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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고골(리) 장편소설 『죽은 혼(Mertvye Dushi)』

by 언덕에서 2009. 9. 23.

 

 

고골(리) 장편소설 『죽은 혼(Mertvye Dushi)』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소설가 고골리(Gogoli, Nikolai Vasil'evich.1809∼1852)의 장편소설로 작자의 대표작이며 19세기 러시아 소설의 걸작 중의 하나이다. 완전한 모양으로 남아 있는 것은 제1부 뿐이다. 이 제1부는 1835년경에 쓰기 시작하여 7년 후인 1842년에 간행되었다. 일종의 피카레스크(악한)소설이며 여행소설이다.

 제1부 간행 후에 작자는 치치코프의 회오와 갱생을 그리게 될 제2부 집필을 착수하였으나 그의 예술적 재능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나지 않을 수 없었다. 작자 자신도 2번(1845, 52년)에 걸쳐서 이 원고를 파기하여 현재는 불완전한 원고, 그것도 작자 사후에 간행(55)된 단편(斷片)이 남아 있을 뿐이다.

 20일이 구 러시아력으로 고골리의 탄생 200주년이다. 현재 쓰는 그레고리력으론 4월1일이다. 그가 말년에 살았던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의 집은 박물관으로 단장되었다고 한다. 이 집에서 고골리는 「죽은 혼」 2부를 집필하다가 정신적 동요를 못 이기고 원고를 불살라 버렸다. 그리고 단식에 들어간 지 아흐레 만인 1852년 2월 어느날 고통 속에 숨을 거뒀다.

 요약하자면, ‘악당’만을 그린 제 1부 《지옥편》에 이어 주인공 치치코프의 정신적 정화와 변모를 주제로 한 제 2부 《연옥편》, ‘러시아 혼의 무한한 보고를 드러낼’ 제 3부 《천국편》으로 써내려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골은 평론가의 절찬을 받은 제 1부의 성공 이후 제 2부 집필에 매달렸으나 끝내 완성을 보지 못하고 그로 말미암아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리다 모든 식사를 끊고 의사의 치료도 거부하다가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리하여 고골의《죽은 혼》은 보통 제 1부와 제 2부 미완성 원고를 가리킨다.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소설가 고골리 (Gogoli, Nikolai Vasil'evich.1809-1852)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죽은 농노를 사 모아 살아 있는 것처럼 등기하고 이것을 저당으로 하여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한밑천 벌 목적으로 각처의 지주를 찾아가는 치치코프라는 협잡꾼의 편력이 전편의 골자를 이룬다.

 1부에서 주인공 치치코프는 러시아 지방 도시 N에서 마닐로프, 코로보치카, 소바케비치, 플류시킨 등 이 지방 지주들에게서 죽은 농노를 성공적으로 구입한다. 그 과정에서 현지사에서 경시총감에 이르는 지방 관료들까지 참여한다. 그들은 치치코프의 매력적인 언행과 옷맵시, 화려한 사교계의 언어를 보고 그를 대단한 부자이자 교양인으로 여겨 환대하고, 그가 구입하는 농노가 죽은 농노인 줄도 모르고 그의 농노 구입을 도와준다.
 치치코프는 왜 죽은 농노들을 구입하려 했던 것일까? 당시 제정 러시아에서는 7~10년의 간격을 두고 인구 조사를 시행했는데, 그 사이에 사망한 농노들에 대해서 지주들은 부당하게 인두세를 지불해야 했다. 치치코프는 실제로는 죽었지만 호적상으로는 살아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농노들을 싸게 구입해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거액을 빌려 밑천을 잡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방만한 생활로 카드놀이 등으로 빚더미에 앉아 인두세를 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지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 즉 치치코프는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활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농노 구입 이후, 치치코프는 현지사가 주최하는 무도회에 갔다가 이전에 우연히 마주쳤던 열여섯 살의 소녀를 발견한다. 그러자 귀부인들은 질투 어린 시선을 던지고, 치치코프와 현지사의 딸인 소녀를 맹렬히 공격한다. 마침 죽은 농노 매매를 거부했던 노즈드료프가 술에 취해 나타나 치치코프가 죽은 농노들을 샀다고 폭로한다.
 이후 치치코프에게 농노를 판 코로보치카마저 죽은 농노 매매 사실을 폭로하자 귀부인들은 이를 그와 현지사 딸의 비밀스러운 사랑과 도피 행각으로 연결시키고, 관료들은 이를 최근의 불미스러운 범죄 사건과 연결시킨다. 이렇게 N시 전체에 치치코프의 정체성에 대한 뜬소문과 유언비어, 환상적인 이야기가 걷잡을 수없이 퍼져 치치코프는 N시를 조용히 빠져나온다.
 2부는 세월이 흘러 약간 늙었으나 언행이 더 세련되어진 치치코프가 역시 같은 목적으로 한 지주에게서 죽은 농노를 구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치치코프는 텐테트니코프, 베트리셰프, 레니츠인 등에게서 죽은 농노를 구입하는 데 성공하고, 코스탄조글로에게서는 1만 루블을 빌려 흘로부예프의 비옥한 영지를 저렴하게 매입하고, 흘로부예프의 아주머니 하나사로바의 유언을 조작하여 막대한 유산을 가로챈다. 그는 한때 코스탄조글로의 영지 경영 방식을 들으며 건실한 지주로 아름다운 가정을 일구는 꿈을 꾸기도 하고, 전매 독점 상인 무라조프의 종교적 훈계를 들으며 기독교인으로 시골에서 소박하게 참회하며 살기로 작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주위의 모사꾼들이 치치코프를 유혹하여 그는 다시 죄의 길로 빠져든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추악한 죄들이 밝혀져 총독에게 잡히고 천하의 사기꾼에 불한당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무라조프의 도움으로 풀려나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한다.
 무라조프와 기독교적인 통치 방식을 진지하게 논의한 총독인 젊은 공작은 지방 관료와 법관들을 불러 모아 놓고 그들의 부패와 불의를 군사 재판 식으로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가슴속에 숨겨진 러시아 정신을 강조하며 각자 자신의 의무와 이 땅에서의 사명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죽은 농노들을 사러 다니면서 치치코프가 만나는 지주들은 다만 살아 있는 것으로 간주될 뿐인, 곧 영혼은 이미 죽은‘죽은 혼’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작품 <외투>로 널리 화제가 되고 있는 러시아 작가가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 고골리가 그 사람이다. 고골리는 이 소설에 일부러 중의적 제목을 붙였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어에서 ‘혼’을 뜻하는 ‘두쉬’에는 ‘농노’란 뜻도 있다. 농노를 세는 단위로도 ‘두쉬’가 쓰였다. 따라서 <죽은 혼>은 <죽은 농노>로 해석되기도 한다. 국내 번역본 가운데 <죽은 농노>란 제목이 있는 까닭이다. 그나마 이 책은 1842년 모스크바에서 출간될 때 엄격한 검열 때문에 <치치코프의 모험 또는 죽은 혼>이란 이름으로 나왔다.

 플롯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구성도 극히 산만하지만 비속의 대명사 같은 주인공 치치코프와 여러 가지 유형의 지주들(예컨대 인색한 프뤼시킨)의 리얼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캐리커처(희화)는 현실의 부정적 면에 대한 작자의 깊은 통찰을 말해주는 위대한 창조로서 이 작품의 불멸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제명 ‘죽은 혼’은 ‘죽은 농노’를 의미함과 동시에 정신적으로는 죽은 자와 마찬가지인 이러한 인물들을 가리킨다.

 고골리는 23세 되던 해인 1831년에 <지카니카 부근 마을의 야화>를 쓰면서 러시아 문단에 알려지고, 인정받게 되었다. 그리고 고골리 자신이 ‘나는 작가다’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은 러시아 지방 관료제를 풍자한 희곡 <검찰관>이 성공을 거둔 때였다. 이 희곡의 상연으로 말마암아 고골리는 관료제를 대변하는 언론의 야유와 비난을 피해 이탈리아로 여행을 간다.

 바로 이 시기에 고골리는 흔히 위대한 풍자적 서사시라고 일컬어지는 <죽은 혼>을 쓰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1842년 <치치코프의 모험> 혹은 <죽은 혼>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미르스키는 이 작품을 가리켜 고골리의 문학적 성공의 정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치치코프이고 이야기는 그 주인공과 죽은 농노들을 사들이고 이 죽은 농노들을 저당잡혀 돈을 벌고자 하는 계획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기서 사전에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있는데, 인구조사 이후에 죽은 농노들에 대해 농노의 소유자들은 인두세를 납부해야 했다는 것이 러시아의 한 단면이었다.

 

 

 고골리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속물적인 삶을 풍자한 작가로 평가된다. 죽은 농노로 돈을 벌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 속에서 고골리는 속물 근성의 극단을 보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 치치코프는 바로 속물의 화신이다. 따라서 치치코프는 정신적으로 죽어가는 지주이자 정신적으로 죽은 혼이라고 할 수 있다. 피상적으로는 이 작품의 제목 <죽은 혼>은 죽은 농노를 가리키지만, 작가 고골리는 살아있는 혼과 죽은 혼을 대비시켜 후자, 즉 정신적으로 죽은 속물의 형상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이것을 조금 더 넓혀 이야기해 본다면, 러시아적인 삶에서 인간의 영혼이 사멸해버렸다는 것을 고골리가 보여 주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고골리는 이상에서 얘기한 점만을 보여 주려고 한 것인가. 고골리는 이 작품을 단테의 <신곡>에 맞추어 구상하고 제1부에서는 인간의 속물적이고 추악한 모습을 그리는데 혼 힘을 쏟았다. 이런 점에서 <죽은 혼> 1부는 단테의 <신곡>의 지옥편이라고 할 수있다 고골리는 이 작품의 2부를 썼는데, 여기서 그는 치치코프의 영혼을 정화시키고 재교육시킨다. 그리하여 작가는 속물적이고 추악한 인간의 영혼이 점차 도덕적으로 개선되어 나가는 고통스런 과정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