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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헤르만 헤세 장편소설 『데미안(Demian -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

by 언덕에서 2009. 8. 3.

 

 헤르만 헤세 장편소설 데미안(Demian -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

  

 

 

 

   

독일 소설가  H.헤세(Hermann Hesse, 1877~1962)의 장편소설로‘에밀 싱클레어의 청년시절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1919년에 초판이 나왔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발표하여 에밀 싱클레어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중상을 입은 싱클레어라는 청년의 수기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싱클레어가 연상 친구인 데미안의 인도를 받아 정신착란 상태를 벗어나 ‘이 세상의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이 인도하는 길을 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오로지 내면의 길을 파고드는 과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패전으로 말미암아 혼미상태에 빠져 있던 독일의 청년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으며, 문학계에도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데미안이란 말은 데몬(Demon)과 같은 뜻으로 ‘악마에 홀린 것’이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독일 소설가  H.헤세(Hermann Hesse, 1877~1962)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년 싱클레어는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그의 가정은 신앙심이 깊고 평화로우며 부모나 누나들 또한 사랑으로 충만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성장하면서 어둠침침한 뒷골목, 역한 냄새가 나는 방 등, 가정에서 보지 못한 또다른 어두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는 같은 반 급우였던 포악한 성격의 크로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낸 엉뚱한 무용담을 하게 되는데, 이 일로 인해 크로마에게 갖은 협박과 위협을 당한다. 이때에 의젓하고 지혜로우며 이상한 마력을 지닌 데미안이 나타나서 싱클레어를 위해 크로마를 물리쳐 준다. 이때부터 데미안은 참다운 벗이요, 스승으로서 싱클레어에게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이별하게 되고, 사춘기를 방황과 술로 허송하게 된다. 이때 한 소녀의 등장으로 싱클레어의 방황은 멈추게 되고,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자신의 삶을 그림으로 승화시켜 나간다. 소녀의 초상화를 그린 싱클레어는 그림을 데미안에게 보내고, 그에게서 선과 악, 신과 악마를 한몸에 지닌 신으로서 영혼의 요구를 억제하지 않는 아플락사스를 언급한 편지를 받게 된다. 이때부터 싱클레어는 자신의 내면 세계에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된다. 그의 영혼 속에 한 운명의 여인이 들어와 앉았고, 그 모습은 데미안이었다. 싱클레어는 대학에 진학하고, 아플락사스적인 운명의 여인을 찾는 것이 그의 삶의 목표가 되었다. 그러던 중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을 만나게 되는데, 에바 부인을 보는 순간 그가 꿈꾸던 여인임을 직감하고 운명의 여인으로 인식하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이 알어나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전쟁에서 부상당한 싱클레어는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실려간다. 정신이 들었을 때 싱클레어는 그의 옆에서 데미안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데미안은 그에게,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 그의 마음 속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라고 말하면서 에바 부인의 키스까지 전해준다. 그 후 싱클레어는 다시 깊은 잠이 들고, 그가 깨었을 때는 데미안은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그리고 싱클레어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통해 고통에서 해방된 진정한 삶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 소설은 데미안을 통해 참다운 어른이 되어 가는 소년 싱클레어의 이야기로 한 폭의 수채화같이 아름답고 유려한 문체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감수성이 풍부한 주인공 싱클레어가 소년기에서 청년기를 거쳐 어른으로 자라가는 과정이 세밀하고 지적인 문장으로 그려져 있다. 진저한 삶에 대해 고민하고 올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데미안과 싱클레어의 깊이 있는 이야기가 이 작품의 백미다. 

 독일문학 하면 우리는 흔히 괴테와 헤세를 생각한다. 그만큼 그들은 세계문학사에 크나큰 전기를 마련했다. 헤세는 인도학자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인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여행으로 동양철학에 깊이 매료된다. 이 작품 『데미안』에서도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이 보여준 성격과 색채는 다분히 동양적이며, 작품 또한 전체적인 흐름이 동양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다.

 

 


 『데미안』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재출발을 다짐한 헤르만 헤세에게 제2의 출발점과 같은 작품이다. 청춘의 고뇌와 인간의 양면성을 담고 있으며, 자아 찾기를 삶의 목표로 삼고 내면의 길을 지향하면서 현실과 대결하는 영혼의 모습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헤르만 헤세는 나를 찾아가는 길이자 치열한 성장 기록인 『데미안』을 통해 세상의 수많은 ‘에밀 싱클레어’가 삶의 근원적인 힘을 깨닫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운명의 목소리를 듣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

 헤세의 자전적인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전쟁의 비도덕성과 비인간성 등을 동양적인 명상을 통해 부드럽고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으며, 자신의 내면세계를 바라보면서 자아 발견에 도달하는 구도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스스로의 경험과 체험을 통해 고독과 고민, 그리고 절망의 원인이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자기 세계에 있으며, 스스로가 그것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