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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전래동화 '장화홍련전'의 근원설화인 아랑설화

by 언덕에서 2007. 2. 1.

 

 

 

 

전래동화 '장화홍련전'의 근원설화인 아랑설화

 

 

밀양에서 전해오는 전설, 아랑설화(阿娘說話)

 

 아랑설화는 경남 밀양에 전해오는 전설이다. 경남 밀양에 가면 아랑각이라는 사당이 있다.

억울하게 죽은 아랑이라는 낭자가 원령이 되어 자신의 원한을 푼 뒤 변고가 없어졌다는 설화이다. 신이담(神異譚) 중 초인담(超人譚)에 속하며, 원령설화(怨靈說話)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아랑설화라고 제목이 붙여진 것은 손진태(孫晋泰)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데, 그 유래는 정인섭(鄭寅燮)의 ≪온돌야화 溫突夜話≫에서 연유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랑의 성은 윤(尹), 이름은 정옥(貞玉)이었으며, 그는 부친이 영남(嶺南) 밀양태수(密陽太守)로 부임하였을 때에 수행하여 밀양에 갔다.  아랑을 사모하게 된 지방관리 통인은 유모를 달래서 아랑을 강제로 차지하려고 한다. 그 고을 통인(通引- 관리명)과 그의 유모 음모에 빠져서 아랑은 어떤 날 밤 영남루의 밤 경치를 보러 갔다가 통인 백가(白哥)에게 능욕을 당하였다. 그것은 아랑이 달 구경을 하고 영남루 위에 있을 때, 별안간 유모는 없어지고 기둥 뒤에 숨어있던 백가가 뛰어 나와서 아랑에게 연모의 정을 말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아랑은 그것을 거절하였다. 전력을 다하여 저항했지만 남자의 힘을 당하기가 어려웠는데, 결국 통인은 아랑을 욕보인 후 칼로 찔러 죽이고 만다. 아랑을 죽인 통인은 강가의 대숲 속에 시체를 던져버렸다.

 다음 날 태수는 여러 조사를 하여 보았으나 아랑을 찾지 못하고 마침내는 자기 딸이 야간 도주한 것이라 믿고 양반 가문에 그런 불상사가 일어난 이상 근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여 벼슬을 하직하고 한양 본가로 갔다. 그 뒤로는 밀양에 새로운 부사가 부임할 때마다 하루밤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고을이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왕은 지원자를 구하여 내려 보낸다.

 신임 부사는 배짱이 아주 센 사람이었는데, 부임 첫날밤 마당에 불을 밝히고 방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12시가 넘자 어디선가 찬바람이 불더니 방문이 열리고, 산발한 채 가슴에서 피를 흘리는 여인이 목에 칼을 꽂은 채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 여인은 바로 죽은 아랑의 원귀였는데, 신임부사에게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고 그 범인인 통인의 이름을 가르쳐 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신은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부사를 찾아왔었는데, 신임 부사들은 모두 기절하여 죽더라는 것이다. 신임 태수는 이튿날로 범인을 잡아 처형하였더니 그 뒤로는 신임 태수가 변을 당하는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설화

 

 손진태는 그의 ≪조선민족설화(朝鮮民族說話)의 연구(硏究)≫에서 이러한 계열의 설화를 ‘아랑형전설(阿娘型傳說)’이라 이름을 짓고 다각도로 살핀 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이런 이야기 유형은 중국 설화에 널리 있는 것으로 중국에서는 ‘아랑(阿娘)’이 ‘해랑(解娘)’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아랑설화의 원천적 문헌으로서 송나라 홍매(洪邁)의 ≪이견지 夷堅志≫ 소재의 〈해삼랑전설 解三娘傳說〉 의 전문을 인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역관(驛館)이나 역정(驛亭)에서도 항상 귀신이 머무르고 있어 그곳에 묵는 자들이 변사하는 내용의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유추하여 우리나라의 이 아랑설화는 중국 설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랑설화는 밀양이 본고장으로 그 지리적 배경이 고정되어 있고 실제로 밀양에는 아랑각(阿娘閣)이 있어 더욱 설화의 진실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계열의 설화가 원령설화의 성격으로 굳어져 이루어진 〈장화홍련전〉과 같이 소설로서 작품화된 것도 있다.

 

김영하의 소설적인 재해석

 

 소설가 김영하는 <아랑은 왜>라는 소설을 집필, 재해석을 시도한 바 있다. 역사적인 고증과 소설적인 재미도 갖추고 있어 한국 현대소설이 기존의 소설의 틀에서 한 단계 발전한 느낌을 준다. 김영하의 재해석 내용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아랑은 사또의 딸이 아니라 호방의 딸로 사실은 사또의 첩실이었다... 밀양에는 수산제라는 국가 보유의 저수지가 있었고 아전들의 비리로 둑이 무너졌다. 그것을 숨기기 위해 아전들은 신임사또들을 죽였다. 그것을 암행어사를 수행하는 이억균이라는 하위직 관리가 파헤치고 만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세월이 지나면 아랑 전설을 새롭게 쓰는 이 기획을 이어갈 누군가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그도 결코 이 이야기를 '완성'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옛날 아랑 전설을 만들어 퍼뜨리던 이야기꾼들처럼 나도 그리고 그도 하나의 징검다리에 불과하다. 그게 이야기를 만드는 자들의 운명이다. 우리는 가끔 우리가 이야기의 주인이라고 착각하지만 이야기의 주인은 이야기다. 그들이 우리의 몸을 빌려 자신들의 유전자를 실어나르고 있다.

 관심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본 블로그에서 내용을 정리한 바( https://blog.daum.net/yoont3/11302121 ), 참고바란다.