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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소설)옛날의 금잔디93

찍지 못한 졸업 사진 찍지 못한 졸업 사진 작년인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라는 미국작가 ‘앤드류 포터의 소설집’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읽고 난 후 며칠 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는 과거의 사건 하나가 계속 생각났다. 어린 시절의 작은 사건이 생각난 것이다. 행여 나의 철없는 행동에 상처받.. 2013. 8. 30.
유년시절 기억의 끝자락 유년시절 기억의 끝자락 내가 아주 어릴 때 어머니에게 손을 잡힌 채, 아니면 등에 업혀서 간 특정한 그 장소를 지금도 기억한다. 내가 세 살 정도일 때, 세탁소집의 아내로 가난에 쪼들렸던 어머니는 세탁소 일 외에도 수예(手藝)를 하고 있었는데 천주교 초량성당이란 곳에서 일감을 얻기 위해 코흘리게 어린아들을 데리고 그곳에 가신 것이다. 50년 가까이 지난 세월이지만 흐릿한 기억에 초량성당은 언덕 위에 있었고 성당 입구에서 본당 건물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계단을 걸었던 것이 생각나곤 했다. 그 어린 시절, 그렇게 해서 마침내 도착한 성당에서 내려다 본 언덕 아래에는 부산항이란 커다란 부두와 도로, 기와집(적산가옥)들이 즐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3~4살 때 기억 말고는 .. 2013. 8. 23.
따뜻한 손 따뜻한 손 중2때의 일이다. 우리 집 뒤 작은 언덕에는 형관네가 살고 있었다. 형관이는 나보다 한 살 형이었고 학년도 한 학년 높았지만 어릴 적부터 이웃에 살다보니 친구로 지내던 사이였다. 형관이는 편모슬하에서 네 살 위인 형과 함께 세 명이 한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지금도 .. 2013. 8. 16.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옛날의 생각에 이른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것이 있었다. 스승을 임금․부모와 동일하게 여겨왔다. 또한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할 만큼 우리는 교사를 존중해 온 것이다. 임금과 스승과 아비는 그만큼 중요한 존재였다. 요즘 비록 일각이긴 하지만, 무너진 사도(師道)하며 제자도(弟子道)를 생각할 때 이것 다시 씹어봄직한 말이다. 그래서 스승을 높여 일컬을 때는 ‘사군(師君)’이라는 말을 쓰고, 또 ‘사부(師父)’라는 말도 썼던 것이다. 임금과도 같고, 아버지와도 같다는 스승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이다. 수업 중에 책장사 아저씨가 교실에 들어왔다. 세계 대통령 위인 전집……. 박정희, 네루, 막사이사이, 닉슨, 링컨, 장개석, 드골, 처칠,.. 2013. 8. 2.
추억 속의 미숙이 추억 속의 미숙이 코흘리개 시절, 앞집에는 미숙이라는 동갑내기 소녀가 살고 있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의 일로 기억한다. 동네에는 제법 큰 예배당이 있었다. 조영남의 노래처럼 동네에서 제일 큰 건물. 그 예배당 실내에는 어린이 놀이터 비슷한 것이 있었는데 니스를 바른, 빛나는.. 2013. 7. 19.
왜 그리 가난했을까? 왜 그리 가난했을까? 오늘은 어린 시절, 책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1970년대. 아주 오래전, 방학이 되면 나는 '뭐 읽을 게 없나' 하며 온 집을 뒤지기 일쑤였다. 책을 많이 읽으면 똑똑해지고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데 기실 집에는 읽을 만한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앞집에 사.. 2013. 7. 12.
물이 철철 흐르는 내 배를 사세요! 물이 철철 흐르는 내 배를 사세요! <육이오 전쟁 당시의 제주 육군훈련소> 배 사이소! 배 사이소! 물이 철철 흐르는 내 배 사이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배’라는 단어에는 대략 8가지 의미가 있는데, 주로 사용되는 것은 아래의 3가지 용도일 것이다. 1.<의학> 사람이나 동물의 .. 2013. 7. 5.
아주 오래된 기억 아주 오래된 기억 내가 갓 태어났을 때 우리 가족은 부산항이 내려다보이는 영주동의 판자촌에서 살았다. 위의 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은 1960년대 초반 부산항 전경을 담은 사진인데, 살던 집이 지금의 메리놀병원 부근이라 했으니 사진을 찍은 위치 쯤 될 것이다. 한국전쟁 때 영천전투에.. 2013. 6. 28.
프롤로그 프롤로그 , 청년 시절부터 만약 내가 소설책을 내게 된다고 가정하며 지은 책 제목이 ''이다. 내가 소설을 완성할는지 어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틈만 나면 작은 스토리를 연결시켜 뭔가를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부디 완성되기를 바란다. 1년이 걸리던 10년이 걸리던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았던 흔적이 남겨져서 누군가가 읽어준다면 기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아래의 글은 그 책의 프롤로그가 될 요량으로 적어보았다. 언제 완성될 지는 신만이 아시지만 그래도 지금부터 조금씩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 대학 시절 군대 가기 전에 나는 학보사 기자였다. 그래서 기삿거리를 찾아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곤 했다. 그러다가 캠퍼스에서 한 여자애를 만났다. 그 애를 만나고부터 ‘만약 김일성이 죽고 남북 .. 2013.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