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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미6

안현미 두 번째 시집 『이별의 재구성』 안현미 두 번째 시집 『이별의 재구성』 활달한 상상력과 탄탄한 언어감각으로 개성 있는 시세계를 펼쳐 보이며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끈 안현미(1972 ~ )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2009년 9월에 출간되었다. 경쾌한 말놀이와 감각적인 환상은 독특하고, 그 안에 담긴 누추한 현실을 바라보.. 2013. 12. 30.
안현미 시집 『곰곰』 안현미 시집 『곰곰』 시집『곰곰』은 2001년 계간 〈문학동네〉로 등단하여, 거침없고 활달한 상상력과 감각적이고 유연한 시어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던 안현미 시인(1972 ~ )이 2006년 발간한 첫 시집이다. 시인만의 독특한 말법으로 재미와 무게감을 함께 담아낸 5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 2013. 2. 4.
안현미 - 와유(臥遊) 와유(臥遊) 안현미 (1972 ~ ) 내가 만약 옛사람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 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허면,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보며 홀로 국화 술에 취하리 ' - 『이별의 재구성』(창비 2009) 와유(臥遊)……. 사전을 찾아보니, '누워서 유람한다는 뜻으로, 집에서 명승이나 고적을 그린 그림을 보며 즐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입니다. 안현미의 와유(臥遊), 이 시를 읽으면서 황진이나 허난설헌이 이 시대에 살았다면 저런 시를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만.. 2012. 10. 8.
안현미 / 시구문(屍口門) 밖, 봄 시구문(屍口門) 밖, 봄 안현미 (1972 ~ ) 착란에 휩싸인 봄이 그리워요. 비애도 회한도 없는 얼굴로 당신들은 너무나 말짱하잖아요. 착란이 나를 엎질러요. 엎질러진 나는 반성할까, 뻔뻔할까, 나의 죄는 가난도 가면도 아니에요. 파란 아침이고 시구문 밖으로 나가면 끝날 이 고통도 아직은 내 거에요. 친절하지 않을래요. 종합선물세트처럼 주어지는 생을 사는 건 당신들이지 나는 아니에요. 나는 착란의 운명을 타고난 빛나지 않는 별, 빛나는 별도 언젠가는 늙고 죽어요. 우리 모두는 그런 운명을 갖고 태어나지만 영원을 살 것처럼 착란 속에서 살며 비애도 회한도 모르는 얼굴로 우리들은 너무나 말짱해요. 착란에 휩싸인 봄이에요. 사랑 받을 수 있다면 조국을 배신하겠어요. 친구도 부정할 거예요. 전 세계가 어떻게 .. 2012. 4. 23.
시간들 / 안현미 시간들 안현미(1972 ~ ) 침묵에 대하여 묻는 아이에게 가장 아름다운 대답은 침묵이다 시간에 대하여도 그렇다 태백산으로 말라죽은 나무들을 보러 갔던 여름이 있었지요 그때 앞서 걷던 당신의 뒷모습을 보면서 당신만큼 나이가 들면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하였습니다 이제 내가 그 나이만큼 되어 시간은 내게 당신 같은 사람이 되었냐고 묻고 있습니다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어 말라죽은 나무 옆에서 말라죽어가는 나무를 쳐다보기만 합니다 그러는 사이 바람은 안개를 부려놓았고 열입곱 걸음을 걸어가도 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의 시간을 따라갔으나 나의 시간은 그곳에 당도하지 못하였습니다 당신은, 당신은 수수께끼 당신에 대하여 묻는 내게 가장 아름다운 대답인 당신을 침묵과 함께 놓아두고 죽은 시간 열입곱 걸음.. 2011. 9. 19.
비처럼 음악처럼 / 안현미 비처럼 음악처럼 안현미 새춘천교회 가는 길 전생처럼 패랭이꽃 피어 있을 때 흩뿌리는 몇 개의 빗방울 당신을 향한 찬송가 같았지 그때 우리에게 허락된 양식은 가난뿐이었지만 가난한 나라의 백성들처럼 가난하기에 더 열심으로 서로가 서로를 향한 찬송가를 불렀었지 누구는 그걸 사랑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지만 우리는 그걸 음악이라고 불렀지 예배당 앞에 나란히 앉아 기도 대신 서로가 서로에게 담배불을 붙어줬던가 그 교회 길 건너편엔 마당에 잡초 무성한 텅 빈 이층 양옥집도 있었던가 그 마당에 우리의 슬픔처럼 무성한 잡초를 모두 뽑고 당신의 눈썹처럼 가지런하게 싸리비질하고 꼭 한 달만 살아보고 싶었던가 햇빛 좋은 날 햅쌀로 풀을 쑤어 문풍지도 바르고 싶었던가 그렇게 꼭 한 달만 살아보자고 꼬드겨보고 싶었던가 그럴까봐 당.. 2009.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