 육체적인 쾌락과 지상의 행복을 승화시켜 현실적인 '사랑'을 종교적인 '존재'로 창조하거 사랑하는 남녀의 감정이 얼마나 높을 수 있으며, 절대 순수의 경기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19세기 합리주의 사상에 종지부를 찍고 새것을 제시하는 현대 문학의 복음서로 평가받고 있는 영원한 고전이다. 앙드레 지드는 이 작품으로 194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