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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5

낮선 곳처럼 길을 잃다 낮선 곳처럼 길을 잃다 오래된 건물들에는 나름대로의 품위가 있고 역사가 있다. 지나온 세월 만큼의 추억과 기억을 가득 채운 경륜 있는 건물들만이 간직한 세월의 흔적일 것이다. 그리고 그 건물로 말미암아 서로의 눈빛에서 흘러온 시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세월도 있다. 때문에 그 .. 2014. 12. 12.
이성복의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이성복의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1980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간행한 이성복의 첫 시집이다. , , 등의 시가 실려 있다. 1982년 제2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이 시집에는 현실에 대한 치열한 냉소주의와 대담한 형식파괴가 담겨 있다. 혁명적이라 할 만큼 과감한 시문법의 파괴와 번뜩이는 비유가 가득하다. 현재의 불행을 구성하는 온갖 누추한 기억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시어들은 마치 초현실주의 시를 대하는 듯하다. 왜곡된 현실을 고발하는 작가의 독특함이 엿보인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소재로도 보편성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날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2013. 7. 1.
추석 / 이성복 추석 이성복 (1952 ~ ) 밤하늘 하도 푸르러 앞산 선돌바위 앞에 앉아 밤새도록 빨래나 했으면 좋겠다 흰 옥양목 빨래하고 나면 누런 삼베 헹구어 빨고, 가슴에 물 한번 끼얹고 하염없는 자유형으로 지하 고성소까지 왕복했으면 좋겠다. 갔다 와도 다시 가고 싶으면 다시 갔다 오지 여태 살았지만 언제 정말 살았다는 느낌 한번 들었던가 음...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군요. 천상병 시인의 '소릉조'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명절의 정의는 이렇지요. 죽은 자들이 지금쯤 가족들과 모여 먹고 있을, 알 수 없는 송편의 맛. 명절은 그런 것이다……. 해질녘에 동네입구에 나왔더니 어느 집인가 현관문 한쪽 담벼락에 매달린 능소화 한 송이가 제 눈을 붙잡았습니다. 여름의 끝머리에 남은 마지막 능소화로군! 여.. 2011. 9. 10.
앞날 / 이성복 Claude Monet(1840 ~ 1926) 작 'The Jetty at le Havre Bad Weather' 앞날 이성복 (1952 ~ ) 당신이 내 곁에 계시면 나는 늘 불안합니다 나로 인해 당신 앞날이 어두워지는 까닭입니다 내 곁에서 당신이 멀어져가면 나의 앞날은 어두워집니다 나는 당신을 잡을 수도 없습니다 언제나 당신이 떠나갈까 안절부절입니다 한껏 내가 힘들어하면 당신은 또 이렇게 말하지요 "당신은 팔도 다리도 없으니 내가 당신을 붙잡지요" 나는 당신이 떠나야 할 줄 알면서도 보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 시집 (1990.문학과 지성사) 철학을 공부하는 교수가 이성복 시인의 위의 시가 보여주는 시적 슬픔은 타자와의 관계에서 자기도취에 빠진 사랑의 맹점이 주는 아픔을 읽는다고 한 장면을 방송에서 본.. 2011. 5. 9.
서시 / 이성복 序 詩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낮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 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 소리 번쩍이며 흘러 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 시집 (문학과 지성사 1986) 이성복 시인(1952 ~ )은 김소월과 한용운의 뒤를 잇는 연애시인으로 평가되는 분이다. 그의 시는 개인적 삶을 통해서 얻은 고통스런 진단을 보편적인 삶의 양상으로 확대하면서, 시대적 아픔을 치유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 시는 소설가 김훈이 문학기자 시절 100번을 읽었다는 이라는 시.. 2009.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